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에 태어난 김 할머니는 17세에 결혼을 하고 28세에 과부가 되었다. 외아들을 키우며 고생을 한 후, 요즘은 아들에게 조그마한 사업을 물려주고 아들 부부와 같이 살고 있다. 그녀는 무학으로 한글도 셈하기도 모르는 채 노인이 되었다.
김 할머니는 우리나라 그 나이 또래 노인들의 삶에서 예외가 되는 경우가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70세가 되면서부터 그럭저럭 살아가는 노인의 삶에서 탈출하는 결단을 내렸다.
거의 매일 반복되는 친구들과의 화투놀이가 지겨워졌고 무엇인가 의미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김 할머니는 아들 친구로부터 서예를 해보도록 권유를 받았다.
그녀는 못 배운 것이 평생 한이 되었지만 70세에 한글도 아닌 한문의 서예를 배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시작도 시도도 없이는 평생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다」라는 아들 친구의 말에 격려와 자극이 되어 그녀는 서예를 시작했다.
하루에 몇시간씩 한자와 서예를 배우면서 김 할머니는 인생에 처음으로 자신을 잊고 글쓰기에 몰두할 수 있었으며, 기대 못했던 내적기쁨과 서예의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그녀는 서예를 같이 배우는 젊은이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소풍도 다니면서 잃었던 젊음을 다시 찾는 기분이었다.
서예에 모든 열정을 쏟으시는 김 할머니는 지도선생님의 권유로 국전에 글을 보내 보았다. 아무도 기대못했던 입선의 통지를 받은 그녀는 배움에는 때가 없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
86세가 된 김 할머니는 요즘 노인대학에서 한글과 수학을 배우며, 집에서는 칠언시(七言詩)로 된 열폭짜리 병풍만드는 작업을 한다. 자식과 손자녀들에게 남겨 주는 유일한 유산이 될 작품. 글 쓰는 것 때문에 시간이 아까운 김 할머니!
제2의 삶은 60부터라고 한다. 63세의 한 여성은 『무엇인가 배우고 싶은 것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50세만 되면 시작해 볼텐데. 내 나이가 너무 늦었소』하면서 노인정에서 화투로 소일한다. 삶이 끝날때까지 화투만 할 그녀의 모습은 나를 우울하게 한다.
노인교육? 배워서 무엇을 하는가? 무엇을 하기 위해서만 배움이 있는 것이 아니다. 배움을 통한 자아성취감, 배우는 노인에게 시간은 더 이상 권태로운 것이 아니다. 배우는 노인은 자기의 인생을 되돌아 볼 수 있으며 하느님이 사람에게 노년기를 주신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배워야만 되는 교육체제에서 벗어나 배우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노년의 기회.
노인들이여! 당신들의 지혜를 사회에 기여하십시요. 배운다는 것은 가르친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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