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교육의 장이 되어야 할 주일학교 신앙교육이 단편적인 지식전달의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교리교육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점의 해결을 위해 우선적으로 교리교사 문제를 들고 있다.
교회내에서 교리교사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이 조직적인 체계안에서 계획을 갖고 진행되어 왔는지에는 또 다른 대답이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가톨릭 신앙생활 연구소가 서울 강남의 주일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주일학교 개선사항 중 가장 시급한 문제점으로 교리교사 문제를 지적한 학생이 29.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교육 대상인 청소년 스스로가 교리교육의 문제점 중 가장 큰 문제로 교리교사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교리교사 문제는 다양한 면에서 제기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숫적인 확보와 기존 교리교사의 이탈문제를 비롯, 재교육을 통한 전문화 등 문제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고 넓게 퍼져 있다.
여기에 교리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교리지식의 수준문제는 물론이고 그나마 가진 지식을 청소년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교리교수법은 전무한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성급한 진단과 서툰 해결모색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교리교사 확보에 성급한 나머지 무자격, 수준미달의 교리교사 양상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교리교사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교리교사의 전문화 문제는 바로 이런 점에서 대두되고 있다. 김효철(그레고리오ㆍ인천교구 사목국 근무)씨는 『개신교의 경우 초등부 1학년을 담당한 교사가 초등부 1학년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함께 올라가며 교사활동을 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면서 『평균1∼2년의 교사기한에 그치고 있는 가톨릭의 경우 오랜 경험으로 전문화 된 교리교사 확보는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무계획적이고 일회적인 교리교사ㆍ양성안으로는 몇몇 가시적인 효과를 내는데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홍강의(의과대학 소아청소년-정신과)교수는 『부모와의 의존적 관계에서 벗어나려 고민하고 있는 청소년은 궁극적으로 스스로의 자아 정체성을 성취하려고 노력한다』면서 『교리교사들은 이러한 청소년들의 노력에 도움이 될 가치관과 인생관 종교관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리교사의 전문화는 어디까지 와 있는가?
상담, 교리, 레크레이션 등에 대한 전문화가 이뤄져 있지 않은 교리교사들은 국민학교때부터 영어를 배우는 똑똑한 청소년들 앞에서 피곤해 하고 있다.
현상유지의 교리교육마저 힘겹게 느껴진다는 변대원(마티아ㆍ의정부 4동)씨는 『앞으로 필연적으로 제기될 교리교사 역할의 확대 등 교리교육의 정상화 과제들에 대한 요구는 현재로써 요원한 상태』라고 말했다.
교리교사의 전문화는 청소년 신앙 교육이라는 교리교육의 중심주제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내실있는 교리교육으로 청소년을 교회안으로 불러들이는 촉매역할을 할 수 있으며 기존의 관행적인 교사교육에 싫증을 느끼는 교사의 이탈 방지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대부분의 교리교육 전문가들은 『교리교사 양성과 교리교육에 대한 의지를 교회가 보이는 한 교리교사의 부족문제와 질적 향상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교리교사 양성에 대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있으면 봉사 의욕을 가진 젊은 교리교사 지망생들이 교회로 모인다. 이러한 숫적인 증가는 바로 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순환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
『아이들이 성장한 이후에도 신앙안에서 교리에 따라 올바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저 자신의 개인적인 일은 교리에 나오는 아이들을 위해서 모두 뒷전입니다』
한 고등부 주일학교 교사의 말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시간과 생업, 학업 모든것을 희생하고 헌신적인 봉사에 임하고 있는 주일학교 일선 교리교사의 노력이 현재의 주일학교 체제를 아슬아슬하게 버텨 나가게 하고 있는 힘이 되고 있다.
더 이상 주일학교 교사들의 무작정 희생이 교리교육의 마지노선이 되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교리교사들이 교리교육의 주체였다면 이제는 교회가 주체이어야 한다.
서울대교구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연합회(지도=김범연 신부)는 최근 『1996학년도 주일학교 교리교사 양성 및 지속교육 계획안』을 마련하고 교리교사 질적향상 문제에 대한 새로운 방법모색에 나서고 있다. 또 서울대교구는 1996년도 사목교서를 통해 전문화된 유급 교리교사 제도 도입을 언급하고 있다.
교리교사의 부족과 이에 따라 초래되는 교리교사의 비전문성 문제를 전제하고 있는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은 그동안 이뤄져 왔던 단기간의 교육과 무분별한 교리교사 양성이라는 무리수를 지양하고 교리교사에게 부단한 학습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교리교사 개개인의 역량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 주일학교 교육의 실정에서 교리교사 문제에 교회가 인식을 같이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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