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다! 낫다! 적고 적은 이내몸이 고요한 첫 새벽에 그윽히 울리는 종소래처럼 우렁차게 소래치고 나왔다. 너무도 오래 묵묵했다. 눈이 있어도 못 보았다. 귀가 있어도 못 들었고 입이 있어도 말 못했고 손이 있어도 못적었다. 알고 싶다. 교회사정 전하고 싶다. 이리저리 진리로써 인간불순 복멸(滅)하야 승전고를 울려보자.』
1927년 4월1일 천주교회보 창간의 변가운데 유난히 돋보이는 대목이다. 물론 천주교회보는 가톨릭신문 전신, 그 첫 이름이다. 4월1일 창간 69주년을 맞은 오늘 다시보는 천주교회보의 이 창간의 소리는 인간소외와 생명경시 풍조가 날로 팽배하고 있는 사회현실속에서, 더욱이 신앙의 뿌리가 다소 흔들리는 듯한 교회 현실속에서 교회언론의 소명의식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본보는 창간 69주년을 맞아 어둡고 암울한 시절에 탄생, 그동안 교회언론의 맥락을 묵묵히 이어온 가톨릭신문의 보도를 통해 당시 교회의 다양한 모습을 되짚어본다. 당시 교회의 여러 모습들을 살펴보는 것은 바로 내일의 교회를 준비하는 소박한 길잡이가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20년대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가톨릭언론에 비춰진 교회 사건, 행사들을 통해 우리 교회의 진로를 모색해 본다.
27년 10월1일자 제7호 천주교회보는 「조선 치명복자(致命福者)첨례(瞻禮)당햐야」를 1면 머릿기사로 뽑고 있다. 잠깐 기사 내용을 살펴보자.
『조선치명복자 시복식을 거행한지 3주년을 영(迎)함에 우리 십여만 교우는 다같이 환의용약하며 만공(滿腔)의 적성(赤誠)을 다하야 이 복된 날을 경축하리로다
우리는 모든 것이 퇴보되어 무엇하나 이렇타 할 것 없었는 중에도 치욕을 면치 못할 것은 예수의 복음이 조선반도에 들어옴에 집정자의 박해가 혹독하였으니 4대군난이 그 중 참혹한 큰 예였다. 하나밖에 없는 진리에야 동서양을 거론할 것이 없겠거늘 마치 병신촌에 성한 사람 들어온 격이였다. (중략) 비오 제11위 금상페하께옵서 조선 치명자중에 79위를 채택하사 재작년 7월5일에 성청에서 복자위에 올리시고 천하만국에 영포(領布)하사 공경케 하셨음에 만국이비로서 조선을 이해하고 조선교우의 신앙이 깊음을 알게 되었다. (중략) 지금은 그 같은 육체적 악형을 가하는 군난(窘難)은 없으나 영신상 험악한 군난이 전 세계를 위협하는 이 때임으로 신앙이 박약한 자 쓰러지기 쉽도다. 치명하신 모든 이의 굳은 의지를 본받고 79위 복자를 주보삼아 용역(勇力)을 다하야 많은 현대사조군난에 굴하지 말고 진리로써 싸워 최후의 승리자가 될진져 이것이 우리의 본분이어 마땅히 할 의무로다』
1925년 79위 순교자 시복이 있었으므로 27년 9월에는 시복 3년째가 되는 해였다. 9월26일 행사를 10월1일자 신문에 게재한다는 것은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관련 사진은 생각지도 못했을 터이기도 하려니와 4ㆍ6배판으로 시작한 당시 천주교회보에는 사진을 게재할 만한 자리도 없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복자 79위를 비롯 24위의 복자 등 103위의 복자 모두가 성인품에 오른지 이미 10여 년을 넘긴 오늘, 이 기사는 여전히 우리 신앙인의 막중한 의무를 일깨워주고 있다.
『육체적 악형을 가하는 군난은 없으나 영신상 험악한 사조(思潮)의 군난을 싸워이기자』고 촉구한 당시와 오늘의 사회적 상황이 너무도 흡사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우리는 험악한 정신사조의 물결이라는 시대적 군난앞에 내 던져져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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