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에 대한 일반적 이해
사실 교회의 역사 안에서 은총에 관한 공식적인 가르침은 본성(인간의 자유 측면)과 은총의 효과에 관한 두 가지 근본적인 왜곡에 대해 응답하기 위해서 정리된 것이었다. 하나는 지나칠 정도로 인간의 자유에 대해서 낙관적이었던 펠라지우스주의(Pelaginism)였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자유에 대해서 너무나 비관적이었던 프로테스탄트주의(Protestantism)였다. 교회는 펠라지우스주의에 대한 반향으로 모든 사람의 삶에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은총이 필요하다는 것을 오량쥐 공의회(529년, 덴징어 389, 391)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확언했고 프로테스탄트주의를 반대하기 위해서 우리 인간은 그리스도의 은총에 의해서 만 내적으로 변형된다는 것을 트렌트 공의회(1547년 제6회기, 덴징어 155∼2)를 통해서 단언했다.
그러나 트렌트 공의회 이후에도 인간의 자유와 신적 도움(gratiaactualis 도움의 은총)의 관계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으나 문제해결은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신학의 흐름이 성서와 교부문헌들에 대한 연구 결과에 의해 자극과 함께 영향을 받게 됨으로써 전환되기 시작했다. 그 계기는 교황 레오 13세가 1897년에 내놓으신 회칙 서한 (Divinum Illud Munus)에 의해서 만들어졌는데 그로 인하여 교회가 새로운 차원의 은총이해를 시작했음을 보여준 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과 그 후속 문헌들이다. 요지는 인간의 내적 쇄신은 성령이 인간 안에 기거하심과 동시에 그로써 이루어지는 인간과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결합을 통해서 실현된다는 것이다. 즉 은총 자체이신 하느님께서 선사하시는 당신의 영이신 성령의 거하심과 또 그분의 활동이라고 말해지는 은총에 의해서 인간은 성화되고 변형되어 그리스도와 결합된다는 것이다. 그 내용들을 본문들을 통해서 획인해 보겠다. 먼저 교황 레오 13세의Divinum Illud Munus가 은총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느님은 은총에 의해 가장 친밀하면서도 단일한 방법으로 성전 안에서처럼 의로운 영혼 안에 거하신다… 그런데 정확히 거하심이라고 불리우는 이 놀라운 결합은 삼위 전체의 신적 현존에 의해 가장 확실하게 이루어진다. : 『우리는 그에게로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입니다』(요한(14,23):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은 특별한 방법으로 성령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덴징어 3330, 3331).
그리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에서 대표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라면 교회헌장(1964년) 4항을 들 수 있겠다.
… 성령을 통하여 성부는 죄로 죽은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시며… 성령은 교회와 신도들의 마음을 성전삼아 그 안에 거처하시고 (I 고린3, 16: 6, 9), 그 안에서 기도하시며 그들이 하느님의 자녀임을 증거하신다 (갈라4, 6: 로마8, 15~16, 26)… 성령은 복음의 힘으로 교회를 젊어지게 하시며 항상 새롭게 하시어 신랑이신 그리스도와 일치를 완성시키신다.
이렇게 은총을 하느님의 의지와 행위 안에서 새롭게 이해하게 됨으로써 성사를 단순히 『은총의 표상』 즉 『은총을 물리적(육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을 갖는 것 정도의 단순한 이해의 수준에서 벗어나 창조되지 않는 은총으로서 하느님의 구원의지와 창조된 은총으로서 하느님의 구원행위를 성령의 거하심과 활동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적인 결합을 통하여 실감하게 하는 성사라는 차원으로 폭넓으면서도 깊게 이해해 나가게 된 것이 교회 안에서 공인된 현대신학의 한 흐름이다(교회헌장12, 13항 : 전례헌장 59 참조).
②그리스도와의 해후
성사의 기능을 현대 성사신학적으로 이해해 보려는 다른 시도가 상기의 주제아래 이루어지고 있다. 이 작업은 화란의 신학자 에드와르드 스킬레벡쓰(E. Schille-beeckx)와 맥을 같이하는 이들에 의해서 추진되고 있는 중이다. 스킬레벡쓰는 1950~60년대에 토마스 아퀴나스의 성사관에 충실하면서도 후기 스콜라주의의 옹졸한 성사관에서 탈피한 성사신학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가 성사의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 전제로 했던 점은 성사가 『외적인 표상』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일단 두 인격 간의 실존적 해후에서 겪게되는 것이 성사 안에서 체험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제안했다. 말하자면 두 인격이 단지 서로 만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깊이있게 해후할 때 그 둘은 상대방이 신비로운 존재라는 것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가령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여타의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나 가치를 상대방의 외형적인 모습을 건너뛰어 넘고서 보게 되는데 이때 그들이 사랑에 빠져 이루는 해후 안에서 하게 되는 들을 수 있는 말이나 볼 수 있는 몸짓들로 이루어진 대화가 바로 외적인 표상(상징)이라는 것이다. 즉 그 표상(상징)은 사랑이라고 하는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감춰진 실체를 상대방에게 드러내 보여주고 만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대화라는 두 인격의 신비성이 실존적으로 드러나고 그로써 자신을 충족시키는 것은 인간의 육체성(물체성)이라는 표상(상징)을 통해서라는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