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교
◈ 서언
한국천주교회는 1784년 이승훈 선생이 중국 북경 북당(北堂)에서 예수회 선교사 그라몽(Grammant, Joan Joseph de 1736-1812)신부에게 베드로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음으로써 시작되었다. 어느덧 선교 2백년 대를 훨씬 넘어 대망의 선교 3백년 대를 살아가면서, 또한 온 교회와 인류의 대희년(大禧年, The Great Jubliee)으로 장엄하게 선포된 구세주 탄생 2천주년을 앞두고서 우리는 이제 일본의 압제로부터의 해방 50주년 기념이라는 역사적 시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해방 후 50년이라는 적지 않은 세월, 연륜으로 보아도 무르익을 법한 이즈음에서 다시금 우리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오늘의 교회를 바라보아야 한다. 아니 어제의 반성과 내일의 희망을 오늘의 텃밭에 심을 수 있어야 한다.
하느님 백성인 우리에게 있어서 참된 「해방」이란 무엇인가? 「참된 해방은 그리스도의 사랑에 자신을 개방하는 것이다. 그리스도 안에서만 모든 종류의 소외와 혼란에서, 죄와 죽음의 세력에 대한 종살이에서 우리는 해방된다」(교회의 선교사명 11항)
이러한 사실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며 그리스도께서 길이요 진리요 부활이요 생명(가한 14, 6;11, 25 참조)이시며 「생명의 말씀」(요한1, 1)이심을 증거하는 삶이 곧 「선교」(Missione)이다(1995년 전교주일 교황 담화문 참조). 그러므로 해방 50주년을 기념하여, 교회가 얼마나 해방된 삶을 살아왔는지를 묻는 질문은 곧 교회가 그 자신의 본성(선교교령 2항 참조)이자 사명(교회의 선교사명 1항 참조)인 선교에 얼마나 충실하였는지를 묻는다.
선교적 관점에서 본 한국 천주교회의 모습을 그려내기 위하여 우선 교회의 가르침에 나타난 선교적 교회의 모습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에 준한 한국 천주교회의 모습을 대략적으로 정리한 뒤 미래를 위한 제언으로 마감하고자 한다.
◈ 교회와 선교
교회는 그 본성상 선교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성부의 계획을 따라 교회가 성자의 파견과 성령의 파견에서 그 기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선교교령 2항 참조). 선교활동의 기간은 주님의 최초의 내림과 재림사이의 기간으로서 선교활동은 종말적(綜末的)완성을 지향한다(선교교령 9항 참조). 이러한 선교사명은 어디서나 또 어떤 상황 중에서나 하나이며 같은 것이다.
그런데 단일한 선교사명이 실현되는 상황 내지 환경의 차이에 따라 선교란 여러 가지 요소로 성립되는 복잡한 과정이다.
그러나 이 차이는 사명 자체의 내적 본질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다만 활동의 차이로 이해되어야 한다(선교교령 6항 참조). 선교는 상황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된다 (성완해, 「대희년의 준비는 복음화를 통하여」「사목」204호(1996, 1) 26면 참조).
첫째, 복음을 모르는 민족, 지역, 사회, 문화적 상황에서 행하는 활동으로 외방선교(Missione ad gentos)가 있다. 이는 전통적 의미의 선교로서 교회의 첫째가는 활동이고 본질적인 것으로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둘째, 교회 안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기존 신자들을 위한 선교로서 사목활동(Attivita)이다.
셋째, 교회와 유리되어 살거나 냉담중이거나 기타 신앙의 활력을 잃고 사는 기존 신자들을 위한 선교로서 새로운 복음화(Nuovaevangelizzazionc)가 있다.
