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성모신심
◆ 기도서 의한 신심 전파
가.「천주성교공과」(天主聖敎功課)시대(1862-1962)
1962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까지 성모신심 전파에 주도적 역할을 한 지도서라면 바로「천주성교공과」이다.
중국 한문본 공과인「천주성교일과」와 이 공과의 축약본인「수진일과」(袖珍日課)그리고「천주경과」(天主經課)를 원본으로 조선교구 제2대 교구장 앵베르(Imbert)주교의 발의로 번역, 필사본으로 전해 오다가 1862년경 목판본으로 간행되고, 그 후에 1962년 이전까지 활판본으로 속간되어온「천주성교공과」는 1백년이 넘도록 한국교회 신자들의 신앙과 신심의 길잡이가 됐다.
나. 가톨릭 기도서(1972, 한국 주교회의 발행)시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개혁과 전례력 개정으로 기존의 천주성교공과 시대가 끝나게 되자 새로운 기도서 간행이 주요 임무가 됐다.
1972년에 발행되어 현재까지 개정없이 전해지는 가톨릭 기도서 안에서 성모송, 삼종경(연중, 부활), 마리아의 노래 등이 있지만 기도문 보충 및 성모 전례 축일 전례거행을 위한 안내 및 지도 방안이 요청된다.
다. 성가집에 의한 성모신심 전파(1924~1984)
한반도의 성모 신앙과 신심전파에 주요 역할을 한 전례서 중에 성가집을 빼놓을 수 없다. 교구 성가집 시대(1924~1948)와 전국 성가집 시대(1948~1984)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조선교구(1924. 성모성가 15곡), 대구교구 조선어 성가집(1928. 15곡), 대구교구 조선어 성가(1936초판, 1938 재판 23곡), 원산교구 덕원 수도원 가톨릭 성가집(1938. 12곡)등은 교구 성가집이다.
1957년 정선 가톨릭 성가집은 전국 통일 성가집이다(31곡). 가톨릭 공동체 성가집(1975~1984년까지 46곡), 1985년 3월10일 2백주년 기념 출판 가톨릭 성가집(32곡) 등의 성가집이 간행됐다.
1976년 12월25일 한국교회 역사상 최초로 간행된 어린이 미사와 성가집 발행은 한국교회의 꿈나무들을 위한 한국 주교회의의 최대 관심의 표명이었다. 총 2백75곡 중에 15곡만이 성모성가이다. 15곡 중에 5곡이 성모성월에 치중되어 있다.
주제는「어머니」로 되어 있어 아동의 정서를 자아내게 하지만 구세주의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 모든 덕행의 모범, 한국교회의 주보(主保)이신 성모께 대한 신학과 신심이 연구되진 못했다. 정서적 노래말에만 치중되고, 교의와 신심 구세사를 조명하는 특성이 없다. 시급히 개정을 요한다.
교구 성가집 시대에서 전국 통일 성가집 시대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성모성가 모든 가사들의 특성은 성모호칭, 찬미, 간구, 전구를 비는 특성으로 되어 있다. 이는 모성적 중재성이라는 신학적 바탕에 한국교회가 형성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어른과 어린이 성가 가사의 형태가 거의 과거나 현재나 동일하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지냈지만, 아직 한국교회 성모성가 가사는 어휘만 현대어로 표현되고 있을 뿐 대부분의 성가곡 가사들은 공의회 이전이나 별다름 없다.
라. 성월 안내서(성모성월 5월, 로사리오 성월 10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까지는 교회가 성모의 달로 정한 5월과 10월 동안 신자들의 신심을 도와주기 위한 소책자가 있었다.
공의회 이후에는 자취를 감추었다. 공의회의 마리아 신학 전망 안에서 이 성월 책자가 발행되어 신자들의 신앙과 신심을 육성시켜야 하는 과제가 시급히 요청된다.
마. 주년첨례광익(周年瞻禮廣益)
조선교구 제4대 교구장 베르뇌(Berneux)주교의 감준 아래 1권만 목판본으로 간행됐으나 박해로 속간되지 못하다가 1884년 제7대 교구장인 블랑(Blanc)주교의 감준 아래 활자본으로 4권 4책으로 된 축일들을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신자들에게 성모축일을 자세히 설명하여 모든 성인들 중에 가장 높으신 성인임을 말하고 있다.
◆ 단체활동 통한 신심전파
조선교구가 설정되던 시대까지는 한문본 기도서와 로사리오 기도 그리고 교회 교역자들의 지도에 의지하여 성모 신앙과 신심을 연마한 것으로 추론된다.
가. 성모성심회
1846년 최초로 성모 신심 단체가 조직됐다. 이 단체는「성모 성심회」로 기록되어 있다.
