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에 대한 기본적 이해
그런데 은총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겪을 수 있는 물질적이고 자연적인 것을 뛰어넘게 만든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인간적 한계를 초월하여 보지 못했던 하느님을 믿고 예배하게 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가톨릭 신학의 은총관을 통해서 예수님을 볼 때도 마찬가지로 말할 수 있다.
예수님은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에 이르기까지 일상적인 사람으로 존재하신다고 말할 수 있는 차원을 뛰어 넘으신 분이셨다. 그분은 은총으로 충만하셨고 또 그러한 분이시기에 당신 자신의 말씀과 행동에 있어서도 인간의 본성을 초월하신 분이셨다. 게다가 그분은 당신이 누구신지, 당신이 누구이시고자 하시는지 구체화시키는 상징행위를 끊임없이 계속하신 분이셨다. 그분이야 말로 하느님의 은총을 가장 완전하게 육화시키신 분이셨던 것이다. 그래서 예수의 인격과 삶은 그 궁극적인 목표였던 하느님과의 완전한 결합에 도달했고 또 그 목표달성을 위해서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진 자아초월이신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의 이 행위들의 목적은 결국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예수님이야 말로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초월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하느님의 완전한 아드님이시자 구세주이시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사이신 이유는 바로 이러한 측면 때문이다. 그래서 라너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었다.
... 그리스도는 종말론적으로 승리하시는 하느님 자비의 세상안에서 실제적이고 역사적인 현존이다... 역사적 존재 안에서의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구속 은총의 실체이자 표상, 즉 sacra mentum이자 res sacramenti 이다 (K. 라너, 교회의 성사. 영어판 15면) (* 참고로 설명하면 신학적으로 sacramentum 이라고만 했을 때 그것은 외적인 표상이나 의식자체 즉 물을 붓는 행위라든지 『내가 ...에게 세례를 준다』등의 말을 뜻하고 res sacramenti 라고 할 때 그것은 성사의 열매 혹은 즉석효과 즉 성사의 은총을 뜻한다. 그러므로 라너의 표현을 이해한다면 sacramentum et res 라고 봐야 한다)
어떻든 라너는 기능적 측면에서 본 성사의 모습으로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교회라고 보았다. 그러기에 그는 교회야말로 가시적이고 역사적인 형태 안에서 그 스스로 종말론적으로 승리하시는 하느님의 은총에 대한 본래의 상징이기에 교회는 참으로 본 성사이자 성사들의 원천이라고 단언했던 것이다. 그에게는 여타의 성사들은 바로 이 교회에서 나오기에 그리고 그 교회가 성사이기에 마찬가지로 은총의 표상이자 은총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성사로서의 교회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 라너의 성사관은 예수님의 성사로서의 모습 안에서 그 기능적 원형을 본 것이었는데 그것은 곧 은총을 체험함으로써 자기 초월을 실현하게 하는 상징행위였던 것이다.
④ 인간 실체의 변형들
상기의 주제는 스킬레벡쓰와 라너의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내용에 있어서는 좀 더 체험적인 것들을 전개하는 버나드 쿠크(Bernard Cooke)가 성사에 대해서 기능적인 측면 중심으로 해석을 시도한 후 이해하게 된 것을 개념화 한 것이다.
쿠크가 성사를 해석하면서 가장 중요시 하게 된 것이자 전제로 하게 된 것은 현상학과 현대심리학 그리고 사회학에서 얻은 통찰이었다. 그것은 인간 실체의 본질적인 구성요소가 다름 아닌 의미라는 것이었다. 쿠크의 통찰에 의하면 인간이 실체를 체험하는 방법은 그 실체가 우리 인간을 위해서 지니고 있는 의미에 의존한다. 우리가 우리의 체험에 부여하는 의미는 그 체험된 실체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버나드 쿠크, 성사와 성사성. 이순성 역 광주 가톨릭대학교 전망편집부 1991 참조)
예로써 두 사람이 비슷한 환경 안에서 살아간다 하더라도 한 사람의 성격은 낙관적이고 다른 사람의 성격은 비관적이라면 그 두 사람의 체험은 서로 다르기 마련이다. 사랑에 빠져있는 여인은 대단히 스트레스를 받고있는 여인과는 다르게 자기 자신에 대해서나 세상에 대한 체험을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이미 심리학자들에 의해서 밝혀진 바 있다. 우리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가질수 있는 기본적인 체험들이 있고 그 체험들에다 인간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의미를 부여하는데 바로 그 부여된 의미들이 인간 자신의 이미지나 실체에 대해 자신들이 그리는 그림 즉 태어남, 받아들여짐, 거절, 성공, 실패, 사랑, 고통, 건강, 병, 죽음과 같은 체험들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쿠크는 바로 이러한 면들을 성사에 적용시켜 이해하고자 했다. 즉 성사의 목적은 그러한 기본적인 인간체험의 의미를 변형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거다. 줄여서 설명해 보겠다.
모든 사람은 인간이 되어가는 체험을 하면서 살아간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의미있는 존재로 되어 간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이 결정적으로 의미있는 존재 즉 영원한 인간이 된다는 것을 그리스도와 결합하는 일로 확신한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함께해야 할 결정적인 사건으로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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