선교대상과 목적에 따라 구별된 이 셋은 상호 연대적이며 보완적 관계에 있으므로 조화와 균형이 요구된다(교회의 선교사명 33~34항 참조). 그런데 지역 중심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오랜 사고방식으로 말미암아 위의 세 가지 중 외방선교가 가장 실현하기 힘들고 약세를 보이기 마련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특별히 교회가 외방선교에 대한 결의를 새롭게 하도록 강력히 촉구하고자 회칙 「교회의 선교사명」(Redemptoris Missio)을 반포하셨다. 그에 따르면 그리스도교의 새로운 봄(春)인 작금의 현실에 특히 외방선교가 정체되는 위험스러운 경향이 있으며 이를 교회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2항 참조). 『외방선교 없이 교회의 사명은 그 근본적 의미를 상실할 것이고 그 사명을 증거하는 근본을 상실할 것이다』(34항). 외방선교, 즉 『보편적 선교 열의의 진작은 그리스도교 백성들의 새로운 복음화에 영감과 자극을 줄 것이며… 선교는 교회가 오늘의 세계의 개인이나 인류에게 제공하는 첫째가는 봉사이다』(2항).
이상을 볼 때 해방 후 50년간의 한국 천주교회의 선교역량은 편의상 사목활동과 새로운 복음화를 포함하는 의미에서의 「국내선교」와 「외방선교」로 대별해 간략하게 고찰할 수 있겠다.
◈ 국내선교
해방 후 50년간 한국 천주교회는 그 자신이 전교지역인 신생 교회이면서도 실로 엄청난 선교사명을 자국 내에서 수행하여 왔다. 단편적으로나마 통계에 의존하더라도 1945년 초 남북한과 연길교구에 소속된 신자수가 대략 18만4천여 명으로 추정되던 것이 1994년 현재 15개 교구에 본당 9백75개소, 공소 1천3백76개소, 사제 2천3백6명(한국인 2천79명, 외국인 2백27명)에 전체 신자수는 3백33만8천9백18명이었다(한국 천주교회 교세통계 1994년 12월31일 현재, 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 그리고 1996년 현재 한국 전체 인구와 연말 신자수의 비율, 즉 복음화 비율은 8.07%로 추정되고 있다(신치구 「통계상으로 본 한국 천주교회의 실태」「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회보 부록」, 85호(1995, 1, 1), 31면 참조).
이는 비록 반쪽만의 교회일 망정 자타가 공인하는 놀라운 은총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아울러 1981년의 조선교구 설정 1백50주년, 1984년의 한국 천주교 2백주년 기념행사 및 103위 성인 시성식, 1989년의 제 44차 세계 성체대회 등, 대형행사와 교황성하의 두 차례에 걸친 역사적인 방한이 성공리에 완수되어 그 내적 역량을 드러냈다. 특별히 교회의 쇄신과 민족의 복음화를 목표로 하여 1984년 2백주년 기념 사목위원회가 마련한 12개의 의안은 참으로 한국 천주교회의 대헌장과도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헤아릴 수 없는 내, 외적 급성장과 더불어 방향설정을 위한 몸부림과 반성의 목소리도 그만큼 증가하여 왔다.
무리하게 나마 공통된 의견을 정리하여 수렴한다면 교회의 문제는 영세자의 감소, 냉담자의 증가, 교회의 중산층화, 본당공동체의 비대화 현상 등으로 간소화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그 대책 또한 선교의식 강화, 사목활동 및 새로운 복음화의 활성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 소공동체 활성화 방안 등이 속출 하였으며 실행되고 있다.
역사속의 교회는 출애굽에서 약속된 땅에 이르는 도정에 서 있는 순례자이다.
그러므로 주님의 재림에 이르기까지 「이미… 그러나 아직」이라는 긴장감을 늘 지닐 수 밖에 없다. 이는 창조된 인간 존재의 실존이 지니는 긴장감과 동일한 것이다. 결국 지상 여정의 교회에 문제가 없을 수 없고 오히려 문제를 성숙의 기회로 삼는 단지 끊임없는 쇄신과 일치의 자세가 요구될 따름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삼위일체적 친교의 신비 속에서 개인과 지역 등 모든 한계를 초월하여 하느님 안에서 형제와의 친교를 이루는 거시적 안목과 협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교회와 선교는 삼위일체라는 동일한 기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성완해 「대희년의 준비는 복음화를 통하여」「사목」204호(1996, 1), 27~29 참조). 한국교회에 있어서 우선적 선교사명은 개인, 가정, 본당, 교구, 국가 차원을 넘어서서 실천적 응집력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한다.
