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구성원의 수가 줄어들고 개인주의가 만연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상처투성이다. 가족에게 받은 상처, 친구에게 받은 상처, 직장과 사회에서 받은 상처, 그리고 누군가에게 준 상처. 누구나 아픔을 지니고 있지만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야할지 모른 채 살아간다. 상처입고 갈 길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청년들을 치유해나가는 프로그램, ‘한국선택협의회 수원선택’을 찾아가봤다.
‘선택’은 청년들이 대화를 통해 자아를 찾아나가며 자신들이 맺고 있는 인간 관계 안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그 관계에 충실함으로써 가정, 사회, 교회 공동체 그리고 하느님께 더욱 깊은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개발된 프로그램이다. 1975년 미국에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M.E.주말을 기반으로 청년들도 대화와 깊은 소속감으로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어 1983년 한국에 도입됐고 1988년 12월에는 수원교구에도 설립됐다. 68차례의 선택주말을 실시한 수원선택에는 지금까지 2700여명의 청년들이 거쳐 갔다.
‘알고 사랑하며 나누기 위하여(To kn ow, love and serve you)’(선택 슬로건).
‘선택’은 다른 청년프로그램에 비해 찬양, 기도 등보다 나눔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청년들은 마음을 열고 자신의 삶과 고민, 아픔 등을 서로 나누고 자신이 나아가야할 길을 찾아간다. 또 그 안에는 성직자, 수도자를 비롯 청년을 알고 사랑하고 대화하고자 하는 부부들도 함께해 청년들과 삶의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세대간, 그리고 교회 구성원 사이의 일치를 촉진한다.
“지금까지는 내 갈 길만을 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귀를 열어 소통하게 됐죠. 지금까지는 개인지향적 삶을 살아왔지만 이제는 관계중심적인 삶을 살고 공동체적인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김영헌 안드레아·32)
‘선택’이 말하는 선택은 ‘직업 선택’도 ‘배우자 선택’도 아니다. 인간관계와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소속감을 키우고, 이 소속감을 통해 공동체의 일치를 선택하는 것이다. 청년들은 이 선택을 통해 자신의 일이나 역할 속에서, 혹은 관계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발견해 나간다.
“자기를 발견하고 주변사람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고 되돌아보게 됐어요. 이제 가정, 회사생활 등의 인간관계에서 사람을 대할 때 사랑·나눔의 마음으로 편안하게 대할 수 있게 됐어요.”(류보람 아가다·27)
‘선택’을 경험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상처받은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하느님과의 관계에 주 초점을 맞춘 다른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선택’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집중한다. 건성으로 듣는 습관이나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것, 불성실 등 자신에게 혹은 주변사람에게 숨어 있는 인간관계를 가로막는 요인들을 되돌아보고 이를 치유해나간다. 그리고 청년들은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하느님과의 관계를 개선해나간다.
‘선택’은 교회의 가르침과 가치관에 기초한 프로그램이지만 비신자인 청년들에게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정도로 보편적인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비신자로서 ‘선택’에 참가해 교회공동체에 감명을 받고 세례를 받은 사례도 적지 않다. 9차례에 걸쳐 봉사자로서 선택에 참가한 권선영(요셉·오산본당)씨는 “‘선택’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고민하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치유해 나가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라면서 “비신자분들이 우리의 모습과 미사를 보고 느껴 세례를 받는 경우도 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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