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간 430km의 대장정
비신자 2명 끝까지 걸어 “대견", 홍보 부족ㆍ젊은신자 참가 적어 아쉬워
불자인 부모 입교 등 하느님 섭리 끝없이 체험
일회적인 행사가 아닌 후손 대대로 이어지길
함께 걸었던 많은 신자들 정성도 대단
[참석자]
● 이종국(다미아노), 채수강(다미아노), 김상구(안드레아), 이봉녀(모니카), 박영욱(리아), 홍종렬(베드로), 김영주(비신자)
이윤자 취재국장, 권순기 서울지사장, 리길재 기자
● 사회=최정근 기자
▲ 사회자=이번 전국 도보 성지순례는 그야말로 대장정이었습니다. 곳곳에 위험한 순간이 있었지만 아무 사고도 나지 않고 무사히 마친 것을 보면 분명 하느님의 손길이 함께 했음을 느낍니다. 오늘 이 자리는 우리가 4백30km의 대장정을 마치고 어려운 순례길에서 서로 느꼈던 점을 나누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먼저 순례기간중 20년 다닌 직장에 사표를 제출하고 끝까지 걸어 화제가 됐던 채 선생님부터 체험담을 말씀해 주시지요.
▲ 채수강=제가 직장에 사표를 낸 것이 꼭 도보 성지순례가 전적인 이유가 됐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순례는 저로 하여금 세상을 달리 볼 수 있는 진한 체험을 안겨주었고, 순교 선열들의 넋을 진하게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 사회자=그래도 20년간 다닌 직장을 그만두기가 매우 주저됐을 텐데 힘든 용단을 내리게 된 결정적 이유가 무엇인지요.
▲ 채수강=가족들에게 제 뜻을 전했고 가족회의를 통해 아내와 아이들이 선뜻 허락(?)해 주면서 용기를 북돋아 준 것이 제일 큰 힘이 된 것 같습니다.
▲ 홍종렬= 상계동본당 청년분과 위원장으로서 보좌신부님이 하니까 그저 따라나섰는데 오히려 이번 순례가 저에게 큰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순교 선열들에 대한 삶을 묵상하게 됐고, 과연 현대에서 순교의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참! 성지순례를 다녀온 후에는 집사람과 아이들과 매일 아침저녁으로 아침기도와 저녁기도를 바치게 됐고 열심한 불교신자인 부모님이 성지순례기간 중 가톨릭에 입교하는 등 저는 이번 한 달 동안 하느님의 섭리를 끝없이 체험했습니다.
▲ 이봉녀=월요일에만 참가해 다른 사람보다 감동이 적지만 오륜대에서의 파견 미사 중 퇴장성가로 순교자 찬가를 부를 때는 입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감격적이었습니다. 강경 나바위에서 천호산 피정의 집까지 가는 코스에 참가하기 위해 새벽 2시30분에 강경역에 도착했을 때에는 정말 막막했습니다.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를 타고 다시 집으로 갈까 망설이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좋은 시간이었고 앞으로 가톨릭신문은 물론 우리 모두가 주평국 신부님이 하시는 일에 적극적인 후원을 해야 될 것입니다.
▲ 사회자=이봉녀씨는 직장 관계로 매 월요일마다 서울에서 새벽같이 내려와 이번 순례를 계속 했습니다. 양산에서 오륜대로 가는 3월18(월)에는 못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김없이 나타나 순례단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순례단의 후미를 완벽하게 지킨 김 대장님께서 한 말씀 해주시죠.
▲ 김상구=오륜대에 도착했을 때 이젠 걷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니 만세가 절로 나왔습니다. 시커멓게 멍든 발가락을 집에 와서 보면서 정말 힘든 도보 성지순례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순례는 하느님과 순교 선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묵주기도를 2천4백단을 하니까 끝나더라구요.
또한 성질이 괴팍(?)한 주 신부님의 독재로 아무 사고 없이 순례가 끝나게 된 커다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 홍종렬=김 대장님과 함께 방을 썼는데 매일 아침이면 조용히 일어나 먼저 세면을 하고 꼭 욕탕에 물을 받아놓고는 저보고 씻으라고 하는 등 정말 자신보다는 남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 김상구=신부님의 명령대로 내 뒤에 처지는 사람들을 차에 강제로(?) 태웠는데 이 기회에 오해가 있었다면 지면을 빌려 사과를 드리고 싶어요. 그분들이 제 말을 신부님 말씀처럼 잘 따라주었기 때문에 아무 사고 없이 순례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 박영욱=하느님이 이 길을 같이 가자고 부르신 것 같아 고생보다는 순례기간 내내 기쁜 마음뿐이었습니다. 오륜대에 도착해서는 더 걷고 싶어 아쉬워하기도 했고요. 순례를 마치고 본당에서 성시간을 할 때 「주님 천국 다녀왔습니다」라고 기도도 했어요.
