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주화 과정에 있어서 교회의 역할을 엄정한 정치학적 시각으로 분석한 저서가 발간됐다.
「한국정치와 교회-국가 갈등」(소나무 간)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젊은 소장 정치학자 김녕(엠마누엘ㆍ38)씨가 미국에서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을 번역, 보완한 것으로 가톨릭 사회과학연구소(구 가톨릭 정의평화연구소)의 「현대사회 연구시리즈」세번째권으로 출간됐다.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핵심적 측면의 하나인 국가-교회의 문제는 아직 학자들에 의해 체계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한국 민주화 과정에서 교회의 역할」에 대한 본격 연구서로서 이 저서는 정치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더 많은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서 저자가 보여주는 통찰력의 장점은 그 자신이 독실한 신자로서 천주교의 교리, 신앙, 철학 등 내면적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는 또한 훈련받은 정치학도로서 냉정한 정치학의 분석적 관점에서 교회를 정치학적 측면에서 객관적으로 분석, 평가하고 있다. 그가 종교와 정치의 양면을 모두 다룸에 있어 뛰어난 분석과 통찰력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여기에 기인하는 듯 하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저자는「교회의 정치적 개입과 갈등」에 대해 이론적으로 고찰하고 있는 1부에서 형성된 「종교정치학적 시각」을 바탕으로 이를 제2부 「교회 국가 갈등과 한국정치」에서 70, 80년대 교회-정치간 갈등 사례에 적용해 분석한다.
저자는 보수적이었던 한국교회가 왜 70, 80년대에는 중요한 정치적 반대세력의 하나로서 권위주의와 대결했는지, 종교조직에 불과한 천주교회가 사회정치적으로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인지를 문제의식으로 갖는다. 이를 바탕으로 1부에서는 교회의 정치개입이 대외적으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그 이후의 사회교리 때문이고, 대내적으로는 증가하는 정치적 억압에 대한 교회의 대응이었다는 두 가지 가설을 검증한다. 이러한 논의는 곧 「종교 정치학적 시각」을 구성한다.
이어서 제2부는 천주교의 도입부터 70년대까지 한국의 교회-국가관계에 대해 개괄한 후 70, 80년대 교회-국가 갈등의 주요 사례 10가지를 분석했다. 이 사례에는 지 주교 사건, 명동 3ㆍ1 사건, 동일방직 사건, 오원춘 사건, 부산 미문화원 방화, 박종철군 고문치사, 김대중 지지 사건, 통일 운동 등이 포함된다.
저자는 사례연구를 통해 몇 가지 결론을 이끌어내는데 특히 국가가 독재적이고 압제적이 되면 될수록 교회는 예언자적 역할을 수행하며 사회 정치적 문제에 더욱 직접적으로 개입하게 된다고 공식화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 교회는 그 역할에 대한 규범적, 구조적, 그리고 형태적 제약을 받으면서도 사회정치적 변화에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민주화 이후의 교회 역할에 대해서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한 걸음 진전된 질문을 던진다. 민주화, 독재와의 투쟁이라는 목표가 사라진 후 교회는 사회 안에서 어떤 역할을 스스로에게 부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저자가 애당초 정치학을 연구하면서 가지고 있었던 물음, 즉 「정치학을 포괄하는 삶의 궁극적 지표이며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의문과도 연결된다. 이 의문에 대한 저자 나름의 답은 「참다운 인간화」이다. 민주화가 교회 본연의 사명인 「인간화」 자체가 아니며 인간화는 민주화를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인 것이다.
따라서 민주화로의 이행이 이루어졌다 해도 이 시대에 도덕적, 정신적 좌표를 제시하고 정치과정을 주시해 그 비도덕성을 고발하는 교회의 예언자적 역할이 늘 절실하게 요구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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