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국가의 통일과 민족의 화해를 원하고 있다면 그를 위해 노력하는 댓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한다. 교회가 공산주의와 공산주의 정권에게서 큰 피해와 희생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희생과 고통을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 고통과 일치시키며 구원의 희생으로 삼고 새로운 정신과 새로운 마음으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우리에게 맡겨진 소명을 다 할 때 겨레와 함께 하는 교회가 될 것이다.
1. 민족은 화해와 일치로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세상이나 세상을 가꾸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이루고 상호보완과 조화를 이루어 나가야 평화공존이 가능하고 존립과 존속이 가능하다. 같은 민족이 남북으로 갈라져 50년간을, 정치적 야욕과 이념의 대결로 불화와 분열을 야기시켜 민족구성원 누구도 원치 않는 민족상잔의 파괴적 전쟁을 치루었고 지금까지 원한과 증오를 키워왔다. 입으로는 평화, 통일, 협력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이에 역행하고 있다. 민족이 화해하고 통일조국을 이루기 위하여 희생도 요구되고 자본도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누구를 위한 통일이고 무엇을 위한 통일인지 국민 각자가 바로 인식해야 한다.
민족의 통일은 민족이 살아갈 길이요, 성장하고 발전할 길이다. 통일은 궁극적으로 정치적 통일도 포함되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크고 넓은 개념으로 이해해야 하겠다. 통일은 창조주 하느님이 뜻하시는 통일이고 선물로서의 통일이다. 우리가 통일을 이룩한다는 것은 화해와 일치의 결과로 얻어지는 통일이지 적화통일이나 흡수통일, 정략이나 정책적으로의 통일을 의미하지 않는다.
2. 교회의 과거행위에 대한 비판적 반성.
우리교회가 2천년의 역사를 살아오면서 많은 위기를 극복했다. 교회 안팎으로의 위험성은 그 존립을 위태롭게 하였으며 그때마다 하느님의 은총과 성인들의 활약으로 위기를 극복하며 발전해 왔다. 스탈린의 패권주의로 공산진영과 자유진영의 냉전은 한반도에서 열전으로 변했으며 이 이중의 반목과 투쟁에 휩싸이며 고통과 큰 희생을 겪게 된 한국 천주교회는 세계의 어느 지역 교회 보다도 단합된 반공, 반 사회주의 노선을 걷게 되었다.
3. 민족의 화해와 일치로 이루어질 통일의 전망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이며 성서에서는 새로운 이스라엘이라고 인식한다. 교회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이 민족주의적이고 배타적으로 되어서는 안된다. 세계의 역사를 볼 때 종교를 표방한 민족주의는 흔히 인간의 공존을 위해 가장 필요한 관용이나 화해의 정신을 잃고 가장 잔인하고 파괴적인 싸움을 한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신의 이름으로 혹은 종교의 이름으로 반인륜적 행위들을 서슴치 않고 신을 모독해 왔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이 선택한 백성이고 특별히 축복받은 민족이라고 성경은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역사를 보면 정치 사회적 의미의 민족통일과 번영을 누린 것은 그들의 4천여 년 간의 역사안에 수십년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의 역사는 전쟁과 분열과 속박의 역사였다. 비록 이스라엘 백성이 여느 민족이나 마찬가지로 진리를 배반하고 이웃을 죽이고 일치하지 못하고 갈라져 싸우며 멸망의 길을 걸었어도 그들을 민족들의 삶의 길의 표지로 부르신 하느님은 일치와 화해, 평화와 번영의 길로 이끄셨다. 민족분쟁의 와중에서도 실제로 예언자들이 동족임을 일깨워 용서와 화해와 일치에로 이끈 것을 볼 수 있다.
예수님은 흩어진 이스라엘 백성의 일치와 복권을 위해서 오신것이 아니라 분열되고 상처받아 서로 대치하고 원한 관계를 가진 인간들을 일치와 화해로 이끄시어 분열의 요소이며 단절의 장벽인 죄와 반목을 없애시기 위해 오셨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일치하여 하나되도록 기도 하셨을뿐 아니라 일치의 원리가 되셨다. 그분은 분열과 반목의 원인인 죄를 없애시고 우리를 하느님과 화해시켜 주시고 하느님 자녀답게 용서하고 화해하라 명하셨으며 그 결과로 인간과 자연을 화해시키신다.
민족의 통일도 그리스도의 화해와 일치안에서 이루어 질 때 참되고 바른 통일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는 늘 우리의 희망사항이며 정치적 통일이 오더라도 계속해야 할 과제이다. 우리가 평화통일 운동을 주장하고 전개하는 것은 인류의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몸소 실천하시고 명령하셨기 때문이다. 민족과 인류가 살아남고 평화공존을 위해서 선택할 길은 하느님의 지혜이며 능력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나타난 이 길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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