이 단체의 설립 목적은 죄인들의 회개이다. 이 단체는 한국 가톨릭 지도서 안에 공식 승인단체로 등재, 전국 모든 사목자들이 지도 육성해 왔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는 한국 가톨릭교회의 회장직분(1923), 한국 가톨릭 지도서(1965)가 사용되지 않게 되자 단체 지도와 관리도 방임 상태가 되고 풍비박산이 됐다. 아직까지 현존하는 본당 성모회가 바로 이 단체의 맥락이다.
나. 파티마의 성모 세계 사도직(푸른군대)
1947년 미국 해롤드 콜갠(Harold Coalgan)에 의해 창설됐다. 공산주의의 회개가 목적이다. 한국에는 1953년 미 해병 제1사단에 배속되어 활동 중이던 제이스트롬스키 군종사제가 도입했다. 그가 본국으로 돌아가자 그 후에 1964년 안톤 트라우너 독일 선교사제가 입국하여 이 운동을 전국에 확산시켰다.
다. 레지오 마리애
1921년 9월7일 애란 프랭크 터프에 의해 창설됐다. 1953년 5월31일 광주대교구 목포 산정동 본당에 처음 들어왔다. 현 헤롤드 교구장 서리가 지도했다. 서울에는 1958년 8월19일에 명수대 본당에서 조직됐다. 현재 전국이 2개 세나뚜스, 8개 레지아, 1백45개의 꼬미시움, 1천4백67개의 꾸리아, 2만5천5백80개의 쁘레시디움, 행동단원 26만2천2백30명, 협조단원 22만9천8백21명(1995. 8. 31통계)이 조직돼 있다.
라. 성모기사
1917년 10월16일 로마 꼰벤뚜알 수도회의 성 테오도로 국제 신학교에서 콜베 신부에 의해 창설됐다. 한국에는 1958년 진출한 이 수도회가 1976년 2월11일 수도회 준관구 총회에서 「원죄 없으신 성모의 수도원」으로 명칭을 바꾼 대구 꼰벤뚜알 성 프란치스코 대구 수도원에 성모의 기사회를 두었다. 목적은 원죄 없으신 성모를 통하여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의 왕국을 확장하는 데 있다. 거의 대부분 교구가 활동을 승인했다.
◆ 지침서 의한 단체 육성
가. 회장직분(1923)과 한국 가톨릭 지도서(1965)
회장직분(1923)과 한국 가톨릭 지도서(1965)는 한국교회 내 신심단체들 지침서 안에 소개하고, 회원들을 일선 사목자들이 직접 지도해 나갔다.
나. 2백주년 사목회의 의안(1984)
한국적 공의회라고 칭할 수 있는 2백주년 사목회의 의안에서 전국의 모든 조직 단체들을 소개하며 신심운동의 방향을 모색했다. 여기에 푸른군대나 성모기사회는 소개되지 않고 있다. 양성화가 아닌 느낌이다.
다. 한국 천주교회 주교회의 사목지침서(1995.6.30)
이 지침서는 제209~214조에서 신심단체(제209조), 신심운동(제210조), 수도회 제3회(제211조), 사도직 단체(제212조), 평신도 사도직 단체 협의회(제213조), 후원회(제214조)로 구분하고 있다. 2백주년 사목회의 의안을 요약적으로 정리했다. 성모신심 단체는 역시 레지오 마리아 한 단체만 소개되고 있다.
◆ 마리아 신학
한마디로 마리아 신학 연구는 불모지에 가깝다.
그동안 마리아 운동 단체들을 통하여 신자들을 위한 신심서적들이 번역되었으나, 공의회 이전에 저술된 신심 서적들이 많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배워야 한다. 한마디로 한국 천주교회의 마리아 신학은 초기 단계에 들어서고 있을 뿐 임을 자인해야 한다.
대중신심 운동 단체가 확장된다 하여도 그 신학적 기반을 다지는 과제를 안고 있음을 솔직히 고백해야 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 마리아론은 신학의 변두리에 위치해 있는 학문이 아니고「그리스도의 신비와 교회의 신비 안에 천주의 모친 복되신 동정 성 마리아」의 장(章)이「교회에 관한 교의헌장」의 결론으로 자리를 굳히게 됐다.
그래서 마리아론은 신학 중심에 위치하게 됐다. 마리아는 그리스도와 함께 있고, 교회와 함께 있다. 교회 지체 중 탁월한 지체이고, 신앙과 생활에 있어 교회의 전형(典型)이고 천상천하의 모든 성인들 가운데서 가장 찬란한 성덕의 광채를 발하고 있다.
마리아 보다 더 가까이 하느님께 나아간 성인은 누구인가? 그녀의 영성 보다 더 높고 깊은 영성을 간직했던 성인은 누구인가? 마리아 신학 연구의 3대 관점은 삼위일체론적이고 그리스도론적이고 교회론적 차원을 따라 한국교회가 더욱 마리아처럼 변화될 수 있는 신학적 연구가 활발히 일어나야 한다.
