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는 10대가 국악계에서 대반란을 일으켰다.
국악계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서울 국악예술고등학교 3학년생인 이영섭(그레고리오ㆍ17ㆍ과천본당)군은 지난 2월13일 오후 8시 서울 예음홀에서 「대금 독주회」를 갖고 지금까지 금기시 돼 온 국악계의 관례를 깨트렸다.
이영섭군이 국악계에 던진 첫 파문은 국악계 전체를 통해 처음으로 고교생의 어린 신분으로 독주회를 가진 것.
「연륜의 음악」으로 고고함을 지켜왔던 국악계는 지금까지 스승 생존시 아무리 그 실력이 뛰어나도 무대에 오르지 않는 것이 관례로 지켜져 왔다. 이날 대금 독주회에서 이영섭군은 그의 대금 스승인 임재원(KBS 국악 관현악단 대금 제2수석)씨와 함께 협연을 함으로써 한숨에 이 금기를 깨트려버린 것이다.
웬만한 기성 연주자들도 소화해내기 힘든 「하현도드리」와 원장현류 「대금산조」그리고 대금 독주곡의 백미라 일컫는 「청성 자진한잎」을 거침없이 연주하는가 하면 「대금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대금 2중주를 위한 도드리 변주곡」등 2곡의 창작곡을 초연해 국악계에 10대 돌풍을 예고했다.
재즈와 솔 등 흑인 음악에 관심이 많은 이군은 『장래 유학을 떠나 정통 재즈를 공부, 국악과 접목시키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다른 악기가 흉내낼 수 없는 청아한 맑은 소리가 대금의 매력』이라는 이영섭군은 또 『우리 국악의 약점인 화음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화성학을 공부, 국악기로 실내악을 연주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국악 성가곡 작곡과 보급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이영섭군은 『서양음악과 같이 국악계도 실력 있는 어린 학생들도 무대에 설 수 있는 퐁토와 분위기를 조성하고 성당에서 서양 미사곡이 아닌 국악 미사곡이 울려 퍼질 수 있도록 하는데 작은 힘이나마 온 열정을 쏟고 싶다』고 결연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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