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3박4일간 제주도로 직원 워크숍을 갔다가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한 성당에서 주일 새벽미사를 참례하게 됐다. 갈 때는 펜션 주인이 데려다줬는데, 돌아오는 길이 난감했다. 마침 미사에 참례했던 택시기사 형제가 정원초과 인원들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데려다주며 택시요금도 받지 않았다. 미안해하는 우리에게 “내 본당을 찾아 주신 고마운 형제, 자매님께 어떻게 요금을 받나요”라고 말한다. ‘노형성당’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바오로 형제’가 생각날 것 같다.
내가 다니던 본당의 00O신부는 성사 집행과 본당 일에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도움이 필요한 곳곳을 찾아다니느라 늘 분주했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정의롭지 못한 일을 바로잡기 위한 시간이었다. 다소 불평하는 신자들도 없지 않지만 모두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나를 도와 줄 사람 1위’로 000신부를 꼽는다. 가난한 사람, 억울한 사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모른 척 하지 않은 그의 모습이 예수님과 닮아있다.
성사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사랑을 나타내주는 징표’이다.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주는 예수님이 ‘하느님의 성사’라면,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주는 교회는 ‘그리스도의 성사’이고,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우리는 ‘교회의 성사’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 교회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책임이 있다. 바르지 못한 행동 하나를 통해 교회가, 그리스도가, 하느님이 상처받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자신을 반성하며 살아가는 사순시기를 보내야겠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