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구간 순례 참가자 채수강씨
직장과 맞바꾼 “순교 체험”
20년 근무한 직장 사직 순교혼 묵상하며 도보에 전력
『직장은 다시 얻어도 되지만 이런 기회는 제 인생에서 다시 찾아올 것 같지 않아 어렵게 참가하게 됐습니다』
가톨릭신문이 주최하는 전국 도보 성지순례에 참가하고자 20년 이상을 근무한 직장에 사직서를 던진 채수강(다미아노ㆍ50)씨.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75년 한진중공업에 입사한 그는 3월2일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까지 영업관리 부장으로 일해왔었다.
2월22일 시작된 전국 도보 성지순례에 휴가를 내서 참가하던 채씨는 이번 순례의 종착지인 부산 오륜대 순교자 기념관까지의 전 일정에 참가하고자 「사표」라는 용단을 내린 것이다.
『가족의 동의를 얻고 결행에 옮겼다』는 채씨는 『처음에는 분심도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홀가분하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하느님을 모르고 살아왔던 부모님이 성지순례중인 3월3일부터 성당에 나가게 됐다』며 기뻐한 채씨는 2월22일부터 3월5일까지 매일 반복되는 강행군을 서울에서 줄곧 차량으로 출퇴근(?)하면서 지속해오다 6일부터 정식으로 순례단에 합류했다.
채씨는 『순례기간 동안만은 모든 것을 잊고 순교 선열들의 고귀한 신앙만을 묵상하며 걷겠다』고.
◆ 전 구간 순례 참가자 김상구씨
순례자들의 든든한 파수꾼
지친이들 격려하며 뒷바라지
『대장님 똑바로 못 걸어요』
무전기로 들려오는 일성에 특유의 너털 웃음을 지으며 행렬 맨 끝에서 뒤쳐진 낙오자들을 챙기고 있는 전국 도보 성지순례단 대장 김상구(안드레아ㆍ50ㆍ동해 북평본당)씨.
김상구씨는 무릉계곡 입구에「산장 휴게실」이란 음식점과 민박집을 운영하면서 산악구조 대장으로 활동하고 있어 본의 아니게 순례단 대장이란 중책(?)을 지게 됐다.
그의 임무는 매일 20㎞ 이상의 강행군 속에 지친 순례단을 제일 후미에서 무사히 목적지까지 인솔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순례길은 다른 단원들보다 몇 갑절 더 고생스럽다.
휴식시간이면 간식을 나르랴 쉴 틈이 없고 매일 밤이면 생강차와 커피를 일행들에게 대느라 휴식을 반납한 상태이다.
김씨는 한때 사기꾼에게 속아 가산을 탕진한 후 폐인이 되다시피 한 그가 생을 의지한 곳은 오직 하느님 뿐이었다고 한다. 그가 무일푼의 봉사지만 고집스럽게 10여 년 이상 산악구조 대장으로 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인지 피곤한 행군 중에도 아침 저녁으로 성무일도를 바치는 그의 모습에는 지친 이들이 언제든지 찾아와 쉴 수 있는 편안함이 배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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