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른들의 일부가 아니예요. 어른들의 눈으로 우리를 보지 말았으면 합니다. 우리를 관심어린 눈으로 보아주는 시선이 무척 기다려집니다. 누군가 우리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때 우리는 더욱 신이 납니다』
『우리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어 주세요. 우리 힘으로 무언가를 해낸다는 것 그 자체가 저희에게는 큰 기쁨입니다』
『일요일 하루만 성당에 와서 교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항상 열려져 있는 그런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답답하고 딱딱한 의자가 있는 지금과 같은 교리실이 아니라 편안하고 함께 어울리기 좋은 그런 공간을 원합니다. 그런 곳에서는 수염기른 근엄한 예수님이 아니라 우리를 이해해 주시는 젊은 예수님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지난 1월21일 잠실 올림픽 제2경기장에서 열렸던 서울대교구 제1회 청소년 큰잔치 대미사에서는 남녀 주일학교 학생 2명이 김수환 추기경과 미사를 공동 집전한 사제단, 수천 명의 여러 친구들 앞에서 주일학교에 관한 「희망사항」을 발표했다.
「우리들만이 하고 싶은 무엇들」「우리 힘으로 무언가를 해낸다는 것」등 10대 청소년들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이해해 달라는 그들의 호소는 간절했다.
특히 『누군가 우리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때 우리는 더욱 신이 난다』는 발표 학생들의 마지막 말은 교회 기존 어른신자들 마음을 애잔하고 미안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했다.
청소년 사목에 관심있는 한 교육학자의 표현대로 현재의 가톨릭 주일학교 모습은 『서태지와 아이들에 관심있는 학생들에게 주현미의 트로트 가요를 무조건 들려주는 형국』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주파수를 잡지 못하고 교회가 주고 싶은 것들만 주어왔다.
한국교회 주일학교 시작을 70년경이라고 볼 때 거의 사반세기를 지나오는 가운데 주일학교 교육은 거의 같은 형태를 유지해 왔다. 복음선교와 교세확장에 관심을 가졌던 교회는 젊은이들에게「그들만이 하고 싶은 그 무엇을」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예수님 얘기」에 눈길을 돌리지 못했다. 찾아오는 청소년들을 포용하는 정도에 그친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모습들은 입시제도 영향도 있지만 많은 청소년 신자들의 유실과 방치상태를 가져왔다.
가톨릭 신앙생활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교회 내 학생들이 주일학교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별로 얻는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다양한 성격의 서클 조직」등이 현재 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주일학교 과제라고 꼽았다.
최근 청소년 사목 활성화와 관련 많은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제 의견들에 앞서 제일 중요한 것은 『그들의 특성을 아는 것, 그들이 무엇을 바라고 원하는지 바라볼 수 있는 기본적인 시선』이라고 한 청소년 사목 관계자는 지적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성장 단계 특성 요소 중 하나가 조직적 구성능력이다. 이들은 초등부 아이들과는 달리 조직을 구성하고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할 소질을 가지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교회는 고정된 기존 시각에서 탈피, 청소년들의 영성을 이해하고 그들의 능력을 인정하면서 교회 내에 청소년 고유문화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배려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지난 1월27일 서울 시흥본당 중고등부 학생회는 주일 학생미사에서 『앞으로 성당을 교제ㆍ친목의 장소가 아닌 하느님을 중요시하는 장소로 이끌어가겠다』 고 지도신부와 부모님들 앞에서 서약했다. 이는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었고 그들 스스로 회의를 통해 결정, 미사전례 중에 발표한 것이었다.
시흥본당 중고등부 학생회의 사례는 여건만 마련해주고 지원과 격려로 지켜봐 준다면 그들 스스로 창조적인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고 만들어 갈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들의 시각에 주파수를 맞춘다는 것은 미사 전례 면에서도 더 많은 노력과 관심을 필요로 하고 있다. 1월21일 서울대교구 청소년 큰잔치 대미사는 이런 면에서도 청소년 사목 활성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2시간여 계속된, 어찌보면 지겹다고도 할 수 있는 미사였지만 학생들은 그들 취향에 맞는 음악과 성가속에 정말 하나로 뭉쳐 기쁨의 제사를 올렸다. 교회 어른들과 하나되어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신나는 성가를 함께 합창하면서 그들은 자신들을 위해 교회가 마련한 「수요자 중심」의 잔치를 모처럼 포식(?)하는 모습이었다.
행사를 마치고도 자리를 뜰 줄 모르고 성가를 합창하는 모습이나 기념촬영 등을 하며 즐거운 표정을 짓는 그들의 모습은 교회가 관심만 증진 시킨다면 청소년 사목 활성화는 요원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으면 청소년 사목이 꽃 필 가능성은 없다』는 한 사제의 지적처럼 교회는 그들 나름대로의 관심과 취향, 언어적 관행, 행위규칙들을 인정하고 수용할 때, 즉 「그들의 마음을 알아줄 때」젊은이들은 끓어넘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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