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다드 화레스, 멕시코 CNS】펠리페 칼데론(Felipe Calderon) 멕시코 대통령이 최근 북부 지역의 국경 도시인 시우다드 화레스(Ciudad Juarez)를 방문했다. 이는 2008년 이후 무려 1만여 명이 넘는 희생자를 낸 불법 무기들을 파괴하고, 지역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그는 한 장교가 폐기하기 위해 모아둔 무기들 가운데 성인들과 과달루페 성모가 새겨진 총기를 발견했다. 무기에 사랑과 신앙의 상징들이 담겨 있던 것이다.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인 멕시코에서 이런 식의 신심 표현은 다양하다. 종교적인 마약 밀매 조직, 소외계층이 숭배하는 산타 무에르테(Santa Muerte, St. Death, 해골의 모습을 한 성녀), 멕시코의 국가적 정체성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는 과달루페의 성모 등이 그 예다.
2010년 인구 조사에 의하면 전체 인구의 84%가 가톨릭 신자인 멕시코이지만 이들의 신앙이 과연 각자의 삶에 어떤 종교적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시되고 있다. 삶과 완전히 유리된 신앙이 오늘날 멕시코교회의 모순이자 과제이다. 주교회의 부의장 텍스코코 빅토르 로드리게스 주교는 10~20%의 신자들이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것으로 집계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의 신앙적 정체성이 일상생활에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달라하라대학교 빅토르 라모스 코르테스 교수는 “종교심이 사회 변혁에 대한 헌신과는 전혀 연관되지 않는다”며 “미사 참례를 하는 신자가 종종 도둑이거나 심지어 마약 밀매자”라고 말한다. 마약 조직의 주요 인물들이 ‘마약 구호금’을 교회에 제공하고, 교회는 그 돈으로 성당을 세우고 보수한다. 코르테스 교수는 범죄 조직과 교회의 결탁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인 듯하지만 멕시코에서는 발생한다며 “상징적인 종교적 실천과 일상생활과는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지난 5년 동안 4만5000여 명의 희생자를 낸 마약 조직과 갱단, 정부군 사이의 전쟁, 그 당사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세례 받은 가톨릭 신자이다. 살티요교구장 라울 베라 로페즈 주교는 이 수치가 교회의 사목적 무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별한 시기에만 교회에 오는 신자들이 멕시코의 공적 영역에서 중요한 몫을 하도록 돕는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교회의 공적 영역에서의 역할은 수십년 동안 논쟁거리였는데, 이는 교회와 정부가 소원한 사이였고, 반성직자법은 사제들이 공식 인정된 곳에서 오직 영적인 문제 이외의 다른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못하도록 제한했기 때문이다. 로드리게스 주교는 이런 제한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권고했던 사회와 관련된 소명들을 사제들이 행하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지적한다.
살티요교구의 미국인 사제인 로버트 쿠간 신부는 역사적으로 볼 때, 가톨릭에 대한 탄압과 저항으로 빚어진 크리스테로 전쟁(Cristero War, 1926~1929)의 체험은 멕시코 신자들로 하여금 자기 방식대로 신앙생활을 하는 후유증을 남겼다고 말했다.
멕시코 가톨릭교회 안에서의 비공식적인 신앙 표현 양식들은 수십년, 아니 멕시코에 복음이 전해지고 가톨리시즘의 기존 원주민 전통과의 적응이 이뤄지던 수세기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중 하나가 해골의 모습을 한 ‘산타 무에르테’이다. 쿠간 신부는 살티요의 감옥에 수감된 사람들 중 40%가 이 ‘죽음의 성인’을 공경하고 기적을 빌고 있다고 전했다.
코르테스 교수는 기복적 신앙 행위는 멕시코에서 일상적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죽음의 성인’에게 범죄자와 범죄 대상 양쪽이 동시에 보호와 도움을 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토착적인 종교 요소와 혼합된 가톨릭 종교는 결국 주술적 사고방식을 야기했다”며 “사람들은 하루를 마치면서 아무런 책임 의식 없이, 단지 내가 마술적인 어떤 종류의 예식을 치렀다면 어쨌든 나는 구원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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