◆ 신학적 전망
이상의 고찰을 토대로 몇 가지 신학적 전망을 해본다. 한 마디로 한국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마리아론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그 대표적 예가 가톨릭 성가집에서 입증된다. 기도서에 중요한 성모 기도문이 더 보충되고 축일 안내도 더 이루어져야 한다.
전례적 공경에 대한 교도적 지침으로 본다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이 오히려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공의회 이후에 한국교회 안에는 대중신심 쪽으로 확대되는 경향이다. 전례적 공경의 사목적 배려를 서둘러야 한다.
현재 한국교회 모든 마리아 대중 신심 운동은 모두 선교사들의 활약으로 이루어졌다. 마리아 대중 운동은 마리아의 여러 신비를 알 수 있도록 되어야 하는데 너무 한 두 가지 운동에만 편중되어 있다. 종합적 영성을 얻을 수 있는 운동으로 성장되어야 한다.
마리아 공경양식의 중점은 존재론적 공경과 전례적 공경이 중심이 되어야 함을 못박아둔다(전례 103). 모든 마리아 신심은 그 형태가 어떠하든지 간에 교회가 마리아처럼 되는데 있다. 사목자들은 사목적 직무상 신심 연마와 신학적 지식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과장되거나 협소하게 되어 갈라진 형제들이나 교회 밖에 사람들의 오해와 빈축을 사게 되어서는 안된다(교황67). 모든 사목자들과 수도자 그리고 지도적 위치에 있는 모든 신자들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역대 교황들의 마리아 교도(敎道)지침에 따라 예외없이 전문 지식을 쌓아나가야 하고 영성을 생활해 나가야 한다. 성모신심 육성에 있어「성모미사경본」을 잘 이용해야 한다.
한 가지 제안 사항은 한국교회 주보이신「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성당인 서울 명동과 대구 그리고 제주 주교좌 성당이 성모 순례 성당으로 공식 지정되어 신자들이 순례하여 깨끗하신 성모님을 닮게 하고, 여행하는 사제들이 언제나 자유로이 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 교회의 분위기를 간곡히 요청한다. 모든 주교좌 성당들이 무염시태 성당이 되었으면 한다.
종말론적 신학 전망에서 보는 교회의 미래 형태 중에 하나는 교회가 진정 그리스도적인 것을 찾고, 그 안에 머물게 된다. 비판이 가해질수록 교회는 더욱 그리스도적이 되어 세상 것과 구별된다.
교회가 그리스도 보다 더 우위일 수 없고 또 마리아 보다 우위일 수 없다. 비판 속에는 고통이 머물지만, 그 고통 속에서 교회는 더욱 아름다워 진다. 도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새로운 길을 마련하지 못하는 반복적 마리아론은 미래가 없다.
그러므로 한국교회의 미래의 전망을 밝게하고 세속과 구별짓는 첩경은 비판이다. 이 비판은 바로 그리스도 안에 머물기 위한 회심(回心)을 말한다. 한국 교회가 마리아처럼 되지 못하고서 그리스도 곁에 있을 수 있는가?
마리아처럼 된다는 것은 가난한 교회, 섬기는 교회, 봉사하는 교회, 흠없는 교회, 하느님의 뜻을 거역할 줄 모르는 순명의 교회, 봉헌의 교회, 한마디로 성인의 교회가 된다는 것이고, 대림 정신의 살아있는 표본(標本)이자 전형(典型)인 마리아처럼, 완성될 미래의 교회를 향하여 하느님의 뜻을 깊이 간직한 채 수정처럼 찬란히 빛나는 한국교회가 된다는 것이다.
대망의 2천년 대희년도 바로 마리아의 살아있는 대림정신 안에서 기획되고 준비돼야 이 민족의 새로운 역사 즉 민족 화해와 일치의 새 역사를 낳아주게 된다.
기념물의 제작이나 행사 위주의 기획은 의미가 없다. 내적 인격에서 외적 모든 행사가 기획돼야 한다. 성화(聖化)가 우선이다.
그러므로 한 두가지 마리아 운동에만 만족하는 고정 인식에서 교회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새로운 인식으로 변화가 와야 한다. 그 변화는 회심(回心)에서만 가능하다.
끝으로 1988년 3월25일에「지적 및 영적 형성에 있어서 동정 마리아에 관한」가톨릭 교육성성의 회람장 문헌을 소개하며 이 논고를 마친다. 이 문헌은 신학교나 신학원에서 어떻게 마리아론을 가르쳐야 하는지 자세히 그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성모 공경 신심을 전례적 공경보다는 대중 신심에 더 가까운 것 같이 보인다. 공의회 가르침에 의거, 전례적 공경이 강조되어야 하겠다. 이는 모든 사목자들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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