▲ 사회자=부산 오륜대에서 도보 성지순례 체험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부산교구 교육 국장이신 오창근 신부님이 「여러분들이 계신 곳이 바로 성지」라며 「밝고 건강한 모습 속에 순교 선열들의 넋이 깃든 것 같다」고 말씀한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이 같은 느낌이 있었기에 이번 순례가 일회적 행사로서 끝나지 않고 계속 이 같은 순교 신심이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 김영주=신자가 아니어서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조심했었습니다.
크리스티나라는 가명을 정해 주기도 했을 정도로 저에게 정말 잘해준 순례단 여러분들에게 이 기회를 빌어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가톨릭의 순교자들이 정말 순교하길 잘 했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그분들이 있었기에 이렇게 걸을 수 있게 됐으니까요. (웃음)
▲ 박영욱=이번 순례단에 신자가 아닌 김영주씨와 신문희씨가 속해 있는 것을 보며 참 대견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분들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세례를 받을 수 있도록 우리가 늘 곁에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해요.
▲ 이종국=3월15일 죽림굴에서 미사를 할 때는 정말 추웠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선조들이 이러한 곳에서 신앙을 지켰다는 생각을 하니 내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기도 했어요. 앞으로 순교자들의 삶을 닮아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기회를 준 가톨릭신문사와 주평국 신부님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홍종렬=순례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김대건 신부님의 삶을 녹음해둔 테잎을 들어보니 정말 가슴 깊숙이 그분의 체취가 전해져 오는 것을 느꼈어요. 냉담자였던 제가 깊은 신앙 체험을 할 수 있었던 도보 성지순례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 사회자=정말 감사합니다. 이번 성지순례를 하면서 서로 느낀 점을 이렇게 들으니 정말 순교 선열들의 넋이 가까이 계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제부터는 이번 성지순례를 하시면서 진행이나 준비사항에 대해 느끼셨던 것을 말씀해 주시면 다음번 도보 성지순례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 이종국=홍보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수차례의 광고와 기사로 가톨릭신문이 홍보를 했지만 타 언론들도 적극적으로 이용, 홍보를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가톨릭에 대한 이미지를 높일 수 있었을 텐데 좀 아쉬웠습니다.
▲ 채수강=걷는 속도가 너무 빨라 묵상은 물론 묵주기도를 하기도 힘들었습니다. 도보 성지순례가 아니라 경보 내지는 구보 성지순례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 홍종렬=저는 빠른 속도가 오히려 좋았습니다. 잡념이 떠오르지 않고 오로지 가쁜 호흡 속에서 걷는 그 자체가 기도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 채수강=이번 순례단 중 제일 젊은 두 사람이 비신자인 모습을 보면서 우리 신자 젊은이들은 왜 없는가 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던데요.
▲ 이봉녀=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톨릭신문이 충분히 홍보를 했다면 신자 젊은이들도 많이 참가했을 것 입니다. 이번 행사 뿐 아니라 앞으로 이 행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 신문사가 보다 적극적인 홍보를 해 주었으면 합니다.
▲ 이종국=신자 청년들의 참여도 문제였지만 성직자 수도자들이 좀 더 많이 참가했다면 더욱 좋았을 뻔했습니다. 평신도들보다는 아무래도 성직 수도자들이 많이 참가한다면 보기에도 좋고 그 효과도 배가 될 테니까요.
▲ 김상구=많은 돈을 들여 해외 성지순례를 가는 것이 유행인데, 이번에 행사에 참가하고 나니, 정말 국내 성지순례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습니다. 앞으로 이 같은 순례가 자주 있었으면 합니다.
▲ 이종국=저도 국내의 성지를 거의 다녀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도보 성지순례를 해보니 생전에 처음 들어본 성지가 더 많아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눈이 무릎까지 쌓인 산길을 헤쳐가며 올랐던 죽림굴에서의 미사때 「아! 이게 바로 신앙이구나」하는 강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 사회자=여러분들의 애정 어린 지적 정말 고맙습니다. 홍보가 부족했고, 여러 가지 진행사항에서 문제점들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하는 일이었고 일의 범위가 전국적이어서 신문사에서 나름대로 준비는 했지만 아쉬움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내년에 2차 도보 성지순례를 하게 될 경우에는 이번 행사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박영욱=그러나 이번 행사는 대단히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숙한 점이 많았다곤 하지만 순교 신심에 불에 지피우는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 이윤자 국장=저희가 이번 행사를 준비한 것에 비해 결과는 엄청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번 전국 도보 성지순례는 순교 신심에 대한 꺼지지 않는 불을 지피우려는 의도에서 준비됐듯이 그저 첫 돌을 조용히 놓았다고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가톨릭신문사도 지속적으로 이러한 행사를 준비할 것입니다. 여러분들 역시 각자 하나의 밀알이 되어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서 순교 신심이 불타오르도록 노력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권순기 지사장=이번 행사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 더 알찬 도보 성지순례를 준비하겠습니다. 내년에는 시간 관계로 이번 코스에서 제외됐던 성지와 사적지를 중심으로 이번처럼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2월에 제2차 도보 성지순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참여는 물론 주변에 적극적인 홍보를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홍종렬=성지순례를 떠나기전 성지에 대한 사전 지식 등 미리 준비했더라면 더욱 감동이 컸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내년에 2차 도보 성지순례를 하면 사전 준비부터 철저히 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 김상구=이번 성지순례가 이렇게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주평국 신부님의 강력한(?) 리더십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개성을 일일이 맞추었다면 아마도 이번 일은 실패했거나 안전사고에 문제가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무도 다친 사람 없이 행사가 무사히 끝났다는 것이 하느님께 가장 감사합니다.
