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의 나무를 제대로 키우려면 수분과 비료 등 많은 영양분을 끊임없이 공급해 줘야 하듯이 신앙인으로 새롭게 출생한 신영세자들에게도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양분을 공급해 주어야 합니다』
서울대교구 동작구에서 본당을 맡고 있는 한 일선 사목자. 그는 신자 재교육의 현실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신영세자들에게 새 생명으로 갓 태어난 어린애와 같이 새로운 출생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들이 올바른 신앙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제대로 돌봐 주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토론한다.
대부모를 잘 만났거나 운이 좋아 단체라도 가입했더라면 상황은 약간 달라질 수 있겠지만 영세때 헤어지고 만나보지 못한 대부모가 태반이고 바쁜 사회생활을 핑계로 주일미사가 고작이라면 그야말로 사막에 홀로 던져진 외로운 신앙 고아가 되는 것이 신앙생활의 현실이다.
신앙생활 3년이 고비
실제로 김정용(시몬ㆍ39세)의 경우, 영세한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 주일미사 강론과 사순절 특강 외는 별다른 재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가 없었다고 고백한다.
「신앙생활 3년이 고비」라는 유행어가 생겨날 정도로 영세한지 3년 이내에 냉담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신앙인으로 태어난 신자들에게 그들의 성장에 필요한 적절한 영양분을 공급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정용씨는 우선 자신의 의지와 노력 부족으로 본당이나 교구 차원에서 이뤄지는 각종 신자 재교육에 참가하지 못한 것을 큰 원인으로 돌리고 있지만 자신의 입장에선 불만도 적지 않다.
우선 참가할 수 있는 시간이 맞지 않았고 꼭 받아 보고 싶은 내용, 호감을 갖는 교육 프로그램이 적었다는 그는 『각계 각층의 신자들의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획일화된 교육 탈피해야
교리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려는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정작 신자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 신자들의 구미에 맞는 신자 재교육의 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제는 한 두 가지 물건을 내어 놓고 판매하는 구멍가게식 신자 재교육 수준에서 벗어나 신자들이 원하는 교육을 선택해서 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대별, 구성원별, 관심사와 시대상황별 등에 따른 계층별 교육의 다양화 없이는 갈수록 늘어나는 냉담자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이 일선 사목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10월초에 개설된 서울대교구 민족화해학교와 사회교리학교는 계층별 시대상황별 교육에 적절히 부응한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의를 듣고자 하는 신자가 많아 수강인원에 제한을 두어야 할 정도로 각각 5백여 명과 3백여 명씩의 수강자가 몰려든 두 강좌의 경우처럼 교회도 이제 신자들의 취향과 관심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화 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해 준 셈이다.
무엇보다 민족화해학교 강의를 듣기 위해 미국에서 건너온 재미교포 이태하(53ㆍ모세ㆍLA한인 순교자본당, 본보 95년 10월15일자 참조)씨의 경우를 보듯, 신자들도 이젠 자신이 원하는 강좌가 마련될 경우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수준에 올라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지도자급의 한 평신도는 『알아야지 실천을 하는데 교회의 가르침을 모르고서 어떻게 신자로서 본분을 다할 수 있느냐』며 『교회가 교회다워 지려면 첫째도 교육, 둘째도 교육』임을 강조한다.
교육을 통해서만이 그리스도의 복음을 신앙과 생활안에서 살아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그 가르침을 실천할 수 있도록 투신과 양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덩치만 커진 교회라는 얘기가 자주 회자되는 이유도 바로 교육을 소홀히 한 이유로 꼽는다. 아무리 신자들이 교회로 몰려와도 교육을 통해 신앙이 확고하게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돕지 못하면 현재의 교회 모습은 사상누각이 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공용화돼 가는 본당에서 많은 신자수를 감당하기 힘들다면 「본당 단체별 교육의 활성화와 인근 본당간 또는 지구별로 연대하는 교육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강남의 한 본당 신부는 제안한다.
물론 신자 재교육을 위한 사목연구소나 교리교육연구소 신자 재교육 위원회 등과 같은 전문 연구기구가 설치돼 대상별로 교육자료를 연구하고 필요한 자료나 강사진 공급, 전문가 양성 등을 전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아울러 대두되고 있다.
이제는 성직자나 수도자의 손에서만 이뤄지는 신자 재교육 차원을 넘어 능력있는 평신도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돼야 할 일이다.
투자없이 결실없다
아울러 각 본당 예산 중 신자 재교육을 위해 지출되는 예산을 대폭 확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하게 일고 있다.
신자 수가 1만명이 넘는 일부 본당에서는 전체 교육비 중 주일학교 운영비와 예비자 교육비 등을 제할 경우 예산 중 불과 1%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미래 교회의 사활이 걸려있는 신자 재교육 문제에 이처럼 인색할 경우 2천년대를 향한 교회 복음화는 결국 허구를 쫓게 될 것이라고 뜻있는 교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지적한다.
교육이 돈으로 이뤄진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투자 없이는 결실도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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