◈ 외방선교
1995년 5월, 인류복음화성 장관인 죠세프 톰코 추기경이 교황청 전교원조회 정기총회에서 행한 개회연설에 따르자면 오늘날 세계의 선교상황은 외방선교사들의 책임을 더욱 막중하게 한다. 인류의 3분의 2인 35억이 아직도 그리스도와 복음을 모르고 있으며 그 수효는 인구 성장률만큼 증가하고 있다.
전체 천주교 신자는 10억대를 넘어서고 있으나 특별히 아시아는 37억의 인구 중에서 천주교 신자의 비율이 약 3%에 불과하다. 그나마 필리핀에 5천만 명의 신자가 편중되어 있음을 고려하면 아시아의 선교는 여전히 중대한 과제이다. 아울러 지구촌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파견되는 선교사의 수는 감소하고 거꾸로 서에서 동으로 파견되는 선교사들이 증가하고 있는 경향이다(「선교」교황청 전교원조회 한국지부, 20권 (1995년 가을), 22면 참조).
한편 해방 50년간 축적된 한국교회의 내적 역량은 자연스럽게 한국인 외방선교사들을 해외로 점차 파견하기 시작함으로써 발출되었다. 1992년 교황청 전교원조회 한국지부가 파악한 통계에 따르자면 한국인 선교사들은 모두 36개국을 대상으로 파견되어 1백 46명이 활동하였다.
대륙별로 파견지역을 고찰하면 아시아에 가장 많은 3분의 1가량이 선교하고 있으며 그 다음 유럽,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의 순으로 활동 중이다(「선교」 13권(1992년 가을)23면 참조).
선교사들은 주로 의료사업, 본당사목, 빈민구제, 교육사업, 양로사업 등에 봉사하며 가난한 지역일수록 의료-교육사업이, 부유한 지역일수록 양로사업이 많은 것이 특징적이다. 선교사들을 출신별로 고찰하면 수도회 소속과 선교회 소속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선교」13권(1991년 겨울)23면 참조).
그러나 가장 뜻 깊은 외방선교적 결실은 1976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한국 외방선교회의 창설을 결의하였음과 그로부터 10년 뒤인 1986년 한국 외방선교 수녀회가 설립된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아시아에서는 필리핀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 천주교회는 외방선교 사명을 위한 본격적이고도 항구한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 시작에 불과하여 많은 자양분이 필요한 외방선교를 위한 노력은 보편교회를 향한 한국 천주교회 모두의 책임의식과 열정을 필요로 함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무관심 속에 놓여져 있다. 외방선교회가 「교회 공동체의 활력있는 부분」(교회의 선교사명 66항)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회공동체의 버려진 부분」처럼 여겨져서는 곤란하다. 「신앙을 줌으로써 신앙이 견고해진다」(교회의 선교사명 2항)는 교황님의 말씀에 따라 외방선교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국내선교에 비해 모든 것이 열악한 한국 천주교회의 외방선교 사명을 조화롭게 수행하기 위해 한국 외방선교회에 대한 다각적 관심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 내일의 선교를 위한 제언
⑴ 선교를 거시적 차원에서 접근하여 세 가지 활동(외방선교, 사목활동, 새로운 복음화)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선교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⑵ 선교를 위한 초교구적 협력이 선교 연구소 설립 등으로 구체화 되어야 하며 특히 외방선교에 대한 일치된 항구적 지원이 요구된다.
⑶ 사제양성 과정에 있어서 선교학을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선교적인 측면에서 전체 양성과정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⑷교계의 각계 각층별, 특히 평신도 선교사 양성 노력이 실행되고 협력되어 이들의 다양한 선교경험이 공동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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