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23, 45: 마태27, 51~53: 마르15, 38)
예수의 숨거두심과 거의 동시에 자연에서는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다. 첫째, 성전의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두 쪽으로 찢어졌다. 예루살렘 성전은 희생제물을 바치는 제단 뒤에 거룩한 영역으로 되어 있는 내진(內陳)이 있다. 이 영역은 하느님의 거처로 언제나 가리워져 있다. 내진은 또 다시 두 칸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 칸을 성소(聖所)라 하고 깊숙한 곳의 두 번째 칸을 지성소(至聖所)라 한다.
지성소는 옛날 이스라엘인들이 에집트 탈출시 광야를 헤맬 때 하느님의 명을 따라 모세가 만든 장막(帳幕)(출애25~35장 : 35~40장)대신 솔로몬이 성전을 지으며 마련한 곳이다. 옛 성막에는 성약의 궤(聖約櫃)가 모셔졌고 그 안에는 만나가 든 금그릇(출애10, 32이하)과 꽃이 핀 아론의 지팡이(민수17, 10)가 들어 있었는데 성약의 궤 위에는 하느님을 모시는 2위의 지천신(智天神) 케루핌이 날개를 펴고 지키고 있었다.
성소라 불리는 첫 칸, 즉 앞 칸에는 칠지(七枝)촛대와 제삿상이 있었는데 제관들은 여기서 분향을 하였다.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가 임무수행을 하고 있었던 곳이 이곳이다(루가1, 8~9). 둘째칸, 즉 깊숙한 곳은 지성소로서 아무도 접근할 수 없었고 오직 대제관만이 일 년에 한 번 속죄의 날 성소 밖의 희생제물 제단에서 잡은 속죄양의 피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실 때 대제관은 동물의 피를 흘려 이 지성소에 가지고 들어가고 있었다고 한다. 지성소가 이렇듯 엄엄한 곳이었기 때문에 성소와 지성소 사이에 휘장을 쳐서 인간세계와 차단하였다.
이상 지성소에 관한 정보는 히브리서에 따른 것이지만(히브 9, 1 이하) 지성소에 모셨던 성약의 궤는 기원전 587년 바빌론의 나브크도노솔(공동번역: 느브갓네살)왕의 침공시 성전파명과 함께 파괴되어 그 이후 그 소재를 언급한 기록이 아무데도 없다. 그러니 예수 당시의 지성소는 장막으로 가리워져 접근불가 성역으로 되어 있었을 뿐 그 안에 무엇이 모셔졌는지 모른다. 마태오 복음서는 예수께서 숨을 거두실 때 이 장막이 두 쪽으로 찢어졌다고 전한다. 이것은 지금까지 가리워졌던 하느님의 처소가 모든 사람에게 열렸으며 하느님께로 가는 길이 이제부터 모든 사람에게 트였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이것은 또한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이것은 또한 구약시대가 끝나고 신약시대가 새롭게 열린 것을 뜻한다. 이것은 히브리서가 해석한 대로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대사제로 오셨고 이제부터는 더 크고 더 완전한 성전에서 일하실 것이며 그 성전은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이 아니고 바로 하느님 나라의 성전이다. 그분은 염소나 송아지의 피가 아니고 당신 자신이 흘린 피를 가지고 단 한번 영원히 지성소에 들어가셔서 우리에서 속죄의 길을 열어 주셨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의 희생 제물로 죽으심으로써 우리에게 영원한 구원을 가져다 주셨고 하느님과 우리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새로운 성약의 중재자가 되셨다(히브9, 11~12). 이것이 지성소의 장막이 찢어진 일의 상징적 뜻이다.
이 기이한 현상과 함께 천지간에 이변이 일어났다. 땅이 뒤흔들리고 몇몇 바위가 갈라지고 몇몇 무덤들이 열리면서 잠들었던 많은 옛 성인들이 다시 살아났다. 이 기사는 유독 마태오만이 기록하고 있는데 이 현상들을 전하면서 마태오는 죄 없는 예수를 처형했다는 증거로 놀라운 지변이 일어났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는 천지의 주재자이신 하느님의 능력을 가지신 분이며 산 이와 죽은 이의 주님이시라는 것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다. 이 기이한 현상들은 성서에서 묵시문학적인 현상이다(묵시6, 12 8, 5 11, 13 16, 18). 성서에서 지진을 언급할 때는 하느님의 현존을 알리는 표로 기록되기도 하고(열왕상19, 11 출애19, 18) 주님의 마지막 날을 알리는 징표로 기록되기도 한다(이사29, 6 마태24, 7 마르13, 8 루가21, 11). 자연현상으로는 팔레스티나는 연간 6번 정도의 가벼운 지진이 있고 한 세기에 한두 번의 대지진이 있는 지방이라고 한다. 역사가 요세푸스의 기록에 따르면 헤로데 시대에 몇 번의 지진이 있었다고 한다. 바위에 금이가고 묘석이 깨지는 것은 지진에 영향을 받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자연현상적인 견지를 떠나 마태오는 예수의 죽음으로 주님의 날이 결정적으로 열렸다는 것을 가르치려고 한다.
다만 무덤이 열리고 옛 성인들이 살아나서 예수께서 부활하신 뒤에 거룩한 도시에 들어가 많은 사람들에 나타났다 라는 기사는 성서원문 비판학적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심으로써 모든 믿는 사람들이 부활한다는 것은 사도들의 가르침이지만 예수께서는 부활한 첫 사람이어야 한다(고린전15, 20 골로1, 18). 마태오의 옛 성인들의 부활기사는 에제키엘서 37장의 대부활(12절)을 연상케 하는데 이 기사는 여기 27장 52~53절에 있을 것이 아니라 28장 2절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아마도 원고정리 때 잘못 삽입되었으리라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이들이 무덤에서 나와 예루살렘에 들어가 많은 사람들에게 나타났다고 했는데 누가 나타났으며 누구에게 나타났는지 자세히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마태오는 예수께서 죽음 후에 고성소에 내려가 옛 성인들을 풀어 주어 다시 살아나게 하셨다는 초대교회의 신앙(사도신경 베드전3, 19 4, 6)을 반영하였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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