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 충실하는 것이 모든 교구민들에게 충실하는 것이라고 서품식 내내 생각했습니다. 항상 하느님 앞에 서 있다는 자세로 교구장님이신 김남수 주교님을 열심히 모시면서 부족한 점을 하나 하나씩 배워 가겠습니다』
2월 22일 오후 2시,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수원교구 부주교로 서품된 최덕기(바오로·48)주교는 시종 겸손한 자세로 서품소감을 피력했다.
유일한 40대 주교로 주교단의 일원이 됨으로써 교구민을 비롯한 한국교회의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된 최덕기 주교는 평소 자신의 성품을 반영하듯 환한 미소를 머금은채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했다.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주인이기에 우리는 그분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분을 철저히 알고 배우는 일에 충실하다보면 우리 교회도 제자리를 찾아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다고 봅니다』
특별히 최 주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 세상을 위한 교회, 교회 구성원 모두 함께 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는 3가지 의미를 함축시켜 사목지표를 「그리스도와 함께」로 정했다고 밝히고 이것은 곧 그리스도의 뜻을 따라 사목함으로써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사랑의 교회 공동체를 이루어 세상 구원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보좌주교와는 달리 부주교로 서품됨에 따라 교구장 공석시 특별한 선임 절차없이 곧바로 교구장이 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기도 한 최 주교는 이문희 대주교와 김지석 주교 이후 드물게 부주교로 임명됐었다.
신자수를 비롯한 교세에서 서울대교구 다음가는 교구로 성장한 수원교구를 현 교구장인 김남수 주교의 뒤를 이어 맡게 될 최 주교는 무엇보다 가정문제와 청소년문제가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고 이런 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나갈 뜻을 내 비추기도 했다.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사목신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목자답게 최덕기 주교는 특히 현재 처해있는 한국교회의 당면과제인 냉담자문제와 신자증가 둔화문제, 본당 대형화 문제 등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피력하고 일선 사목자들과의 깊은 연구를 통해 조직과 교육적 문제로 그 원인과 처방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원교구에 새 주교가 탄생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을때마다 후보로 올라있었던 최 주교는 정작 자신이 주교로 임명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필리핀에서 EAPI연수 중 소식을 듣고 무척 당황했었다고 한다.
『임명소식을 듣고 밤새 기도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주교가 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기도하고 또 기도했습니다만 결국 그 부르심속에는 하느님의 음성이 들어 있다는 생각에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스도의 부르심과 인간적인 부족함 사이에서 고뇌를 거듭하다 주교직을 허락했다는 최덕기 주교는 『이후 부족한 것은 하느님이 채워주시지 않겠느냐』며 우선 『교구장님인 김 주교님의 뜻을 잘 받들어 잘 배우고 시대의 징표를 똑바로 읽을수 있는 눈을 가질수 있도록 기도하고 공부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다짐했다.
1월25일 수원교구 부주교로 임명된 뒤 줄곧 성라자로 마을 피정의 집에서 개인피정에 들어갔던 최 주교는 이날 서품식에 이어 2월25일 오전 10시30분 수원교구 주교좌 본당인 조원동성당에서 대미사를 집전하고 첫 공식 사목활동에 들어갔다.
1948년 경기도 평택군 서탄면 수월암리에서 2남4녀 중 다섯째로 태어난 최 주교는 66년 성신고등학교를 거쳐 73년 가톨릭대학을 졸업했다. 75년 독일 아이쉬태트대학 신학석사를 마치고 같은해 10월10일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83년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사목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83년 부곡본당 주임 직무대리를 시작으로 수원 가톨릭대학 교수, 남양, 군포본당 주임을 역임했으며 90년부터 5년간 교구 사목국장을 역임, 늘어나는 교세증가에 능동적으로 대체하는 교구 사목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와 함께 이때 사목연구소 설립을 제안하는 등 연구소 설치에 산파역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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