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아이들만 나오는 주일학교는 대학만을 중요시하는 일반 어른들의 생각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어가기 싫습니다. 그리고 실업계 아이들도 거의 없구요』.
『대학얘기만 하는 아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같이 어울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교리수업도 인문계 아이들 사정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인문계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위축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고 그래서 편한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많은 이들이 교회 안에서 청년들 청소년들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얘기한다. 그 중에서도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을 만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 ㄱ본당의 경우 50여 명의 고등부 학생 중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3~4명에 불과하다. 대구 ㅅ본당에서 고등부 교리교사를 맡고 있는 ㅈ양은 「지난해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의 경우 중3때 60~70명을 웃돌던 학생 수가 40여 명으로 줄었고 그 중 실업계 학생은 1~2명 정도였다」고 들려줬다. 본당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 같은 현실은 거의 모든 본당 주일학교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다 어디로 숨어버린 것인가. 주일학교 안에서 실업계 학생들을 찾아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청소년 문제 관계자들은 학력 입시 위주 환경 안에서 교회도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모든 실업계 고등학교가 인문계 학교보다 점수가 낮은 것은 아니지만(실제 상당수 학교는 인문계 보다 합격 점수가 높다)대체적으로 중3때 공부를 잘 한 아이, 즉 대학에 갈 아이는 인문계 진학을 하며 성적이 되지 않는 아이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청소년들은 인문계열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축감을 가진다. 그 열등감과 소외감은 교회 주일학교 안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자연 도태되는 형식이 되고 만다. 경기도 0여상 교사로 있는 김△△씨는 재학생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위축감과 큰 고민이 「인문계를 가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들려주면서 「이들은 인문계 친구들이 모이는 곳에는 아예 가지를 않거나 인문계에 다닌다고 얼버무리는 경우까지 있다」고 얘기했다.
서울 구로3동 가톨릭 노동자 상담센터의 김효선씨는 『그들은 실업계 학교에 다니는 것 만으로도 「실패한 인생」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 창피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상담 경험에서 나온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주일학교에서 도태되는 것 뿐만 아니라 교회 학교 가정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아주 쉽게 일탈로 치닫게 된다.
서울 까르딘 청소년 상담소 김은숙 수녀는 『상담을 통해 알 수 있는 실업계 및 근로청소년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자신이 노동자임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것과 「언젠가 노동을 하지 않겠다는 신분상승 욕구가 강하다」는 것』이라고 소개하고 『이들은 그렇기 때문에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교회에서조차 이들을 끌어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일학교 체제가 학교구조 형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출석 학생 대부분이, (그나마 주일학교에 얼굴을 내미는 학생들 대부분이)인문계 학생인 현실은 교리교육 역시 인문계 학생 중심으로 흐르게 만들고 있다.
서울 ㅅ본당 ㅈ신부는 『현 주일학교 실정상 출석하고 있는 학생들을 지도하기에도 벅찬 실정』이라며 『관심가질 만큼의 여력도 부족하고 실제적으로 그들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교리교사들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교사들 입장도 기존 학생들의 치닥거리에 바쁘다』고 밝혔다. 몇몇 관심있는 사목자들만이 실업계 학생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걱정만 할 뿐이라고 ㅈ신부는 덧붙였다.
그러나 좀 더 관심부족의 원인을 파고든다면 기본적으로 교회가 실업계 아이들에 대해 시선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이미 인문계 아이들이 주일학교 구성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실업계 아이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고 한 보좌신부는 의견을 전했다.
교리교사들 사제 수도자 협력자들 자체도 근로 실업계 방면에 경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아이들에 대한 객관적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업계 학생들의 소외는 교회안의 문제만은 아니다. 문제해결의 관건은 먼저 인문계 학교의 들러리가 아닌 건강한 청년직업인들의 교육장으로서 실업계 교육이 정상화 되어야 한다.
이와 별도로 교회가 마련할 수 있는 해결방안, 대안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은 학교체제와 동일한 「학업청소년들에 대한 집중」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입식 수동적 틀을 벗어나 현재의 학교교육이 줄 수 없는 정서적 부분을 채울 수 있도록 청소년들만의 조직을 만들어주고 협력자들이 그들을 도우는 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실업계 학생들도 학력 입시라는 선입견을 벗어버리고 젊은이들이라는 흐름 속에서 함께 호흡하고 역량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청소년 사목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좀 더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교구 주일학교 연합회 안에 청소년 상담기구를 설치, 실업계 학교 아이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는 장을 마련하는 것과 실업계용 교리교재를 별도로 발간 학생들이 가톨릭 정신 안에서 정책성 가치관 직업관 등을 갖도록 하는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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