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사는 우리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실천하고 전파해 나감으로써 하느님 나라 완성에 참여할 수 있다. 그리스도께서 인류에게 전하신 복음의 핵심은 사랑과 화해의 일치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겨레에 대한 사랑을 실천해야 하고 분단된 겨레를 위해서 화해와 일치를 실천하고 완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분단된 겨레의 화해와 일치를 추구하는 것은 오늘을 살고 있는 이 땅의 신도들이 마땅히 실천해야 할 책무이기도 하다.
이러한 만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교회의 역할은 기도운동과 나눔운동, 그리고 화해운동과 연구 및 교육활동을 통해서 지속될 수 있으며 강화돼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기도운동으로는 민족화해미사의 활성화와 9일기도, 순교성지 순회기도 등을 들 수 있는데 서울교구는 민족화해위원회 발족직후부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도운동의 중요함을 강조하며 다양한 기도운동을 실시하고 또 준비해 왔다. 민족의 진정한 화해와 일치를 위해 한주 동안 단 하루라도 간절한 기도와 미사를 봉헌한다면 우리 민족의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 증오가 화해로 그리고 분단이 일치로 바뀌어 나가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서기 2천년도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에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를 명동성당에서 봉헌하기로 하고 지금도 봉헌하고 있다.
민족화해미사가 우리나라 모든 본당에서 봉헌된다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면 우선 서울교구 모든 본당이나 지구에서 만이라도 정기적으로 민족화해미사가 봉헌돼야 할 것이다. 서울교구의 관할 구역 내에 있는 판문점 등 분단을 상징하는 곳에서 정기적인 미사를 봉헌하는 방법도 분단극복을 위한 우리의 마음을 다지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해마다 8월이면 민족의 광복과 분단을 생각하게 되고 6월이면 동족상잔의 아픔을 기억하게 된다. 또한 교회력으로 사순절이나 대림절시기도 민족의 고난과 희망을 생각해 보는 적절한 시기이기에 이런 때를 기해 민족의 일치를 기원하는 특별 9일기도를 전개해 나가면 좋을 것이다.
아울러 순교자들의 후예인 우리는 지난날 우리의 선조들이 자신의 신앙을 이 땅에서 실천하고 증거했듯이 오늘의 우리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증거자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순교성지에서의 기도와 미사봉헌, 전국 규모의 성지순례, 김대건 신부의 귀국경로의 순례 등 구체적인 성지순례를 통한 순회의 기도를 드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도운동은 실천운동을 통해서 증거될 수 있기 때문에 민족화해학교를 수료한 사람들은 구체적인 실천운동인 나눔운동에 투신할 수 있어야 한다.
민족의 통일과 진정한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는 우선 우리의 희생과 실천이 요청되고 있다. 그 실천의 일환으로 통일 이후를 대비해서 우리 자신이 가진 바를 미리 나누어 저축하는 통일기금의 조성이 시급한 실정이며 이 기금은 통일 이후 갈라진 형제들의 복음화를 위해 저축해 둬야 할 것이다.
또한 통일 이후가 아니더라도 북한의 재해 극복이나 의료 복지시설의 확충을 위한 모금운동과 귀순자 및 난민의 사회적 적응을 위한 활동 등을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사랑을 나눠줄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찾아야 하고 구체적인 나눔을 실천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민족화해와 일치를 위한 대전제로서 기도운동과 나눔운동을 통해 북한 동포들과의 화해를 위한 노력을 구체적으로 전개해 나가면서 아울러 북한 신자들과의 친밀한 유대관계를 모색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선 북한 신도들과의 공동활동을 강화시켜 나가기 위한 남북 간의 정례적인 모임 개최, 상호방문을 통한 화해의 증진, 북한성당 건립과 시설의 확충 지원, 북한교회의 활동 프로그램 지원 등과 북한교회의 활성화를 위한 북한의 평양교구와 함흥교구 등 각 교구에서의 사목활동을 돕기 위한 조직체계의 보완과 정비, 북한교구 출신의 성직자 및 신자들을 파악하고 이들을 효율적으로 이끌어 내는 일, 북한지역을 책임 맡고 있는 교구장의 사목방문 추진 등의 노력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민족화해학교가 일과성의 행사로만 그쳐서는 안 되기 때문에 기도와 희생과 연구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민족화해학교의 운영을 통해 파악된 연구 인력의 조직화와 함께 필요하다면 이를 전담하는 연구기구를 설치, 교회 안팎에 있는 기존의 연구단체와 협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례적인 심포지엄이나 세미나의 개최, 학술잡지의 발간 등을 통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수료생들과 일반인들의 계속적인 관심에 응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민족화해학교의 운영 전반에 걸친 검토작업을 거친 후 교육프로그램 보완과 1단계 교육의 지속적인 개최, 교육 이수자들을 위한 보충교육 프로그램의 마련, 본당 기관 단체들을 대상으로 한 단기적인 민족화해학교 또는 교육프로그램의 시행, 계층에 따른 교육 등을 계속 실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화해학교 수강자들의 동문회 결성과 정례적인 연구답사 대화모임을 후원 또는 주선함으로써 민족화해학교 수료생들이 조직화되고 화해운동의 일꾼으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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