성사에 대한 기본적 이해
결국 라틴어를 교회의 중심 언어로 인정하게 된 교회의 역사 안에서 우리 말로「성사」라고 다시 옮길 수 밖에 없었던 본래의 말인 「사끄라멘뚬」은 성서 헬라어 「뮈스테리온」을 라틴어로 옮길 때 쓰였던 두 가지 표현(미스떼리움과 사끄라멘뚬)중 하나였고 그 표현을 라틴문화권 안에서 신학적으로 응용하면서 성서 헬라어 「뮈스테리온」의 또 다른 표현인 「미스떼리움」과의 상호 불가분성을 통찰했기에 바로 그 「미스떼리움」의 표상이 「사끄라멘뚬」이라고 했던 신학자들의 노력과 설명 안에서 오늘의 우리는 「성사」의 참 뜻을 알아들어야 한다. 줄여 말하면 성사는 신비의 표상이고 신비는 신앙의 신비이다. 따라서 성사는 신앙의 신비의 표상이다.
2.성사는 그리스도교에만 있는 것인가?
일단 「거룩한 일」로 알아듣기만 할 때의 사끄라멘뚬(성사)은 이미 로마 문화권 안에서 일상사의 하나였다. 따라서 성사는 그리스도교 밖에 이미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 그런가 하면 성사에 대해서 비록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전통적으로 성사에 대해 설명할 때의 근거로 여겨왔던 아우구스띠누스의 성사해석 즉 「성사, 그것은 신성한 표상이다.(Sacramentum id est signum sacrum in De civitate Dei. x5)」고 한 해석을 근거로 하면서 성사의 존재 유무을 살핀다고 해도 틀림없이 그리스도교 밖에 성사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세상의 모든 종교들은 각기 자신들의 종교에서 인정하고 체험하는 신성한 표상들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표상들은 신비로운 실체를 상징하는 것들인데 가령 성스러운 장소라든지 성스러운 것들 그리고 성스러운 사람들과 성스러운 행위들을 들 수 있다.
성스러운 장소들이라면 성전(사원)과 교회당(회당), 산 , 강, 사당(신당) 그리고 특정하게 성스러운 지역(도시)이것이고 성스러운 것들로는 성화(그림)와 성상(조각), 성의(옷)와 성구(제구 등 도구), 성문서들과 신성한 음식 등을 들 수 있으며 신성한 사람들로 여겨지는 이들은 성인들, 제관과 추장, 무당이나 동정녀 그리고 신체험자들이나 도사들이 그들이고 성스러운 행위들이라면 기도와 노래, 음복과 단식, 춤과 명상 그리고 제반 의례적인 행위들을 들 수 있다.
예로써 가톨릭 신자들이 로마의 베드로 대성전을 비롯해서 세계의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역사와 유래가 있는 성당들을 성스럽게 여기듯이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을 그렇게 여기고 있고 힌두신앙을 가진 이들은 모든 신전들과 온갖 「성수」의 원천으로 여겨지면서 신성한 것들을 정화하는 힘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ganga의 유럽식 표현인 「갠지스」강을 성스러운 장소로 여기고 있고 모슬렘들은 메카를 성지로 여겨 평소에 순례를 하기도 하지만 아무리 가난한 이들이라 하더라도 일생에 한 번은 의무적으로 순례해야 하는 곳으로 알고 있다. 그 외에도 불자들이 단식하고 수행하며 고승들을 숭앙하고 생물들을 방생하는 행위들도 마찬가지로 성스럽게 여겨지는 일들이다. 따라서 아우구스띠누스 식으로 성사를 정의하고 그 정의를 토대로 폭넓게 성사를 살펴본다면 그리스도교 밖에도 틀림없이 성사가 있다. 그리스도교 밖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사끄라멘뚬」(聖事)라고 하지 않을 뿐이지 이미 그리스도교에서 폭넓게 인식하고 있는 「사끄라멘뚬」을 알고 있고 또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그 형식과 방법이 근본적으로 같다고 해서 그러한 유형들의 것을 그리스도교의 성사와 곧 바로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인간이 성스러움을 추구하고 그 성스러움을 체험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같지만 성스러움의 실체에 대한 인식과 그에 대한 확신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면 때문에 연구자의 입장에서 인류학적으로나 사회학적으로 그리고 심리학적으로 인간과의 관계에서 성사가 발휘하는 기능이나 가치 그리고 성사의 실체를 통해서 인간이 원초적이면서도 심층적으로 지니고 있는 공통적인 신양분모의 확인과 그것을 근거로 한 인간의 종교적이고 심리적인 성향과 행동상황의 분석작업을 위해서는 그리스도교 성사와 그리스도교 밖의 유형들의 비교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칫 그리스도교 성사와 그리스도교 밖의 유형들을 동일시함으로써 스스로 「범성사론」이라는 자가당착에 빠질 위험도 있다. 그리스도교 성사와 그리스도교 밖의 유형들은 성스러움의 실체에 대한 인식과 그 확신에 이르게 함에 있어서 다른 기능과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교가 하느님 체험과 직결되는 「사끄라멘뚬」으로서의 성사라고 할 때의 신성한 표상이 그리스도교 밖에 없다. 그러나 성사가 성스러움을 체험하게 하는 신성한 표상이지만 그 성스러움의 체험을 중요시 하면서 성스러움의 실체에 대한 인식과 확신이 다르다 해도 계시의 보편성이라는 측면에서 알아듣고자 할 때는 다르게 말할 수 있다. 먼저 구약성서와 신약 성서에서 성사적 측면에서 계시의 보편성을 말하는 대표적인 예를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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