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쇄신」의 의의
1.「성령쇄신」의 의미
가톨릭교회 역사에서 성령의 일반적 현존과 은혜는 오래 전부터 지속되어 왔지만 현대 가톨릭 신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 준 성령의 특별한 은혜의 표출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성령쇄신 (Charismatic Renewal)은 성령의 어떤 특별한 활동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서 오순절 성령 강림 직후 교회에 강렬히 나타난 성령의 표지들과 깊이 연관된 용어이다. 이 말은 곧 사도행전에 기록된 것처럼 성령의 개인체험(성령세례), 하느님 체험, 심령기도, 예수님을 힘있게 증거하는 능력, 봉사에서 성령 은사의 사용 등으로 드러나는 성령의 특별한 은혜들을 새롭게 경험하는 것과 관련된다. 성령세미나와 지속적인 기도회 참석을 통해 신자들은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회개와 기쁨, 성체ㆍ고해성사로부터 참된 평화의 체험, 공적ㆍ개인적 기도 생활의 획기적 변화, 성서를 뜨겁게 열린 마음으로 읽게 되며 열성과 사랑으로 이웃과 교회를 위해 투신하게 되는 등 신자들의 가톨릭교회 생활에 근본적 쇄신을 가져오게 되기 때문에 「성령쇄신」이라는 용어를 붙이게 된 것이다.
2. 세례성사 및 견진성사와의 관계
교회의 가르침대로 신자들은 세례성사와 견진성사 때 성령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을 「아빠」라고 부를 수 있고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고백할 수 있게 된다. 성령세미나에서는 세례성사를 받은 신자에게 「성령의 충만함」을 위해 안수함으로서 세례성사에서 받은 구원 능력이 활발하게 작동하게 도와준다. (이것을 성령세례라고도 한다). 곧 세례, 견진성사를 통해 성령을 받은 개개인의 영혼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하심과 예수가 구세주이시라는 인식을 생생하게 체험시키면서 그리스도교인의 이상에 일치하는 생활로 나아가도록 개개인에게 영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 일을 「성령쇄신 운동」이 도와주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일들은 『물과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요한 3:3-7)는 주님 말씀이 이루어지는 것과 결합되어 있다. 그것은 신자들로 하여금 지혜와 슬기를 주는 영, 경륜과 용기를 주는 영, 야훼를 알고 그를 두려워하게 하는 영(이사야 11:1-2)을 받게 할 뿐 아니라 교회와 세상의 건설을 위해 다양한 능력을 받은 신자들이 힘을 합해 교회에 적합하고 유익한 일들(단순하고 일반적인 일이든, 이례적인 일이든)을 『사랑』(고린토 1:13, 6:6, 갈라디아 5:22, 로마 5:5)이라는 목적과 방법을 통해 지속적으로 봉사하게 하며 『성령의 불을 끄지 말고 예언을 멸시하지 말며, 모든 것을 시험해 보고 좋은 것을 보존하는』 (교회헌장 12) 교회의 사명을 다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한국 가톨릭에서의 발단과 중요성
1. 발단
가톨릭 「성령쇄신운동」이 1967년 미국 듀케인 (Duqu-esne)대학교에서 시작된 지 놀랍게도 불과 4년 후인 1971년에 한국 가톨릭교회에 파종되었다. 곧, 1962년 이래 한국 고아들의 기술교육을 지도해 온 독일 「우니오 까리따스 수도회」의 에르나 슈미드 (Erna Schmid) 수녀는 1971년 1월12일자에 성령쇄신 발전을 위해 한국에 체류중이던 스웨덴 개신교도 크누타스(Mrs. Mirjam Knutas)여사로부터 성령충만을 위한 안수를 받는다. 그 후 1971년 5월28일 부터 5월31일(5월30일은 성령강림 대축일)까지 오류동의 동정성모 수녀원에서 13명의 외국인 가톨릭 사제, 수사, 수녀들과 한국인 평신도 한 명이 모여 성공회의 토레이(Acher Torrey)신부의 인도하에 성령강림 피정이라는 이름으로 약식 성령세미나가 실시된다. 이는 한국 최초의 성령세미나로서 성령강림 대축일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진행되는 동안 심령기도와 영가와 예언이 나올 정도로 뜨거운 역사가 이루어졌다. 참석한 외국인 선교사는 슈미드 수녀 외에 메리놀회의 스틸프(Deporres Stilp, 조영호, M.M.)수사, 골롬반회의 리안(Bill Ryan)신부 등 12명이었고 유일한 한국인 평신도는 채희우(요셉)형제였다. 1971년 7월에 메리놀 회의 화렐(Gerald Farrell MㆍMㆍ, 백 제랄드)신부가 미국에서 성령세례를 받고 한국에 도착하면서 한국 가톨릭 성령운동의 주요한 지도적 역할을 수행한다. 요한 보스코 기술교육원에서 크누타스 여사, 화렐 신부, 스틸프 수사, 슈나이더 신부 등 여럿이 모이는 기도회가 지속되었으며, 1972년과 1973년에 성령강림 대축일을 전후하여 주로 외국인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성령쇄신 피정이 실시된다.
