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7일 오후 1시에 서울 명동의 한 커피숍.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젊은 남녀 학생 서너명이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일본산 담배 「마일드세븐」을 피우고 있었다. 청소년 문화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 장면은 비단 서울 명동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더구나 대표적인 문화의 거리,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 청소년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은 현재 한국 청소년 문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들의 문화래야 습기 찬 지하 만화방에서 만화를 보는 일, 칸막이 쳐진 어두운 비디오방에서 비디오 보는 일, 영화구경, 스포츠나 인기 가수 공연관람 등에 불과하다. 모두 수동적이고 소비적이며 말초적인 감각에 의존하는 이러한 3류 문화가 현재 청소년 문화의 전부인 실정이다.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현재 그들만의 특징적인 문화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시 위주의 공장 제조형 교육 아래에 허덕이는 청소년들에게 문화건설이라는 말은 한낱 꿈에 불과하다. 이들은 현재 스스로의 문화를 만들 능력도 여건도 없다.
이러한 시점에서 청소년 문화의 장으로써 교회의 역할 나누기 논의는 그 어느때 보다도 비중이 커지고 있다. 서울 청소년 지도육성회는 1990년 「지역사회의 청소년 문화활동」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역교회를 비롯, 청소년 회관과 같은 청소년 유익환경이 제기능을 다하고 충실히 운영될 때 청소년 유해환경이 자연히 자취를 감출 수 있다』고 보고하고 『청소년들에게 환경의 선택을 제공할 의무가 지역사회에 있음을 인식하고 그들의 쾌적하고 건전한 환경제공을 위한 청소년 회관의 신설 확대와 좋은 프로그램 계발이 중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개성을 발휘, 스스로의 능동적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YMCA, YWCA, 스카우트, 청소년 문화센터 등)에 대한 참여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상 현재로선 거의 소수의 학생들 사이에서만 가능한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두고 교회 내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은 우선 현재의 교육 중심 청소년 사목에서 벗어나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공간의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하고 있다.
안태환 박사(도마ㆍ45ㆍ인천시 국제 협력실 연구원)는 『본당 내에 사진 전시회 등 서클활동을 할 수 있는 청소년들만의 공간을 만드는 등 본당 차원의 노력이 요구된다』면서 『청소년들이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유지하며 담담한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본당 내에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서울 등 대도시에는 시내 곳곳에 미술관 박물관 등이 많이 있어 활용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활기있는 문화교육이 가능하다.
돈보스꼬 청소년 센터에서는 「청소년 영상교실」과 「미래 방송인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건전비디오 보기, TV 바로보는 법, 영화 감상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살레시오 수도회에서는 매년 7,8월경 「여름캠프」를 개최하여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청소년들의 심성교육, 신앙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마자렐로 청소년센터는 「성서 연구모임」을 연중 개설하여 청소년들에게 노래, 연극, 춤 등을 가르치고 있다.
수원교구는 지난 1992년 부터 청소년 사목실을 개설, 전담사제를 배치하고 효과적인 청소년 사목에 주력하고 있다.
또 인천교구 부평4동 본당은 효율적인 교육관 운영으로 청소년 문화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부평4동 본당은 청소년들이 관심 있어하는 미디어 교실을 운영, 각종 교육과 실습으로 청소년들을 교회로 불러 모으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도시와 농촌, 어촌과 광산촌 등 전 교회차원에서 공통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청소년 문화 프로그램의 계발이다.
지금까지의 청소년 사목을 위한 노력들, 즉 문화회관을 통한 각종 강좌, 불우 청소년 복지 활동, 정보지 발행, 순결교육, 신문만들기, 산행모임, 운동모임 등은 이제 새로운 영역 개척에로의 요청을 받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신부 수녀 혹은 대학원생, 기자, 작가, 강사 등 젊은이와 같이 호흡할 수 있는 평신도 전문가, 비신자 전문가를 초청해 본당에서 영화, 연극, 문학, 예술, 철학, 시민운동, 환경 등 인문 사회분야에 대한 포럼을 실시하는 것은 청소년을 교회로 불러올 수 있는 시도 가능한 방법중의 하나다.
실제로 일부 교구나 본당에서는 청소년들이 도시빈민 문제와 농촌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소년소녀 가장을 지속적으로 돕도록 연결하는 등 신앙교육과 인성교육을 병행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교회의 청소년들을 더이상 문화부재 현상속에 허덕이게 해서는 안된다. 청소년들을 올바른 가치관과 신앙을 지닌 미래교회의 주역으로 키워야 할 책임이 2천년대를 맞는 교회 내 기성 세대들에게 있다. 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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