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빈과 겸손의 성자 성 프란치스꼬가 난지도의 쓰레기 매립장에 나타났다. 온갖 사치와 허식, 화려한 네온의 끝에 자리잡은 난지도 쓰레기 하치장은 물질문명에 사로잡혀 타락한 현대인의 영혼이 폐기되는 마지막 종착지를 의미하는 듯하다.
바로 그 영혼의 폐허에 12세기의 성인 프란치스꼬가 중년의 사내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는 매우 이색적인 소재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소 거친 제목이 한동안 유행했던 범죄소설류의 인상을 갖게 하는 이 책은 그러나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의미와 감동을 진하게 품고 있다.
책의 머리에서 저자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빌어 이렇게 이야기한다. 『신(神)은 1900년 전에만 십자가를 졌던 것이 아니라 오늘도 지고있고, 또 날마다 죽으면서 부활한다. 2천년 전에 죽은 역사상의 신에게만 의지한다면 그것은 덧없는 위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역사상의 신을 말하기 보다는 오늘, 살아있는 인간을 통해서 신의 모습을 보여 줘야 할 것이다.』
이야기는 12세기 프란치스꼬의 삶과 오늘 난지도에 나타난 그의 행동을 교차시켜가며 그의 눈으로 본 우리 시대의 부조리와 타락을 고발한다. 작가가 등장시키는 인물들은 매우 다양하다. 졸부, 사이비 목사, 창녀, 사장 등 현대사회의 굴절되고 왜곡된 영혼들이 도마 위에 오른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 대한 통찰력은 작가의 이력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69년 중앙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월간 아리랑, 여원, 독서신문의 주간 등 수많은 잡지사를 20년이 넘도록 들락거리면서 저자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법, 이면의 기쁨과 슬픔, 선과 악을 세밀하게 들여다 본 바 있다. 이처럼 여러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본 체험들이 바로 이 소설의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김광한씨가 프란치스꼬의 생애를 그린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오래전부터이다.
『프란치스꼬는 저의 꿈이었습니다. 많은 성인들 가운데 유독 그분이 마음에 와닿은 것은 그의 청빈과 겸손, 그리고 마음속의 사랑을 듬뿍 담아 아낌 없이 나눠주는 따뜻한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프란치스꼬의 생애를 현대적 감각으로 그린 그는 나아가 청빈의 생애를 통해 우리들 90년대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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