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만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음악’이 있다. 1727년 성 금요일 토마스 교회에서 초연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마태오 수난곡(Matthaus-Passion)’이 그것이다. 연주시간만 해도 3시간에 이르지만, 교회의 합창단에게는 사순음악회 선곡 1순위이며 청중들에게는 한 번쯤은 듣고 싶은 곡으로 뽑힌다. 물론 음악사적으로도 가치와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는 곡이다. ‘음악으로 읽는 수난기’의 두 번째 이야기는 마태오 수난곡이다.
■ 마태오 복음, 음악과 만나다
마태오 복음은 바흐를 비롯해 많은 작곡가들에게 소재가 됐다. 뛰어난 작품들이 만들어졌지만 바흐의 곡 외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자료들이 많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톨릭에서는 라수스와 시스티나 경당을 위해 2개의 화답식 수난곡을 작곡한 빅토리아 등의 작품이 있다. 네 개의 복음서 전체를 가사에 담고 있는 앙트와느 드 롱가바르의 작품(1510년경)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모테트풍(무반주 다성 성악곡) 수난곡이다. 이 작품은 과거에 오브레하트 작품으로 기록되어 있었지만, 실은 앙트와느 드 롱가바르에 의해 작곡됐다.
17세기 오페라와 칸타타 등 극음악의 부흥과 함께 발전한 오라토리오풍 수난곡의 대표곡으로는 C. 프롤과 J 타일레가 각각 작곡한 마태오 수난곡을 뽑을 수 있다. 두 작품은 오라토리오풍 수난곡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예수의 수난기를 응시하는 관찰자의 주관적 심정을 첨부, 청중들의 이해를 돕는 반면 본래의 전례적·성경적 성격을 해치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 위대한 수난곡, 바흐의 ‘마태오 수난곡’
바흐의 마태오 수난곡은 교회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작곡가의 깊은 신앙심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예수의 수난과 고통을 그린 종교음악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또한 이 작품 안에는 복잡한 다성 합창과 단순하고 화성적인 코랄, 화려한 오페라 아리아 못지않은 서정적 아리아, 섬세한 레치타티보(recitativo, 대사내용에 중점을 둔 창법) 등 바로크 음악의 모든 형식이 다 담겨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연주시간이 3시간에 달하는 이 방대한 곡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에는 예수 수난 예언부터 유다의 배신, 최후의 만찬, 겟세마니 동산의 기도 등이, 드라마틱한 2부에는 예수를 세 번 부인한 베드로, 유다의 자살, 십자가에 못 박혀 숨을 거두는 예수 등의 내용이 담겨 있으며, 바로크 음악 형식과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이야기가 전개된다.
바흐는 이 작품을 전례곡으로 작곡했지만 연극적 성격이 강하고 긴 연주시간 때문에, 바흐 선종 이후 1829년 20세의 청년 멘델스존이 발견하기 전까지 한 번도 연주되지 않았다. 멘델스존은 장엄하고 웅장한 이 곡을 베를린 무대에 올리면서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위대한 음악가 ‘바흐’를 대중들에게 소개한 것이다.
이 곡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 의해 무대에 오른다. 그 중에서도 음악 관계자들은 칼 리히터가 지휘하는 뮌헨 바흐오케스트라의 고전적인 음반과 가디너가 지휘하는 몬테베르디 콰이어, 필립 헤레베헤가 지휘하는 콜레기움 보칼레 헨트의 음반들을 명연으로 손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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