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아침 눈을 뜰때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하루 하루가 곧 부활의 아침이라고 항상 생각해 왔다는 강원도 강릉시의 박경철(요한ㆍ47ㆍ춘천교구 초당본당)씨.
지난 11년의 세월동안 매일매일을 부활로 이끄시는 그분의 손길이 아니었다면 아마 죽음보다 더한 절망을 극복해 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박경철씨는 『죽음을 통하지 않는 부활은 없다』는 진리를 그 긴 고통을 통해 깨닫게 됐다고 고백한다.
박씨는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던 85년 9월, 추석을 맞아 동생 승용차를 함께 타고 고향으로 가던 중 사고를 당했고 경추 4번과 5번이 골절돼 목 아래는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중증 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박씨는 아내의 극진한 간호를 받았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 죽음의 문턱을 스스로 넘나든 것도 수차례. 결국 박씨는 부활은 죽음으로서만 가능하다는 진리를 터득하게 되었고 그때부터는 목숨만 붙어 있는 자신이 크나큰 은총을 받고 있음을 인식하고 매일 매일을 죽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남은 것에 감사하자고 마음을 고쳐 먹기 시작했습니다. 육신은 움직일 수 없지만 생각을 할 수 있는 정상적인 뇌기능과 아내와 자식들을 남겨 주셨으니 그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그러나 가족과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단 한가지, 기도 밖에 할 수 없었던 그는 손을 움직일 수 없는 대신 방안에 놓인 집기들을 눈으로 짚어가며 묵주기도를 바쳐야 했다.
간절한 애원을 성모님이 들어 주었기 때문인지 점차 마음의 안정을 되찾게 된 박씨 부부는 교통사고가 난 지 2년이 지나면서부터 부인이 보험회사에 다니기도 하고 성당과 수녀원에서의 도움에 힘입어 어느 정도 정신적 경제적 안정을 되찾게 됐으며 4년 전에는 「작은 소망」이라는 작은 양품점을 개업하기도 했다.
비록 아내와 아들들이 번갈아 가며 먹물을 갈아주고 화선지를 끼워주는 수고를 하고 있지만 3년전부터 시작한 구필(口筆)도 제법 수준에 올라 개인 서예전을 한번 여는 것을 소망으로 남겨 둔 박경철씨.
성서귀절과 기도문 등을 즐겨 쓰고 있다는 박경철씨는 비록 몸은 온전치 못하지만 구필로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부활을 노래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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