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식
어느 날 뚱뚱한 귀부인이 아빠스 빠르보를 찾아 와서는 성사를 보고 긴히 영적 상담을 하고 싶다고 하였다. 마침 사순절이라 단식과 절제로 수행에 힘쓰던 노 사제가 부인을 만나는 순간 상담할 내용이 무엇인지 머리에 떠올랐다.
고해성사를 본 후 그 귀부인은 노 사제가 예상한대로 뚱뚱한 몸을 좀 날씬하게 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물어보았다. 신부님 왈, 『그런 문제는 저보다 세속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그 부인은 『세속 사람들은 무조건 약이나 단식과 운동만을 권합니다. 그런데 신부님의 조언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라고 하였다.
한참동안 눈을 지그시 감고 있던 노 사제는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을 인용하여 이렇게 들려 주었다. 『내가 기뻐하는 단식은 바로 이것이다. 억울하게 묶인 이를 끌러주고 멍에를 풀어주는 것, 압제받는 이들을 석방하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이다. 네가 먹을 것을 굶주린 이에게 나눠 주는 것, 헐벗은 사람을 입혀주며 제 일가 친척을 모르는 체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너희 빛이 새벽 동이 트듯 터져 나오리라』(이사야 58, 6~8). 『이 말씀을 실천하시면 부인의 얼굴에서도 빛이 비쳐나와 새벽 동이 트듯이 환히 빛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몸도 날씬해지고 축복도 많이 받겠지요.』
예언자의 중요한 메시지는 잊어버리고 자기 얼굴에서 빛이 나와 훤히 빛나며 몸도 날씬해 진다는 말에 흐뭇한 감동을 받은 부인은 이사야의 말씀을 열심히 실천하기로 대충 결심하고 지체없이 일어나 수도원을 떠나갔다.
<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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