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화 ‘유혹을 받으신 예수님’은 아래 복음을 토대로 제작됐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나가시어,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그분께서는 사십 일을 밤낮으로 단식하신 뒤라 시장하셨다. 그런데 유혹자가 그분께 다가와,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들에게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마태 4,1-4)
▲ 첫 번째 창문의 유리화들.
‘유혹을 받으신 예수님’은 유리화 가운데서도 매우 특별한 것에 해당된다. 일반 본당에서 이 같은 주제의 유리화가 등장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작가는 이 성당이 신학생들의 전례 공간으로 사용되는 곳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주제를 선택했을 것이다. 신학생들은 이곳에 모여 아침기도를 바치며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기도를 바치며 하루를 마감한다. 그들은 나날이 예수님을 향해 나아가지만 동시에 그분처럼 나날이 악의 유혹도 받으며 번민 속에 살아간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신학생들이 예수님처럼 하느님께 대한 신앙 안에서 모든 유혹을 극복하고 사제의 길로 나아가기를 바랐을 것이다.
▲ 최영심(1946∼ ),‘유혹을 받으신 예수님’, 유리화, 1997년, 가톨릭대학교(성신교정) 성당, 혜화동, 서울.
악의 유혹은 언제나 우리들 가까이에 있고 때로는 우리의 마음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서 제대로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예수님의 바로 뒤에 있는 악마와 발아래에 있는 돌은 세상의 모든 유혹이 얼마나 우리들 가까이 있는가를 보여준다. 이 세상의 물질에 대한 유혹은 예수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일생 동안 받는 유혹 가운데서도 가장 큰 것이다.
불꽃처럼 타오르며 한평생 동안 따라다니는 악의 유혹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 악과 맞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강하게 일치하는 길밖에 없다. 예수님께서 빛을 향해 겸손한 자세로 무릎을 꿇고 있듯이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겸손하게 살 때 우리는 세상의 이런 저런 유혹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가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