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ㆍ한무숙
차산의 배교 중심
내면적 세계 그려
◆「누이여…」ㆍ노순자
영웅전 일색 지양
보통사람 삶 서술
◆은화ㆍ윤의병 신부
르포 형식으로 쓴
무명 순교자 신앙
◆「황홀한…」ㆍ성찬경
순교자 생애 담은
현양 칸타타 형식
한국 천주교회는 순교자의 피 위에 세워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독한 박해는 신앙을 꺾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굳세게 믿음을 증거하게 했다. 그렇게 한국교회의 초석을 세운 순교자들의 삶과 박해의 과정은 그동안 많은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어왔다. 인간과 신, 구원의 테마가 역동적으로 펼쳐지는 순교의 역사는 인생과 세계를 진지하게 들여다보려는 작가들에게 매력적인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한국 가톨릭문학 안에서 순교정신과 그 역사를 깊이있게 다룬 작품들은 손에 꼽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교회의 뿌리가 된 순교의 영성을 바탕으로 한 명작이 많이 탄생되길 바라며 순교자들의 삶과 정신을 다룬 작품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순교자의 삶과 영성을 향기짙은 문학적 성과물로 형성해낸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고(故) 한무숙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등단한지 45년이 지난 원숙의 경지에서 1986년 발표한 장편소설 「만남」은 다산 정약용과 그의 조카 정하상을 두 축으로 한국 천주교회 초기 신자들의 순교와 박해 속의 삶을 다루고 있다. 이 두 사람의 생애가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진리를 만나서 각기 갈등하고 성취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이 작품의 기본적인 주제이다.
작가는 여기에서 다산의 배교에 대해 주목한다. 다산의 배교행위는 지금까지 숱한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작가는 그의 변절을 굳이 변호하거나 합리화하려고 애쓰지는 않지만 그 역시 한 인간으로서 약한 존재였기에 그의 배교 역시 인간적인 모습으로 긍정하고 포용한다. 동양과 서양, 유교사상과 그리스도교, 그리고 여러 유형의 숱한 인간들이 엮는 「만남」들을 통해 작가는 순교와 박해의 역사를 완숙하게 다루고 있다.
조악한 성인전의 수준을 훨씬 뛰어 넘은 또 한편의 소설로는 동정부부 유요한과 이 루갈다의 생애를 다룬 노순자씨의 「누이여 천국에서 만나자」를 꼽는다. 작가는 마치 영웅전 같기 일쑤인 순교 소설의 문체를 벗어나 순교자들의 삶 자체를 특별한 위인이라기보다는 신앙이 굳은 보통 사람들의 모습으로 그리려고 애쓴다.
순교정신을 다룬 글들은 교회 개척 초기와 박해기에 이미 「천주가사」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하나의 장르를 형성하고 있었다. 서민대중에 복음을 선포하고 신자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쓰여진 천주가사에는 이 벽의 천주공경가(天主恭敬歌), 정약전의 십계명가(十誡命歌), 최양업이 사향가(思鄕歌)등 많은 작품들이 있다. 천주가사는 1910년대 이후에도 창작, 소통되었지만 초기 개척기와 박해기에는 정돈되고 세련된 언어로 호교와 특히 순교의 정신을 내포하고 있었다. 박해시절의 산문문학으로는 이 루갈다의 「옥중서한(獄中書翰)」이 세련된 규방문학 문체로 평가되기도 한다.
1900년대 들어 서구의 문예장르와 기법들이 들어와 한국문학 전반이 외형적인 변모를 이루었고 한국교회는 경향신문, 경향잡지 등을 창간하면서 많은 문학작품들을 연재했다.
그 중에서 1939년 1월부터 1950년 6월까지 오랫동안 경향잡지에 연재됐고 후에 책으로 펴낸 윤의병 신부의 은화(隱花)는 박해시대 르포소설 형식으로 당시 교우들의 신앙과 생활상, 그리고 순교를 박진감 넘치게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특히 이름없는 순교자들의 모습을 허구가 아닌 살아있는 체험으로 노래하고 있다.
1933년 창간된 「가톨릭 청년」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시인 정지용의 많은 종교시들 중에서도 순교를 주제로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띈다. 특히 그는 김대건 신부에 대한 시를 가톨릭 청년 16호에 발표해 『오오 좌깃대에 목을 높이 달리우고/다시 열두 칼날의 수고를 덜기 위하여 몸을 틀었다는/ 오오 지상의 천신 안드레아 김 신부』라고 노래했다. 또 한국 문단의 원로 김남조 시인도 시집 「김대건 신부」를 통해 김 신부의 삶과 정신을 노래한 바 있다.
성찬경 시인은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을 기념해 「피에서 피어 오른 영광」이라는 제목으로 순교자들의 삶과 영광을 노래한 칸타타를 자신의 종교시집 「황홀한 초록빛」제4부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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