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 놓아서는 안 된다” (마태오복음 19장6절)
{{img2}}나는 요즘 결혼과 이혼이라는 두 가지 숙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결혼전에는 애도 낳아줄 것처럼, 서로가 함께라면 세상 어떤 어려움도 문제가 없다는 젊은 남녀의 모습과 상처로 얼룩진 인생속에서 이혼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오는 부부들의 모습에서 가정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혼인교육때 젊은이들에게 “배우자될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쓰시오”라는 질문에 대부분 단점은 쓰지 못하고 장점만 가득 채운다. 결혼을 앞둔 젊은 남녀의 눈에는 어떠한 단점도 모든 것이 다 사랑스럽게 보이나 보다. 그러나 똑같은 질문을 결혼생활 10년이 지난 부부들에게 하면 결혼 전과는 전혀 다르게 장점은 하나도 안 쓰고 오로지 단점만 가득 적어 놓는다. 이렇듯 결혼 전과 결혼 후가 달라지는 것은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드러나기 때문인 것이다. 한 가정에서 아들과 딸로 자란 우리들은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를 찾는다. 각자가 살아온 가치관에 따라 서로의 뜻과 마음이 맞는 배우자를 찾지만 서로가 같은 성격과 인생관을 지닌 사람들이 만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때로는 전혀 다른 성격의 남녀가 만나서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서로의 장점을 통해 부족함을 메우며 살아간다. 그러기에 피가 섞이지 않은 남남이면서도 촌수를 따질 때 동촌(同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도저히 함께 더는 못살겠다”고 내놓는 이혼사유를 살펴보면 가장 큰 것이 “성격차이”라는 것이다. 생각과 마음이 맞지 않아 도저히 살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결혼할 때 서로의 성격이 다름을 사랑했고 서로의 독특한 개성을 좋아했었다. 결국 사랑할 때는 모든 것이 아무 문제없이 받아들여지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무뎌질 때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부부간에 등을 돌려버리는, 무촌(無寸)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부부는 마주보면 同寸이요, 돌아서면 無寸이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가톨릭교회에서 이혼(離婚)이란 성립되지 않는다.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을 인간이 감히 풀수 없는 불가해소성(不可解消性)이 존재하기에 혼인의 합의가 정당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교회법원을 통해 ‘혼인무효(婚姻無效)’를 선언받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이런 교회 혼인법의 근본 취지는 가톨릭신자의 신앙을 보호하기 위함일 뿐, 서로 헤어진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회적으로 이혼을 한다거나 신앙적 입장에서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하기보다는 체계적이고 준비된 결혼을 해야 한다. 너무 쉽게 감정에 이끌려 결혼의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진중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며 가치관과 인생관, 그리고 경제관념과 성실함을 체크하고 서로가 무엇이 다르고 어떤 부분이 일치하는가를 면밀히 분석해 보아야 한다. 교회에서는 도저히 함께 결혼생활을 계속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별거(別居)’를 통하여 서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생각할 시간을 갖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가톨릭신자들이 결혼해서 함께 살다가 사회적으로 이혼을 했다 하더라도 재혼(再婚)하기 전까지는 ‘별거’로 인정하기에 성사생활을 하는데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이혼하고 재혼하였거나 교회법적인 혼인을 하지 않고 사는 경우에는 10계명 중 6계명을 거스리는 것으로 고해성사나 영성체가 허락되지 않으며 이러한 혼인의 장애(조당)가 해결되기 전에는 자녀들의 유아세례도 허락되지 않는다.
부부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가정이 지속되는 중요한 요건은 서로가 어떻게 사랑을 키워가는가? 하는 문제이다. 부부가 함께한다는 것은 내가 먼저 이해하고 사랑하겠다는 결심과 그 어떤 것도 수용한다는 마음의 자세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마음으로 현실안에서 사랑을 키워가는 부부들이었으면 좋겠다.
“부부들이여! 꿈에서 깨어나라.”
가정/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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