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로 소개되는 것이 부끄럽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고사하는 김성환(요아킴ㆍ82ㆍ대구 침산본당)씨를 만난 것이 3월28일 저녁 무렵. 온화한 표정에 항상 눈을 내려깔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범상치 않은(?) 신앙심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야윈 몸이었지만 피부가 나이 같지가 않다. 『한창땐 「장골」소리를 들었다』는 아내 최용학 (안나)씨의 말이 그의 건강을 짐작케 한다.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들에게 가장 볼만한 것이 가톨릭신문이라고 봐요. 각 나라의 교회소식을 알 수 있어서 반갑고 전례 교리 성서해설 등 영신생활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있지요. 그래서 전 신영세자들이나 대자들에게 가톨릭신문을 읽도록 늘 권합니다』.
평안남도 평창군 금산면 신지리가 고향인 김성환 할아버지는 1915년 일명 섭가지마을에서 6형제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물론 태중교우.
『어릴 적엔 한 달에 한 번씩 동네 할아버지들이 우리 집에 모여 천주교 교리를 연구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어. 모두가 한 학자들이셨지. 그땐 신자집 아이들은 교리외우고 경문 암기하는데 일종의 경쟁심 같은 게 있었지. 12살 때부터 연도하러 따라다녔는데 당시엔 성영(시편)을 바치는데 1시간은 족히 걸렸어. 비신자들에게도 큰 구경거리였는데…』
그가 가톨릭신문을 처음 접한 것은 57년 무렵. 50년 월남한 그는 당시 계산성당에서 김덕룡(바오로ㆍ전 한일호텔 사장) 김화출씨와 교분을 나누게 되었고, 김화출씨 집에 보관돼 있던 교회서적과 잡지, 신문들을 발견했다. 고향에서부터 경향잡지를 익히 알고 있던 김씨는 그때부터 가톨릭신문을 구해 읽기 시작했다고.
60년대 초 칠성본당(현 고성본당)이 계산동에서 분리되면서 교적을 옮겨왔고 신문을 정기구독 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그땐 종이 질도 안 좋았고 몇 장 안됐지만 열심히 봤어요. 한국교회사나 성인전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나요』. 그의 추억은 계속된다. 『우리 자랄 적에도 그랬지만 주일학교나 영세때 배운 것 말고는 별로 교리를 접할 기회가 없어요. 신문에 나오는 교리상식이나 전례해설 복음묵상 같은 것이 이런 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박도식 신부님 신암동 계실 때 쓰신 「상식교리」는 꼭 스크랩해서 신자들이 돌려보게 하곤 했었지요. 몇 년 전부터 나오는 판공 찰고 문제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속적으로 보는 끈기가 아쉽다는 김씨는 『찬찬히 보면 볼수록 꼭 필요한 것임을 새삼 느낀다』고 덧붙인다.
『요즘 신자들 삼종기도란 말은 들어 알지만 삼종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신자는 드물 겁니다. 곧 기본적인 교리지식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교회도 이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해요. 신문에서도 이런 내용을 많이 다루어야 할 거예요. 20연중에 만약 한 가지라도 제대로 배우고 알게 됐다면 얼마나 신앙에 큰 도움이 되겠습니까』.
김성환씨는 칠성본당 사목회장을 7년간 역임했고 군종후원회 회장과 연령회를 결성해 책임을 맡기도 했다. 『사람이 없던 시절』이라고 겸손해 하지만 그의 인품과 신앙심이 남달랐음을 보여준다.
평일미사를 하루도 거르지 않던 그의 열성은 익히 알려진 사실. 작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금요일 낯 미사 외에는 미사 참례를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기도생활은 쉼이 없다. 매일 묵주기도를 15단씩 봉헌해오던 그는 85년 꾸르실료 수료 후 75단을 바치기 시작했고, 몇 년 전부터는 하루 150단씩을 봉헌하고 있다. 요즘은 냉담중인 대자의 회두를 위해 특별히 기도하고 있다고.
김성환 할아버지는 89년 서울 세계 성체대회때 안구를 비롯한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 『죽기 전에 고향 가고픈 마음이야 말하면 뭐하갔어. 부모 형제들 무덤이라도 만져봤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디』.
마지막으로 『가톨릭신문을 구독하는 것과 신앙심은 비례하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 신앙심이 깊다고 할 순 없지만 매주 꼬박 꼬박 보는 신문이 신앙생활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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