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19, 28~30: 루가23, 46: 마태27,50: 마르15, 37)
이 일이 있은후 예수께서는 모든 것이 성서에 쓰여진 대로 다 이루어졌음을 아시고 『목 마르다』라고 말씀하셨다. 이 일은 지금까지 당한 십자가의 수난을 가리키고 모든 일은 아버지께서 아들에게 맡기신 사명을 가리킨다. 성서에 쓰여진 대로 한 것은 복음서에서 예수의 모든 일이 하느님 아버지의 뜻대로 제물로 바쳐졌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 숨을 거두게 됨으로써 이 희생제물을 바치는 제사가 끝난다. 다시 말하면 사명을 완성한다. 요한 복음사가는 일이 끝난다는 말을 복음서 시작에 『처음에』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이 되었다는 말과 연관시켜서 『말씀』의 일대기가 하느님의 뜻을 완성하는 복음서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일대기는 동포 지도자들의 음모로 붙잡히고 재판받고 모욕을 당하고 끝내는 십자가에 못박혀 죽음으로 끝나는데 이 끝남은 패배의 종말이 아니고 승리의 시작이며 마감이라는 것을 초대교회 산자들은 확신하고 있었다. 사도행전에서 신자들은 예수가 사형당하여야 할 아무런 근거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거지 재판으로 십자가형에 처해졌지만 이것은 성서에 기록된 대로 진행된 것이며 그 분은 다시 부활하셨다라고 사도들한테서 가르침을 받았다(사도13, 28~30).
복음서에서 『성서에 쓰여진 대로』란 말은 하느님의 영원한 계획에 따른 구세사의 역정을 어김없이 밟았다는 뜻이다. 예수께서는 이 위업을 달성하고 『목마르다』라고 외치셨다. 예수께서 전교여행을 시작할 때 우물가에서 사마리아 여인을 만나서 『마실 물을 좀 달라』고 요청하셨다(요한4, 7). 여행에 지쳐서 목이 탔기 때문이었다.
그때의 목마름은 앞으로 하실 일을 내다 보시며 일에 목말라 하는 갈증이었다. 지금은 일을 다 치르고 나서 기운이 핍진하여 목마르셨고 인류를 위하여 모든 것을 다 쏟아 붓고 목 마르셨다. 이 목마름은 시편은 이렇게 읊고 있다. 『물이 잦아들듯 맥이 빠지고 뼈 마디 마디 어그러지고 가슴속은 촛물처럼 녹았습니다. 사금파리처럼 목이 타오르고 혀는 입천장에 달라 붙었읍니다』(시편22, 14~15).
여기서 요한 복음서는 사람들이 아마도 병사들이 포도주를 해면에 적셔서 예수의 입에 대었다고 했는데 마르꼬와 마태오는 예수께서 『엘리 엘리』라고 부르짖은 후 포도주를 입에 갖다 댔다고 했다. 전 번의 경우는 갈대에 해면을 꽂아 갖다댔고 요한의 경우는 히솝풀대에 꿰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두 기사는 두 사건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같은 사건을 말하고 있다. 『엘리』라고 부르짖은 것과 『목마르다』라고 부르짖은 것은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십자가상 죽음에 처해서 발한 여섯 번째 말마디를 남겼다. 『다 이루어졌다』 바로 3일 전에 예수께서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당신 손에 맡겨 주신 것과 당신이 하느님께로부터 왔다가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 가게 되었다는 것을 아시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며 서로 사랑하라는 마지막 계명을 주셨다.
지금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사명으로 주신 모든 일을 차질없이 완수하셨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다 이루었다』라고 부르짖었다. 예수께서는 『내가 이 사람들을(제자들을) 위하여 이 몸을 바친다』(요한17, 19)고 하실 때 예수께서는 당신 자신을 희생물로 바치는 사제였고 지금 죽음은 바로 이 희생제사의 완성으로 나타난다. 이제 십자가의 비극이 막을 내린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운명의 쓴잔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시고 일을 끝낸 노동자처럼 『이제 다 이루었다』라고 말씀하셨다. 십자가상 여섯 번째 말씀이다. 그리고 또 한번 큰소리를 내면서 『아버지, 내 영혼을 당신 손에 맡깁니다』라고 마지막 말씀을 남기고 머리를 떨어 뜨리며 숨을 거두셨다. 금요일 오후 3시였다. 사도들은 주님의 이 마지막 말씀을 잊지 못하고 간직하였으며 그들의 부제 스테파노는 순교하면서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아주소서』라고 기도하며 돌에 맞아 죽었고 「요한 행전」이라는 외경서(外經書, 2세기)는 사도 요한의 주 예수의 모범을 따라 같은 기도를 올리며 숨을 거두었다고 전한다. 이후 모든 경건한 그리스도 신자들이 임종기도로 예수의 마지막 말씀을 되풀이한다. 『주여, 모든 것을 당신께 맡기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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