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통일구상의 첫 걸음은 남북한의 정치적 평화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한반도에 위치하고 있는 두 개의 정치집단이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조직적 폭력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궁극적으로 공동이익을 추구하고 공동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남북한이 상대방의 존재부정 대신에 존재 인정의 기반 위에서 자신의 존재를 실현시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반도의 남북한 관계는 상대방의 존재 부정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보하려는 적대 관계의 모습으로 시작되었으며 특히 북한이 현재와 같은 대남 정책이나 통일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은 현실적으로 마련되기 어렵게 됐다.
한반도의 평화체재 구축은 남북한의 정치적 평화의 기반조성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대남 정책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아울러 남북한은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는 초보적인 정치적 평화를 이룬 후에야 비로소 상호간의 이익 추구 과정에서 조직적인 폭력 수단을 사용하지 않는 군사적 평화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군사적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첫째, 휴전 체제에서 평화 체제로의 전환기간 중 상호 억제 체제의 유지, 둘째, 남북한 불가침 선언의 실질적 이행, 셋째, 군사적 신뢰 구축 방안의 실천, 넷째, 한반도의 군비축소, 다섯째, 남북한의 평화 협정과 국제적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한반도의 통일구상은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는 정치적 평화를 기반으로 조직적인 폭력수단을 사용하지 않는 군사적 평화의 추구를 우선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21세기를 내다보는 미래지향적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서는 근대적 의미의 정치, 군사적 평화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탈근대적 의미의 통일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탈근대적 의미의 통일을 한반도에서 실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현대 세계 질서의 탈 근대적 변화 추세를 조심스럽게 검토해야 한다.
즉 변화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한반도의 미래지향적 통일 구상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근대적 의미의 평화 체제의 마련과 함께 더 나아가 복합화 된 활동 목표를 함께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의 모색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남북한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과 고려 민주 연방 공화국안은 21세기를 위한 한반도 복합국가 형성의 시각에서 보면,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북한의 연방안은 형식상으로는 연방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내용상으로는 북한의 자율성은 극대화되는 대신에 남한의 실질적인 자율성이 부정되고 있으며 동시에 지역 또는 세계질서, 그리고 지방단위체를 품지 못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통일 방안도 남북연합의 단계를 두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근대 국가의 완성 형태인 통일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21세기를 위한 탈근대지향적 복합국가를 한반도에 형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남한과 북한이 독립된 삶의 단위체로서 그 나름의 상대적인 자율성을 가지는 동시에 남한과 북한이 동시에 하나의 단위체로서 작동할 수 있는 이중적 정체성을 형성해야 한다.
한반도의 탈근대적 통일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단위체의 복합화와 함께 활동 목표의 복합화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
근대국가의 전형적인 활동 목표가 일국중심의 부국과 강병이라면 한반도의 새로운 복합국가는 남한과 북한의 개별 구성원의 부와 남한의 부와 북한의 부, 한반도의 부를 지역 또는 세계번영 질서와의 협조 속에서 추구해야 하며 동시에 남한과 북한의 개인 안보와 남한과 북한의 안보, 한반도의 안보를 지역 또는 세계안보 질서와의 협조 속에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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