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에 대한 기본적 이해
그리스도인들이 그렇게 할 수 있게 된 것은 예수님이 단지 영웅적인 인간으로서 기이한 일을 하셨던 분이셨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 자신 안에서 하느님이 말씀을 해주시는 것을 보여주신 그러한 인간이셨기 때문이다. 즉 그분은 당신 자신을 하느님의 말씀에 철저하게 개방해 놓은채 사셨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스스로 체험하셨으며 바로 그러한 당신의 삶과 모습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인간의 역사 안에서 인간 존재가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며 어떠한 존재로 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신 것이다. 한마디로 그분은 인간은 하느님의 말씀으로 살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게 해주며 하느님의 말씀을 보여주는 존재로 있으면서 그러한 존재로 살아야 비로소 인간적인 인간이 된다고 일깨워 주셨다. 그것은 곧 인간존재의 변형에 관한 것이자 인간존재의 결정적인 의미에 대한 가르침이었다. 그래서 예수님의 추종자들은 그 분이 당신 자신의 삶과 모습을 통해서 보여 주시고 가르쳐 주신대로 변형된 인간존재이기 위해서 결정적이면서도 궁극적인 인간존재의 의미를 자신들의 것으로 했고 결과적으로 스승이신 예수님과 결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런 면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 존재의 실체를 변형시키시는 성사이셨다.
비슷한 방식으로 그리스도의 추종자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는 공동체의 모범과 설교 그리고 예식행위로 세상을 위한 성사이다. 공동체가 공동체 안에서 특히 인간 존재의 실체를 변형시키는 그분 현존의 체험을 다른 이들에게 소개하고자 노력할 때 그렇다. 그런가 하면 공동체는 기쁜소식을 전하고 세례를 베풀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들에게 안수하는 것을 통해서 다른 이들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의 체험에로 입문시킬 뿐 아니라 이미 그러한 삶을 살던 이들에게 화해를 지속시키고 빵을 나누는 가운데 그리스도께서 일깨워 주시는 인간 존재의 결정적이면서도 궁극적인 의미를 재확인시켜 준다. 요컨대 교회는 자신의 행위인 성사예식들을 통해서 예수님의 추종자들로 하여금 참다운 인간이 되게하고 실체가 변형된 인간이자 의미 있는 인간으로 살아가게 한다.
결국 버나드 쿠크의 해석에 준해서 말한다면 성사들은 인간적인 의미의 새로운 영역 즉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로 모든 이에게 유효한 변형된 의미에로 들어가는 교회의 문들이자 사람들을 그리스도화시키는 초대인 것이다. 그러므로 성사들의 기능은 한마디로 인간 실체의 의미를 변형시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성사에 대한 교리적 이해
성사에 관한 교리로서 기본적인 것이라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6가지의 주제로 요약ㆍ정리해 볼 수 있다. 이 주제들은 트렌트 공의회가 진행되고 있었을 당시는 물론이고 공의회 이후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들이자 논의의 대상들이었고 또 사실상 상당히 발전적으로 그 결실을 맺어가고 있는 것들이다. 발전적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는 것은 현대 성사 신학적인 이해의 수준에서 말할 수 있는 것처럼 경험적 차원에서 그리스도론적이면서도 교회론적으로 이해해 가기 시작했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1. 성사의 효과 문제
성사의 효과 문제를 다룰 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서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 가지는 성사은총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성사인호에 관한 것이다. 그 양자는 개개인의 실존과 깊게 연결되어 있는 것들이다.
1) 성사은총
현대 성사신학은 성사를 여러 가지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한 가지가 전통적인 것인데 내용인 즉 『그리스도께서 은총을 주기 위해 제정하신 외적 표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식의 이해는 여전히 가톨릭교회의 교리적인 이해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131항). 그러나 현대 성사신학은 「은총」에 대한 신학의 새로운 이해에 힘입어 성사에 대한 이해 역시 폭 넓으면서도 깊어졌기에 성사를 이해하기를 은총을 물질적(육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을 갖는 것 정도의 단순한 이해의 수준에서 벗어나 창조되지 않은 은총으로서 하느님의 구원의지와 창조된 은총으로서 하느님의 구원행위를 성령의 거하심과 활동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결합을 통하여 실감하게 하는 성사라는 차원으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성사의 효과란 두말 할 것 없이 『은총을 주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고 그 은총이란 창조되지 않은 은총으로서 하느님의 구원의지와 창조된 은총으로서 하느님의 구원행위를 포함한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단언하고 또 확인한 내용이 틀림 없는 사실이지만 두 가지 의문이 생겨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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