1973년 11월에 슬레비(Rev. Joseph SlabyM.M 이상철)신부의 인도 하에 서울 지역 신학생 15명이 『성령안의 새생활 세미나』를 가졌고, 그 해 가을에 대구 베네딕도 수도원에서 한국인 수녀 30여 명이 화렐 신부의 인도 하에 성령세례를 받는다. 같은 해 화렐 신부가 중심이 되어 『성신 운동 협의회』 (오늘의 한국 가톨릭 성령쇄신 봉사자 협의회의 전신) 가 결성됨으로써 한국에서 성령쇄신이 조직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다. (위원: Rev.G. Farrell M. M., Rev.J. Slaby M.M., Sr.E.Weist, SrㆍChristina. 이정자, 염영호 요한 형제). 1974년 1월15일 서울 한남동에서 화렐 신부의 인도하에 이승우 형제를 비롯하여 12쌍의 꾸르실리스타가 성령세미나를 받고 기도회를 시작하였는데 이것이 한국인들 특히 평신도들이 단체로 세미나를 받고 기도회를 갖는 최초의 계기가 된다.
같은 해 5월에 최초로 한국어로 진행된 성직자, 수도자 성령쇄신 피정이 왜관에서 실시되고(12명 참석), 최봉도(사비에르)신부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성령세례를 받은 사제이며 그 후 성령쇄신 봉사자 위원회의 두 번째 위원장직을 맡게 된다. 화렐 신부는 1974년 9월부터 1975년 3월까지 서울, 수원, 대구, 부산 등지에서 18회에 걸쳐 세미나를 실시하여 수백 명의 수료자들 가운데 17명의 지도자를 배출함으로써 한국인에 의한 성령쇄신의 기틀을 다져나간다.
2. 한국에서의 「성령쇄신 운동」의 중요성
우리 국민들은 역사적으로 안팎의 고난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설움도 많고 한(恨)도 많은 사회에 살고 있다. 분단의 아픔속에 사는 국민들은 각 분야에서 지도층을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위선적이고 이기적인 행태로 인해 일상생활 면에서 많은 고통을 겪으며 살고 있다. 침략과 전쟁으로, 낙태로, 교통사고 등 온갖 재난으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임 당했고 지금도 당하고 있는 음울한 정신세계에 살고 있다. 많은 대종교들은 이들의 진정한 고통 속으로 들어가기보다는 또 다른 안락한 이기적 공동체를 형성하여 고통에 우는 이들에게 또 다른 소외감과 배신감을 안겨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많은 사람들이 대종교를 떠나 사이비 종교와 미신으로 빠져든다. 가톨릭교회는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와 구원을 줄 수 있는 고귀한 영적 유산들을 보존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인들을 가톨릭교회로 이끌 수 있는 능력, 교회의 거룩한 성사들과 구원의 장치들을 뜨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 교회 안에서 마음을 열고 봉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한 채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더 나아가 죄와 악습에 짓눌려 있는 영혼들도 적지 않다. 바로 이들을 위해 교회에 불어닥친 것이 「성령쇄신」의 바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성교회에 재적하고 있는 신자들의 절반 가량인 냉담 상태에 있고, 계속 나오는 신자들 중에 신앙적 기쁨과 활력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백년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불과 전 국민의 10% 미만의 신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 더욱이 공산주의자들의 극적인 회개가 없다면 엄청난 희생이 뒤따를 수도 있는 통일을 앞두고 어느 시기보다도 뜨거운 희생과 봉헌이 교회 안에서 폭발되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있다. 이 상황에서 「성령쇄신」은 나약하고 무기력한 우리들에게 새로운 용기와 지혜와 거룩한 사랑을 불태우게 하는 특별한 힘을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위력있는 응답이 된다.
