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 우리 학교에 강의 오셨을 때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저희들을 사랑한다고 말씀하셨죠? 그 말이 떠올라 114에 문의해서 전화드리는 거예요. 오늘 집을 나왔는데 갈 곳이 없어요』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밤, 이렇게 해서 한 중3 여학생이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부산에서 태어나 성장한 안나는 중1때 두살 위인 오빠와 함께 영세를 받았으나 지금은 냉담중이라고 했다. 부모님은 안나가 4살 때 이혼을 하여 부산과 제주에서 각각 재혼을 하였다.
『국민학교 5학년때부터 오빠와 함께 가출을 시작했어요. 부산역 주변의 디스코텍이나 노래방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곤 했는데 우리들 세상 같았어요. 그러나 경찰과 청소년 선도위원들에게 붙잡혀 집으로 돌려 보내지곤 했어요. 그런 저를 더 이상 못 받아들이는 새엄마 때문에 저는 올 봄에 엄마가 계시는 이곳에 오게 된거예요. 그런데 겨울방학을 하고 집에만 있으니까 무료했어요. 옛날 친구들과 마음대로 사돌아 다닐 때가 그리워져요. 제가 반항할 때마다 엄마는 몹시 실망하는 눈치예요』
그렇지만 안나의 진짜 두려움은 이것이었다.
『전 엄마를 무척 사랑해요. 그런데 엄마가 저를 다시 버릴까봐 두려워요. 이제 겨우 4살인 개구쟁이 이복동생을 보면 질투를 느껴요. 엄만 그 동생을 무척 사랑하거든요. 저는 그 나이에 버림을 받았는데…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눈물이 나고 엄마에게 반항하고 싶어져요』
1주일후 안나는 엄마에게 용서를 청하는 전화를 걸었다. 집으로 되돌아 가게 된 날 안나는 봉고차에서 활짝 웃으며 말했다.
『수녀님,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넌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라고 써주신 조개껍질을 책상위에 올려 놓겠어요』
청소년들은 가끔 변화 무쌍한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가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이다. 그들이 이성을 되찾아「돌아온 탕자」처럼 처량한 심정이 되었을 때 그들을 둘러싼 주변환경이 문제이다. 그런 청소년들에게「비행청소년」이라는 돌멩이를 던지기보다, 그들을 악이용하려는 유혹의 손길에서 보호해 줄 따뜻한 사람과 쉼터가 교회 안에 많이 필요하다. 그럴 때 그들은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새롭게 시작할 힘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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