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된 민족의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 민족이 추구해야 하는 주요한 과제로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우리 자신과 북한의 형제들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화해와 일치의 선행조건 가운데 북한에 대한 이해의 일부로서 「북한의 종교현황과 종교적 심성」을 다음과 같은 점에서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북한의 종교정책이다. 북한의 법을 검토해보면 대체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1948년에 제정된 사회주의 헌법에는 「모든 인민은 신앙 및 종교적 활동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한편, 7ㆍ4 남북 공동성명 이후 1972년에 채택된 사회주의 헌법 제54조에는 「신앙의 자유와 반종교 선전의 자유」를 함께 가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992년에 개정된 사회주의 헌법에서는 제5장 「공민의 기본권리와 의무」편 제66조에서는 17세 이상 공민은 성별이나 민족, 직업, 지식 등을 비롯하여 「신앙에 관계없이」선거할 권리와 선거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68조에서는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 이 권리는 종교 건물을 짓거나 종교의식 같은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보장한다. 누구든지 종교를 외세를 끌어들이거나 국가 사회질서를 해치는데 이용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헌법상의 변화를 검토해 보면, 1948년에는 종교의 자유를 포괄적으로 언급했던 반면, 1972년에 공포된 새 헌법에서는 종교 신앙의 자유와 함께 반종교 선전의 자유를 삽입하여 종교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북한의 종교현황을 알기 위해서는 북한사회를 현실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인 주체사상에서의 종교관을 검토해야 한다.
북한 지배층의 종교에 대한 견해는 부정적이었다. 이는 그들의 법에서 종교를 규정했던 부분과는 괴리를 드러내주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초창기에 발표된 김일성 교시를 통해서도 검증된다.
1986년을 전후로 하여 주체사상에서는 종교는 본질적으로 허구적 노력으로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종교를 「인민의 아편이요 지배계급의 착취도구」로 보던 견해를 일부 철회하고 종교에 긍정적인 면도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견해가 종교 내지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대한 전폭적 수용으로 보기는 어렵다.
셋째는 북한의 종교현황을 알기 위해서는 종교정책의 구체적 적용과정에 대한 검토가 요청된다. 사회주의 사회에 있어서 역사해석과 구체적 정책 집행은 동전의 앞뒤처럼 밀접히 연결돼 있다.
북한의 역사 교과서 및 역사연구서를 검토해 보면 종교의 역할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이러한 입장은 1956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과학원 역사연구소에서 간행한 「조선통사」이래 1980년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에서 간행한 「조선전사」에 이르기까지 거의 일관되어 있는 것이다.
1980년대 이래 북한의 역사학계에서는 주체사상에 의한 자국사의 재조명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종교사 특히 그리스도교사에 대한 서술은 거의 변화가 없다.
넷째는 북한 종교의 실상 내지는 신앙의 구체적 실천 상황에 대한 서술이 시도 되어야 한다. 해방직후부터 북한은 통일전선의 원칙 아래 종교 신앙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었다.
천주교의 경우에는 1988년 5월에 조선 천주교인협회가 처음으로 조직되어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해 11월 북한을 방문한 캐나다 교회협회 대표자들에 의해 약 8백여 명의 신자들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어서 평양에는 장충성당이 세워지고 공식 비공식 합법 비합법의 형태를 떠나서 남북한 신도간의 접촉이 간헐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마지막으로 북한사회의 종교적 심성에 대한 검토와 더불어 종교 신앙인 사이의 대화 및 복음화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간단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사회에서는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반종교가 다시 하나의 새로운 정치적 종교로 변해왔던 단서가 존재한다. 그러나 북한사회에서 생활하는 인민들에게 종교적 심성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종교심은 인간 본성의 일부인 것이다. 북한의 사회에도 진정한 종교 신앙인이 있고, 대화와 복음화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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