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가지게 된다면 천주교를 선택하고 싶다는 직장동료들이 있었는데도 입교권면에 큰 관심을 두지 못했어요. 전교는 의무감보다 할 수 있으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이었지요』
경기도 과천에 살고있는 37세의 김재룡(안셀모)씨는 『전교는 하면 좋지만 안한다고 죄책감을 갖거나 부담감을 갖는 것은 아니었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학생 때는 교리교사도 하고 지금은 본당 사목회에서 교육 분과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정작 「교회의 본질은 선교」라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간과하고 살아온 셈이다.
권위있는 교회 기관에서 실시한 사회조사 보고서에서도 응답자의 50%정도가 「전교에 대해 생각은 하고 있으나 실천은 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지적된 바 있듯이 교회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신자들이 선교에 관심이 없다는 것.
이처럼 신자들이 평소 생활 속에서 선교를 실천하지 못하고 「해도 좋고 안해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인식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본당신부를 맡고 있는 일선사목자는 그 원인을 교회가 신자 개개인을 한사람의 훌륭한 선교사로서 살아가도록 양성하는 일에 소홀했고 신앙인으로서 갖춰야할 기본 의무인 선교에 대해 신자 각자의 의식이 크게 결여돼 있기 때문이라는 점 등 크게 두 가지로 지적한다.
「신자 개개인이 그리스도 신앙인으로 불린 근본 이유가 바로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라면 교회는 최상의 목표를 전교에 두는 가운데 그 구성원들인 신자들도 선교를 신앙생활의 중심에 둬야 마땅할 것이다.
『이렇게 기쁜 구원의 소식을 혼자만 알고 이웃에게 전해주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죄악』이라며 이웃전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개신교 신자들의 선교열기와 비교한다면 우리 교회의 선교 열정은 미지근하기 이를데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레지오 마리애 등 많은 단체들과 개인 중에는 선교의 첨병으로서 이웃전교를 위해 많은 활동을 펼치고 있고 심지어 선교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있는 신자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자들 중에는 전교자체를 자신과 관계없는 남의 일로만 여기며 자신만 열심히 성당에 나가면 된다는 식의 신앙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다.
가톨릭신문사가 조사한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5%에 달하는 신자들이 최근 1년간 입교권면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응답, 신자들의 선교의식이 단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렇다고 선교가 입교권면을 통한 권유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것은 분명 아니다. 가장 좋은 선교방법은 선교를 위한 기도와 희생, 권면과 생활증거(표양)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야 한다는 점이다. 신자 각자가 이웃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며 살아갈 때 그 자체가 하나의 강력한 선교활동이 될 것이며 그러한 생활 속에서 이뤄지는 권면은 그 만큼 힘을 발휘할 수 있고 생명력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신자들이 전교에 관심을 갖고 신앙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전교의 중요성과 당위성을 지속적 반복적으로 교육시켜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영원한 생명인 천상양식을 얻는 기쁨을 이웃과 함께 나누자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교에 대한 이러한 당위성을 인식하고 있다해도 신앙을 살아가는 주체자인 신자 자신의 삶이 신앙적으로 행복하지 못하다면 전교는 이차적인 문제가 되고 말 것이다.
서울대교구의 한 사제는 『신자들 중에 기복적인 신앙에 얽매여 자신만 알고 이웃에 관심없는 신자들이 많아지면서 이웃전교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현상은 본당이 대형화되고 신자들이 익명화되면서 자신만을 생각하는 개인주의 신앙과 함께 더욱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인천교구의 몇몇 본당에서 시행해 큰 성과를 거둔 어린양 찾기 운동과 같은 선교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펼침으로써 신자들에게 선교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인식시키고 나도 선교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동시에 교회는 선교전략과 프로그램을 연구, 계발하는 전문 선교기구나 단체를 설립, 신자 각자가 전교의 첨병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신자의식화 작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교회는 쏟아져 들어오는 신자관리에 급급함으로써 일탈하는 신자관리에 소홀한 점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 사목자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그러나 이제는 가톨릭교회가 과거와 같은 사회분위기에 편승한 신자수의 급증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처지에 달했고 오직 선교노력에 의해서만 신자 확보가 가능하게 된 지 오래다.
냉담자 증가와 신자증가율 둔화현상을 우려하는 지적이 교회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불림을 받은 신자 각자가 그 불리움의 의미를 정확하게 깨닫고 실천하는 날 신자증가율 둔화문제 등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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