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9, 35~38; 마르 15, 42~45; 루가 23, 50~52; 마태 27, 57~58)
예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시는 광경을 자세하게 전하는 요한 복음서는 예수의 구원사업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첫째, 제자들을 상징하는 「사랑하시던 제자」가 예수의 어머니를 자기 어머니로 받아들인 것은 제자들이 앞으로 신자들의 어머니이신 교회를 맡은 것을 상징한다(대목 361 참조).
둘째, 예수의 옆구리에서 피와 물이 흘러나온 것은 옛 아담의 옆구리에서 옛 이브가 나왔듯이 새 아담이신 주님의 옆구리에서 새 이브인 새 마님, 즉 교회가 탄생했다는 것을 상징한다.
이렇게 앞으로는 이 새 마님에게서 많은 자녀들이 태어날 것이다(대목 368 참조). 이제부터는 예수의 수난 사실과 부활 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믿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주 예수 자신의 가르침과 행적으로 믿음을 촉구하였지만 이제부터는 성령의 힘으로 이 믿음을 이어갈 것이다. 『하느님의 아들이 인간으로 오셔서 물로 세례를 받으시고 수난의 피를 흘리셨다. 이것을 증언하시는 분은 성령이시고 성령은 곧 진리이다. 증언자가 셋 있는데 성령, 물, 그리고 피이며 이 셋은 서로 일치한다』(1요한 5, 6~8)
예수께서도 성령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그분이 나를 증언할 것이며 너희도(제자들) 처음부터 나와 함께 있기 때문에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요한15, 26~27).
십자가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본 요한이 이 증언의 첫 증인이 되었다. 그 증언은 성령의 영동(靈動)을 받은 증인이며(직접ㆍ목격한 진실) 성령과 화합하여 하는 이 제자의 증언은 모든 사람의 믿음을 촉진시킬 것이다. 성령은 영동으로 증언하고 제자들은 말로 증언한다(대목 332 참조).
성령의 증언과 제자의 증언은 결국 같은 사실의 양면이다. 우리는 그리스도가 세상에 나타났다는 것을 세례자 요한을 통하여 들었고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일을 끝냈다는 사실을 제자 요한을 통하여 들었다. 성령의 증언이 가시적으로 이루어지는 표이다. 이렇게 예수께서 숨을 거두신 사실 기사는 끝났다.
유대 지도층은 예수의 시체마저 부수고 쓰레기 폐기장에 버려 마지막까지 능욕을 주려고 그 실행을 빌라도에게 재촉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은 끝까지 하느님의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뼈 하나도 다치지 않았다. 과월절의 희생양은 뼈를 꺾어도 안되었고(출애12, 46; 민수9, 12), 그의 뼈는 온전하게 보존되어 뼈 하나도 부러지지 않았다(시편 24, 19~20).
그러나 그의 옆구리는 구멍이 뚫리도록 안배되었다. 즈가리야가 이미 이것을 예언하였다: 『그들은 내 가슴을 찔러놓고 통곡할 것이며 외아들이나 맏아들을 찌른 듯 슬피 울리라』(즈가12, 10).
벌써 저녁때가 가까와졌다. 슬픔에 잠긴 예수의 친근들은 마냥 슬퍼할 수 만은 없다. 주님을 영예롭게 묻어드려야 했다. 적어도 유대인들이 꾸미는 대로 쓰레기장에 가지 못하도록 막아야 했다. 그것을 막으려면 총독과 면담할만한 사람이 있어야 된다.
친근 중에는 아리마태아의 요셉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아리마태아는 유대의 한 도시이다.
이 사람은 최고의회 의원이었고 유대 사회에서는 기침깨나 하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은 예수께서 예루살렘 첫 상경때 아마도 그의 집에 머물렀으리라고 생각되는 바로 그 사람이다(대목 371 참조).
그는 천성이 올바르고 의로운 사람으로 예수의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며 하느님의 나라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다. 유대인들이 예수께 대한 음모를 꾸밀 때 그는 찬동하지 않았고 그들의 하는 일을 반대한 사람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자기가 나설 때라고 생각하였다. 하느님의 적절한 도구가 된 것이다. 그는 용기를 내어 빌라도 찾아갔다. 그리고 예수의 시체를 내 달라고 요청하였다.
빌라도는 마음이 내키지 않는 저 유대 지도자들의 요청을 들어주느니 이 사람의 요청을 들어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예수가 벌써 죽었다는 말에 좀 놀라면서 그것을 확인하기 위하여 경비대장인 백 부장을 불러 알아보고 예수의 죽음을 확인한 다음 시체를 요셉에게 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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