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27,54~56 마르15,39~40 루가23,47~49)
예수의 십자가형 집행을 지휘 감시하고 있던 로마군의 한 백부장은 예수께 대하여 반대 감정을 가질 필요도 없었고 예수께 대한 동정심을 가지지도 않았다. 그는 아무 편견도 없이 그저 냉정하게 자기 임무에만 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예수께서 죽음에 임하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감동을 받았다. 그는 십자가에서 죽어가는 죄인들을 많이 보아 왔기 때문에 그들의 마지막 장면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죽어가면서도 죽지 않으려고 몸부림치고 배고픔, 갈증, 육체적 아픔 등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몸부림치며 억울하다는 듯이 온갖 욕설을 대상도 없이 퍼붓다가 끝내는 경련을 일으키며 눈을 감지않고 죽어간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그 온갖 육체적 정신적 시달림에도 불구하고 평정을 잃지않고 완전 자기 통제를 하는데 백부장은 놀랐다.
자기 부하들의 무지의 소행에 대하여 용서를 비는가 하면 그 처참한 마지막 순간에는 하느님께 기도를 올리며 숨을 거두셨다. 머리를 뚝 떨어뜨리는 것을 보고 그의 죽음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죽음과 동시에 땅이 흔들리고 여러 가지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백부장은 감동과 더불어 종교적인 경외심마저 들었다.
이 사람이야 말로 의인이었구나 라고 생각하였고 그를 십자가에 못박게 한 유대인들이 비아냥대던 말이 그에게는 조소가 아니고 참말로 들렸다. 『이 사람이야 말로 정말 하느님의 아들이었구나』 그의 졸개들도 같은 생각을 하였고 무지의 소행이라 하더라도 자기들의 한 일을 후회하며 가슴을 쳤다. 옳은 것을 옳게 보는 정직한 사람이었다.
이 백부장에 대하여 그 후 아무말이 없지만 틀림없이 구원을 받았을 것이다. 예수의 친지들은 좀 떨어진 거리에서 십자가의 현장과 그 후의 일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마도 그들은 경비병들의 제재를 받아 십자가 바로 곁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밀려나가 있었을 것이다. 성모 마리아와 요한은 끝까지 십자가 곁에서 아드님의 죽음을 지켜 보고 있었을 것이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예수의 친지들은 갈릴래아에서부터 예수를 따라 다니며 시중들던 거룩한 부인들이다(마르15,40 루가23,49).
이 부인들은 예수의 부활후 무덤을 찾아 갈 것이다(루가24,10). 이 부인들은 오늘의 용어를 빌리자면 「예수봉사 부녀회」회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명단은 복음서에서 다섯번 언급된다. 1)갈릴래아에서 (루가8,3):막달라의 마리아, 쿠자의 아내 요한나, 수산나, 다른 여자들 2)십자가 밑에 (요한19,25):성모 마리아, 이모,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 3)십자가의 죽음을 떨어진 곳에서 지켜본 여자들(마태27,55 마르 15,40): 막달라 마리아, 야고보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 제베대오의 아들들의 어머니(마르꼬는 살로메라고 했다) 4) 무덤을 찾은 여자들(마태28, 1 마르16,1):막달라의 마리아,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마태오는 다른 마리아라고 했다), 살로메 5) 부활소식을 전한 여자들(루가24,10): 막달라의 마리아, 야고보의 어머니, 요한나, 다른 여자들.
이렇게 다섯번 언급되는 봉사 여인들의 명단을 비교해 보면 막달라의 마리아 이름이 다섯번 다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 회의 주도적 역할을 한 것 같고 차 야고보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와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가 동일 인물이고 제베대오의 아들들의 어머니 자리에 마르꼬는 살로메를 놓았고 이 살로메는 성모 마리아의 자매, 즉 예수의 이모이다(대목 360참조).
다섯번 언급되는 부인들의 명단은 복음사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예수의 수난을 중심으로 하여 이 부인들은 결국 같은 부인들이 한 그룹으로 되어 모여 있었음이 확실하다. 늘 언급되는 3인의 부인들(막달라의 마리아, 야고보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 살로메) 외에 쿠자의 아내 요한나, 그리고 수산나, 그밖에 다른 여자들이 이 모임에 끼여 있었다.
이들은 예수의 수난 광경을 목격한 증인들이다. 예수의 체포때부터 남자들은 겁을 집어먹고 뿔뿔이 도망쳐 버렸는데 이들 부인들은 십자가의 길을 따라가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는 모양을 지켜보았고 무덤에 묻히신 후에는 시체에 향료와 기름을 발라 드리려고 새벽을 타서 무덤을 찾은 부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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