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길은 안으로 지역 간의 갈등을 극복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지역 간의 갈등을 극복할 때 남북 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감정만으로 통일시대를 준비할 수 없다. 냉철한 이성과 현실에 뿌리를 둔 화해의 길을 열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지역 간의 화해가 없고 갈등의 골을 메우지 못하고서야 어떻게 남북 간의 화해와 협력을 부르짖을 수 있겠는가. 지역감정에 얽매인 정치를 떨쳐 버리지 않고 어떻게 통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단 말인가.
통일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남쪽 안에서 진정한 지역 간의 화해와 일치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일치의 폭을 한반도 전역으로 넓혀가야 할 것이다.
최근에 남쪽의 국민들이 생산한 쌀을 청진 나진 등 북쪽의 6대 항구를 통해 전달한 것은 분단사의 큰 사건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체적인 반응은 쌀을 보내는 것은 일시적 방편이 될 수는 있으나 식량난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북한 스스로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자생력을 부여하는 것이 진정으로 북한을 돕는 것이며 개방과 변화없이 식량난을 해결하겠다면 이는 이미 역사가 틀린 답으로 결론을 냈다는 것을 북한 당국자들이 알아야 할 것이다.
통일의 길을 열기 위해서는 세계속에 우리의 위치와 역할을 찾아야 한다. 남북 간에는 이른바 자주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북쪽은 남쪽을 향해 자주적이 되라고 하고 지금을 자주성의 시대라고 까지 말하고 있다. 남쪽은 자주의 참뜻을 결코 의지만으로 되지 않으며 의지와 함께 이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일제 36년간 우리는 피맺힌 자주의 노력을 했지만 조국 광복을 앞두고 우리의 자주노력은 실패를 해야 했다. 강대국 정치의 희생양이 되어 남과 북으로 갈라지게 된 것이다.
지난 1세기 동안 우리 민족의 운명은 망국과 분단이라는 쓰라린 경험을 두 번씩이나 맛보았다. 21세기를 앞두고 우리는 세 번째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국제정치의 도전 앞에 서 있다. 21세기 우리 민족의 미래는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새로운 국제정치 질서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으며 이는 곧 우리의 자주적 역량을 어떻게 극대화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
그래서 통일의 준비는 자주역량을 극대화 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남북이 민족역량을 소모하는 방식이 아니라 민족역량을 한데 모으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남북 간의 화해와 협력, 공존공영을 통한 통일로의 접근에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반도는 한겨레 한민족의 삶의 터이다. 미국도 일본도 중국도 러시아도 이 땅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우리의 자주성을 지켜 나가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에서 우리의 책임과 역할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시키는 것은 우리의 민족적 과제일 뿐 만 아니라 국제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북한의 핵동결의 대가로 지원되는 경수로 건설 사업에서 한국이 주가 되고 중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같은 민족으로서의 책무와 국제사회에 대한 책무가 어우러져 나온 결과이다.
반면에 우리 우방들에게는 한반도 지역 어디에서나 우리의 영향권을 당당히 주장해야 한다. 우리가 국제사회 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대신, 우리의 권리를 찾는 것이 곧 통일을 준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 진보냐 보수냐 하는 통일논의는 이제 막을 내려야 한다. 통일은 냉엄한 현실로서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꿈이나 소원으로서 머물러서는 안된다. 통일은 곧 우리의 미래와 직결되고 있다. 잘 사는 통일, 자주적인 통일을 이룩하는 것만이 우리의 목표이며 이를 준비하기 위한 방법이 결코 목표를 앞질러 나가거나 길을 막아서는 안된다. 목표는 바꿀 수 없지만 방법은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폭을 넓혀 나가는 일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 통일을 대비하는 지도층의 인식전환이 앞서야 하고 국민들의 통일의식도 깨어 있어야 한다.
행정부만이 통일을 준비할 수 없다. 입법부 사법부가 함께 통일을 준비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정부만이 통일을 준비하는 것으로도 부족하며 정부와 국민이 하나가 되어 통일을 준비하고 북한 동포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지원하고 협력해야 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