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통일의 과제는 단지 남북한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한민족 전체의 민족적인 과제이다. 뿐만 아니라 남북의 관계가 경색되어 있는 현 상황에서는 해외 동포의 역할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70, 80년대에 우리 사회에서는 민간차원의 통일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특히 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열려진 합법적 공간을 활용하여 급속도로 활발하게 전개되어 온 민간통일운동은 통일문제에 대한 지난날의 금기를 깨는데 크게 기여하였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강한 이데올로기적 성격 탓으로 통일운동을 대중화하는데 크게 성공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동구 공산권의 붕괴와 독일의 통일, 북한실상에 대한 이해증가 등 엄청난 국내외적인 변화는 지난날의 통일논의와 다른 새로운 시각을 요청하게 되었다.
시각의 대변화는 첫째, 북한의 실상이 객관적으로 소개됨에 따라 북한의 인권 문제와 경제위기의 참상이 온 국민에게 명확히 인지하게 되었다. 막연한 북한에의 동정은 완전히 사라지고 북한의 실상에 대한 엄청난 시각차 또한 해소되기에 이르렀다.
둘째, 북한으로부터의 귀순사태가 증가하면서 북한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북 공존공영에 의한 점진적인 통일이 바람직한 방향이라 해도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불가피하게 흡수통일의 길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셋째, 독일의 통일후 유증과 통일예멘의 붕괴는 통일까지의 과정 못지않게 통일 이후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 또한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일깨워 주었다.
이에 따라 통일비용과 사회적 통합의 문제가 새롭게 부각되고 통일문제의 핵심은 형평성의 문제라는 점이 명백해졌다.
요즘은 통일에 대한 국민적 열기가 과거보다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통일에 대한 신중론이 커다란 무게를 갖고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북한이 급격한 자본주의화의 길을 걸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앞으로 북한에서 김정일의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든 혹은 다른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든 간에 또는 불가피하게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의 길을 가든 간에 북한의 사회경제체제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된다.
소련과 동독의 사례에서 보듯 생산성이 낮은 사회주의 경제제도가 자본주의에 전면적으로 노출되면 모든 공장과 시설이 일거에 고철로 변하고 경제가 붕괴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의 사회주의적 생산이 일거에 마비되는 사태가 오면 엄청난 난민이 남한과 만주로 몰리게 되고 한국의 발전된 경제적 기반으로도 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과도기를 최소한 10년 내지 15년으로 하여 상당기간 북한의 저임금에 기초한 수출공업의 발전이 가능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자생적으로 급속한 발전이 이룩되도록 하여야 한다.
만일 이러한 길이 옳은 길이라면 정부와 기업의 역할은 자명해진다. 정부는 남북대화를 재개하여 상호간의 비방을 중지하고 평화 공존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 기업도 이러한 토대위에서 남북한 경제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아울러 민간단체에서도 동포애를 발휘, 진정으로 북한동포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며 특히 종교계 등이 추진하고 있는 북한동포돕기 등은 아주 바람직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무엇보다 통일문제에 있어 해외동포들은 북한을 방문하여 남북의 가교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냈다. 그러나 앞으로는 북한 방문으로만 그치지 말고 북한에 투자해서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북한동포돕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국내에서 북한과 직접 연계를 맺기 힘들때는 해외동포들이 매개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세계는 점점 하나의 지구촌으로 변화하면서 국적은 중요하지 않게 되고 같은 피를 나눈 민족이라는 점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에 따라 세계의 단일시장화와 지구촌화에 부응한 한민족의 대응전략은 반드시 이러한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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