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있을 때라면 더욱 그렇다. 지금 김종철(요셉·38·대구대교구 김천 평화본당)씨 가정에게 ‘희망’은 그 누구보다,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서점을 운영하면서 아내와 함께 부모님을 모시고 세 남매를 키우며 행복을 꾸려가던 김씨에게 갑작스런 병마가 찾아든 것은 2009년 11월. 뇌종양이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한창 열심히 일할 나이의 김씨를 쓰러트린 병마는 가정의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가버렸다.
김씨가 쓰러진 뒤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은 이미 3억 원 가까이 이르렀다. 김씨는 현재 의식은 있지만 마음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 돌봐 줄 사람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게다가 머리 부분의 함몰이 진행중이고, 머리 속에 물이 차서 큰 병원으로 몇 차례 이송되기도 했다.
부인 이순미(마리아)씨는 어린 아이들을 돌보느라 남편의 병간호를 할 수도, 마땅한 직장을 구할 수도 없다. 김씨의 어머니 하연숙(카타리나)씨가 병간호를 해오고 있었지만 이제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됐다. 얼마 전 하씨마저 폐암 3기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씨의 부친 김광득씨 또한 노환과 당뇨합병증으로 몸이 불편하다. 간병인을 쓰는 것은 엄두조차 내지 못할 일이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만 허락하신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모진 시련은 왜 이리도 연이어 닥치는 것인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공병원인 김천의료원 측의 배려로 무의탁 환자 병실에 입원해 간병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기간 제한이 있어 언제 다른 병실로 옮겨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
부인 이순미씨는 열심히 기도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쓰지만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 하늘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호스피스 봉사를 하며 어렵게 그와 그의 가족들을 신앙으로 인도했다는 한진순(임마꿀라따)씨는 “희망을 잃지 말자며 기도하라는 말밖에 못해주는 상황인데, 그 말마저도 너무 미안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본당에서도 도움을 주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평화본당 송재준 주임신부는 “교우들이 돌아가며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본당 차원에서는 벅차고 어려운 일”이라며 “보다 많은 이들의 기도와 도움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 이 말이 무척이나 모질게 느껴진다. 모두의 관심과 사랑이 모진 시련을 이겨내는 절실한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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