▲ 사회자=그렇습니다. 서로 몰랐던 사람들이 근 한 달을 함께 지내며 아무런 사고 없이 잘 끝난 것은 정말 기적입니다. 보통 해외 성지순례를 다녀오면 가기 전에 친구였던 이들이 원수(?)가 되어 돌아오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이번 도보 성지순례 참가자들의 모습에서는 이러한 점을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서로 아껴주는 마음을 대한 것 같아 정말 기뻤습니다.
▲ 리길재 기자=도보 성지순례 출발미사에서 김 추기경님이 「김대건 신부님과 최양업 신부님이 늘 여러분들과 함께 걸으실 것」이라고 강론시간에 말씀하셨는데 이렇게 한 달 만에 여러분들을 뵈니 순교 선열들의 은총을 정말 많이 받았다고 생각됩니다. 떠나기 전보다 훨씬 얼굴표정들이 모두 밝아져 보기가 좋습니다.
▲ 이봉녀=우리 뿐 아니라 하루라도 참석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정성도 돋보였습니다. 첫날 참석했던 자매님 두 분이 마지막 날 부산 오륜대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에서 비행기로 오신 것을 보고 정말 감격했어요.
▲ 채수강=걸어서 끝까지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고 싶었는데 중간에 몸이 안 좋아 차도 타고 병원에도 가게 됐을 때 심한 패배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지만 같이 걷는 분들의 위로와 격려가 힘이 되어 끝까지 함께 할 수 있게 됐습니다.
▲ 사회자=차를 안타고 끝까지 걷는다는 것이 어쩌면 오만일수도 있었을 겁니다. 중간에 차를 잠깐 탄 분들이 패배감과 허탈감에 빠져있는 모습에서 이를 극복하고 환한 모습으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느꼈다면 너무 과장일까요.
▲ 리길재 기자=아닙니다. 끝까지 걷는 것이 의미가 있지만 중간에 차를 타게 함으로 더욱 변화된 모습을 갖게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바로 평소의 오만함을 극복하도록 하려는 하느님의 역사(役事)하심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을 겁니다.
▲ 박영욱=참, 아까 주 신부님이 괴팍하다, 독재자였다고 했는데 주님께서는 주 신부님의 완고한 모습을 보완해 주기위해 3월14일부터 부산교구 오창근 신부님을 우리에게 보내준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번 도보 성지순례의 마지막 정리 코스에 부드러운 분을 보내주셔서 정리하게 하는 그분의 섭리하심을 또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 채수강=중간 중간 우리를 도와주었던 신부님, 수녀님들의 모습 속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같이 한 달을 걸었던 동료들로부터도 신앙적으로 많은 것을 배웠어요. 부산의 김덕운 회장님 경우 1시간 가량의 기도문을 손수 작성해 매일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집에 돌아와 기도문을 작성, 기도를 하게 됐습니다.
▲ 홍종렬=맞습니다. 우리가 이번 행사로 끝낼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서로 신앙적으로, 사회적으로 도와가며 사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 순교 신심을 키우는 방편이 될 것 같은데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 채수강ㆍ박영욱ㆍ김상구=좋습니다. 우리가 이번에 함께 체험했던 좋은 느낌을 갖고 앞으로 주 신부님께서 하시는 역사부도 편찬이나 지도제작에 기도는 물론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면 이번 도보 성지순례의 또 다른 수확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 이종국=저는 생각이 틀립니다. 어떤 모임이든 쉽사리 시작하면 그 취지를 잊어먹게 마련입니다. 이런 모임이 정말 필요한지 더 신중을 기해야 될 줄 압니다.
▲ 사회자=바쁘신 중에서도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알토란같은 좋은 이야기들을 들려준 것에 대해 정말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이종국 선생님의 말씀대로 앞으로 여러분들의 모임은 더 깊은 논의가 된 후에 이루어져도 좋을 듯합니다. 아무쪼록 가톨릭신문사가 순교 신심 활성화를 위해 시도할 여러 가지 행사에 앞으로도 많은 기도와 후원 부탁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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