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생활은 해도 마음은 냉담
성사생활을 하는 냉담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주일을 지키고 교회 활동을 지속하면서도 정작 신앙 상태는 냉담에 빠져 있는 신자가 의외로 상당한 수에 이르는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이들은 교회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완전한 의미의 「냉담자」와는 달리 관심 밖에 놓여져 있어 언제든지 교회를 이탈할 수 있는 잠재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경향의 신자들은 「잠재적 냉담자」로 지칭되기도 한다.
특히 이들은 교회에서 등을 돌릴 때 단순히 냉담 상태로 들어가는 것 외에도 신흥종교에 관심을 갖거나 탈 교회적 성향을 드러내는 경우도 예상돼 교회 당국의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요구된다.
잠재적 냉담자들은 더욱이 지속적으로 성사생활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교회가 이들 개개인의 실상을 파악하는데는 상당한 애로가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잠재적 냉담자 스스로가 자신의 냉담 상태를 깨뜨리고 극복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강조된다.
사목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이런 신자들은 대개 교회 내에서 의욕적으로 활동을 하다 한 때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거나 본당을 비롯한 교회내 각 기관, 단체 종사들 중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고 진단하고 있다.
또 영세한지 4~5년 안팎의 신자들 중에서 교회 환경에 적응치 못하고 신앙생활에 흥미를 잃은 채 의무감 때문에 교회를 찾는 이들이 이에 속한다고 한다.
사목자들은 『냉담자들은 돌아온다는 희망이 있지만 이들이 교회를 떠날 때는 영원히 신앙과 담을 쌓을 가능성이 높은 신자들』이라고 강조하고 『이들이 다시 자신의 신앙생활에 투신할 수 있도록 교회가 먼저 그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피력했다.
이와 관련, 서울 가좌동본당 허영엽 신부는 「신앙과 생활의 일치를 위한 제언」이란 사목지 기고를 통해 『신앙의 근본인 확고한 믿음이 없는 신자들의 실상들을 단순히 교회 성장의 그늘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부수적인 결과쯤으로 안일하게 판단하고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화해 분위기 조성이 급선무
이들 잠재적 냉담자들의 구성 성향을 감안할때, 우선적으로 교회 조직의 구조체제를 변화시켜나가는 것도 이들을 다시 신앙생활에 투신케 하는 좋은 동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목자들은 『잠재적 냉담자들이 대부분 본당 사목자나 교회 단체장이나 지도를 맡고 있는 성직자, 수도자들과 한두번씩은 마찰이 있은 사람들에서 많이 볼 수 있다』며 인정하고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먼저 마음을 열어 이들을 포용하고 화해하는 겸손된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목자들은 또 『교회내 상하 구조간의 언로가 아직까지 충분히 개방돼 있지 못한 상태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는 신자들이 많은 것』이라고 수긍하고 『성직자나 수도자, 또 평신도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권위를 절제할 줄 아는 자세를 갖는 것도 신앙생활을 잘 영위하는 지혜』라고 말했다.
이윤재 가톨릭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실장 역시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된 신자들은 대부분 그 조직 구성원에 대한 일체적 소속감이나 애정을 상실하게 된다』며 『교회 내에 전문 직업인과 기술자들의 기여와 역할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교회 내의 경직되고 위계화된 신분적 조직 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교회의 많은 문제점들을 열거해 보면 궁극적으로 「신앙의 문제」로 규정된다.
영세한지 채 4~5년밖에 안 된 신자들이 쉽게 잠재적 냉담상태에 빠지는 것에 따지고 보면 모두가 「신앙의 문제」로 귀착된다. 그래서 신영세자들의 잠재적 냉담상태를 풀어나가는 해결책 역시 신앙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사목자들은 언급한다.
허영엽 신부는 이에 『성숙한 신앙, 참다운 신앙생활만이 신앙생활의 많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며 『신앙생활의 문제, 변화된 삶, 구원을 위한 투신의 삶 등은 모두 나 자신과 깊은 관련성을 맺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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