「성령쇄신운동」의 현황
1971년 이 땅에 외국인 선교사들을 통해 파종되고 뒤이어 한국 신자들에게 퍼져 나간 「성령쇄신운동」은 해를 거듭할수록 외적 발전과 내적 성숙을 보여 주면서 시대적 소명의 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1995년 말 현재 성령세미나를 받은 평신도 수는 약 50만 명 내외에 이르며, 열분 이상의 주교를 비롯하여, 성직자, 수도자도 약3천5백 명(그 중 성직자는 약 7백 명)이 「성령쇄신」에 참여하였다. 전국대회(95) 특별 세미나에 참석한 봉사자는 약 4천명에 이른다. 각 교구별 성과를 보면 다음 도표와 같다. (도표1 참조)
충분히 망라된 것은 아니지만 1995년도에 전국적으로 세미나 수료자는 약 23천1백 명, 기도회 연 참석자 수는 약 33만3천명, 그리고 철야기도회 연 참석자도 약 17만4천명에 이르고 있다. 성령세미나 지침서를 비롯하여 수십 종의「성령쇄신」 관련 영적서적들이 대량으로 보급되었으며 「기초 봉사자 교육」등 9개의 봉사자 재교육 프로그램과 「가정성화 세미나」등 6개의 신자 재교육 차원의 교육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어 많은 신자들이 영적으로 쇄신되고 어려운 문제들의 해결에 도움을 얻었다.
「성령쇄신」을 통해 변화된 신자들은 라자로 마을의 나환우들, 교도소 수감자들, 온갖 질병과 소외로 버림받아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큰 용기를 주는 활동들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오고 있으며, 꽃동네, 평화의 마을, 작은 예수회, 성가원 등 고통받는 형제들을 지속적으로 돌보는 단체도 「성령쇄신」 참여자들에 의해 많이 설립되었다. 세미나 이후 본인 자신이 성소에 응답하거나 자녀를 성직자ㆍ수도자로 보내거나 이웃을 권유하여 신학교로 보내는 경우도 상당히 많으며, 성서 공부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내적, 외적 치유를 통해 가족 모두가 회개하거나 이웃을 회개시킨 사례는 부지기수이며, 냉담자를 회두시키거나 외교인을 입교시킨 사례 또한 엄청난 수에 이른다. 지면관계상 구체적인 성과들의 소개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성령쇄신」의 문제점과 발전 방향
첫째, 아직도 적지않은 성직자들이 「성령쇄신」의 우려되는 측면만 강조하면서 성령세미나와 기도회에 대해 무관심 하거나 냉대하기 때문에 본당에 따라 「성령쇄신」이 바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위축되거나 불꽃이 꺼져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성직자들의 올바른 이해와 협조 없이는 이 운동이 순조롭게 발전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기도를 포함하여 더욱 진지한 노력들이 요구된다.
둘째, 「성령쇄신」의 지도자 양성이 화급하다. 인간관계 중심이 아니고 주님 뜻 중심으로 소명을 받은 자질있는 봉사자들을 올바르게 선발하고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적재적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장치와 관례가 마련되어야 한다. 지도자 양성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의 개선 등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
셋째, 전국 차원에서 이 운동을 전체적으로 조감하고 조화있는 발전을 도모해 나가는 장치가 결여되어 있다. 전국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발간되는 「성령쇄신」지가 속간되어야 하며, 공동발전 프로그램 등의 개발과 분야별로 연대된 봉사팀의 구성 등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넷째, 전국 및 교구 차원에서 자료와 통계가 집적되어 있지 않다. 초창기는 물론 현재까지도 연속적 상황 파악에 긴요한 필수지표들이 없이 전년도 답습 식의 총회 자료가 있을 뿐이다. 전국 차원과 교구별로 자료실을 운영하고 관련된 모든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수집, 정리해야 한다(전산 입력). 또한 필수 지표를 개발한 후 기초 자료집을 매년 간행해야 한다.
다섯째, 청소년 「성령쇄신」부진이다. 청소년 담당 전담신부를 임명하고, 예산도 별도로 책정되어 운영되어야 한다. 청소년 지도자의 양성도 시급하며 최소한의 사무실도 화급하다. 청소년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청소년 성가집의 확충 등도 필요하다.
여섯째, 「성령쇄신운동」의 기초부분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곧, 능력을 받은 봉사자로서 명확ㆍ간결한 지침서의 내용을 실천하는 헌신적인 봉사자들이 중심이 되어 성령세미나와 기도회를 더욱 활성화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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