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휩쓸고 있는 정보화의 물결이 한국 사회에도 거세게 불어온 지 이미 여러해를 지났다. 정보화는 사회일반에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가치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교회의 사목 방법과 방향, 본당 등 교회의 구조나 운영에 있어서도 변화가 요청되는 것이 당연하다.
이에 「정보화 사회와 교회」를 대주제로 변화하는 세상, 그리고 교회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정보는 없다?
최근 한국 최초의 성직자인 성 김대건 신부의 친필 서한 원본첩을 두고 교회사 관계자들이 그 행방을 찾느라 동분서주한 일이 있다. 김 신부의 순교 1백50주년을 맞아 자료집을 발간하기 위해 소장처를 확인하던 한국 교회사 연구소(소장=최석우 신부)는 원본첩의 행방을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1백40년 동안 파리 외전에서 보관중 한국 순교 성인 시성을 위해 1984년 김수환 추기경을 통해 문서를 이양받은 주교회의 사무처(당시 2백주년 사무국)도 서한의 행방을 확인하지 못해 한때 유실되지는 않았는가 하는 우려를 자아냈다.
다행히 수소문한 결과 서한이 서울 합정동 절두산 순교기념관에 보관되어 있음이 확인됐으나 이는 교회내 관계기관 간의 정보교류가 없어 일어난 것으로 교회사료의 자료화 및 정보 교류가 시급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나타내고 있다.
서울 노량진에 사는 김영배(32ㆍ바오로)씨는 최근 사흘간의 휴가를 얻어 보람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국내 성지순례를 계획하고 있다. 가족이 함께 떠나는 길인 만큼 성지에 대해 숙박이나 교통편 등을 상세하게 알아봐야 했다.
하지만 어디서 어떤 자료를 구해봐야 할지 막막했다. 열심한 교우에게 물어보기도 했고 성지안내서를 읽어보기도 했지만 모두 오래전에 펴낸 책들이라 새로운 정보를 얻기가 힘들었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성지를 찾을 수가 없었다. PC통신에서 제공하는 여행안내란을 훑어보아도 가톨릭 성지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신앙 생활과 관련한 자료, 정보를 찾는 것이 여전히 쉽지 않다는 것을 김씨는 다시한번 확인했다.
한국교회 정보화 수준
때는 바야흐로 정보화 사회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정보화 사회의 막이 본격적으로 열린 것은 대체로 94년으로 본다. 이는 정보 산업이 농업, 제조업, 서비스 부문을 능가하는 지표들을 검토한 결과 내려진 평가이다.
하지만 정보화의 거센 바람은 이미 그 이전부터 불어오고 있었으며 사회 각 부분은 나름대로 정보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안간힘을 써오고 있었다. 그러면 교회는 과연 정보화의 태풍에서 안전지대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
정보화 수준은 정보통신 관련 연구개발비, 인구 1만명당 연구원수, 정보 통신 기기의 내수액, 정보 처리 서비스 총매출액, 1백명당 전화 가입자수 등 다양한 지표로 평가되지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컴퓨터의 보유와 활용 정도를 통해 가장 쉽게 알 수 있다.
한국 가톨릭 전산원이 수립한 「한국 가톨릭 종합 정보화 추진계획서」에 의하면 95년 6월부터 9월사이 각 교구청의 PC보급률은 약 40%로 2~3명에 1대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대교구의 경우 80%가 넘는 보급률을 보이지만 군종, 광주, 대전교구는 17%대에 머물러 교구별로 심한 편차를 보이고 있으며 거의 대중화 되어가고 있는 펜티엄급은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당의 PC보급률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대체로 절반 정도에 보급이 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점차 보급이 확대되고 있기만 하지만 아직 전반적으로 매우 미흡한 실정이고 더욱이 일부 교구의 경우 10%에서 20%에 그쳐 교구별로 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드웨어의 보급률보다도 오히려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활용정도는 정보화 수준과 관련해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본당관리 소프트웨어는 「그물」, 「치릴로」, 「대구교구 본당 관리」, 「로사리오」, 「아멘」, 「베드로 사목관리」등 6개종 정도로 파악되는데 상이한 시스템으로 자료공유 등에 어려움이 있다.
전산실을 운영하는 교구는 대구와 부산만으로 대부분 교구에서는 전산에 대한 전문 인력이 없는 상태이며 주로 신자들을 통한 봉사자 위주로 운영중인 경우가 많다. 본당의 경우는 주로 본당 사제의 의지와 전산 마인드에 따라 전산화 정도에 많은 차이를 보인다. 또 컴퓨터의 활용은 주로 간단한 업무나 워드 프로세서로서 이용하는데 그치고 있다.
정보 마인드의 부재?
한국 가톨릭 전산원 강대익 원장은 한국교회가 전산화에 뒤쳐진 이유를 정보화의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데서 찾는다. 『초고속으로 변화하는 세상에 교회가 적응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인식이 없었습니다. 기업의 경우 고도의 생산성을 위해 업무의 효율화가 필요하고 이에 따라 신속, 정확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을 구성하는데 정보화는 필수적인 조건이지만 교회의 일은 대체로 급한 일이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94년 9월 추계 총대리 회의에서 교회 정보화 사업의 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후 한국 가톨릭교회는 지난해 3월 이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해 한국 가톨릭 전산원의 설립과 함께 가톨릭 종합 정보화 계획인 「모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엄청난 투자가 요구되는 이 프로젝트가 완성됨으로써 복음선포와 사목을 위한 환경은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목자들을 포함한 교회 내 책임자들이 정보화 사회의 함의를 파악하고 시대의 추세를 읽는 정보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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