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보사회란 무엇인가?
죤 네이스빗이 쓴 「메가트렌드 2000」,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 빌 게이츠의 「미래로 가는 길」은 앞으로 다가올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하나같이 앞으로 도래할 사회는 정보를 가장 중시하는 사회가 될 것이며, 지식이 가장 큰 자원이 되고, 세계는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더욱 가까워지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예측에 불과하니 정보사회는 막연한 미래라고 생각할 것 같아, 구체적인 예를 들어본다. 컴퓨터는 몇 년 전만 해도 컴퓨터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컴퓨터는 오디오, 텔레비전, 통신, 정보처리, 저장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다기능 가전제품이 되었다. 심지어 컴퓨터는 가정생활, 공장생산, 물건거래와 같이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우주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도, 달리는 자동차도 다 컴퓨터가 움직인다. 이처럼 정보사회는 우리의 생활 전체가 전자화되고 기능적으로 연결되어 하나로 묶여가는 세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로 가는 변화의 속도는 과학과 기술이 결합되고, 상업적인 동기와 맞물리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2. 정보사회가 되면 미디어 영역에서 무엇이 달라지나?
우리가 가장 변화를 실감하게 될 분야는 미디어가 될 것이다. 구체적인 설명을 위해 전화를 예로 들어 보자. 요즈음 집안에서는 무선전화기, 전화응답기가 집 밖에서는 페이져(일명 삐삐), 휴대전화가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그러면 이 기계들을 사용하기 전과 사용하고 있는 지금을 비교해보자. 우리의 생활이 얼마나 달라졌는가?
이제 받기 싫은 전화는 응답기가 받고, 장난 전화도 추적하여 상대방의 번호를 알아내 혼쭐을 내줄 수 있다. 그리고 어딜가나 페이져는 필수품이다. 편하고자 만든 것이 족쇄라고 느낄 정도다. 텔레비전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만 해도 화면에 그림자가 생기고, 옆에 고층건물이 생기면 그나마도 잘 안보였다. 그런데 화면비율이 16:9가 되는 고화질 텔레비전을 통해 떨림,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고품질의 영상을 보게 된다. 또한 이미 갖고 있는 VTR을 통해 영화를 빌려다 보는 것이 생활의 일부가 되었는데, 이젠 유선방송을 통해 원하는 영화를 신청해 고화질로 볼 수 있다. 이 정도는 약과이다. 정보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각 나라의 영화, 뉴스, 정보를 안방에서 손쉽게 받아 볼 수 있게 된다.
아마 이런 변화들은 처음에 아주 작은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라디오 이후에 텔레비전이 보급되면서 우리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펴보았다면 간단한 변화가 아니었음을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이를테면 텔레비전이 안방을 차지하면서 집안에 대화가 사라졌고, 저녁에 이웃집으로 마실가는 문화도 사라졌다. 우리가 나누는 대다수의 화제도 텔레비전 스타의 사생활과 방송에서 본 내용들이 중심이다. 라디오를 들으며 상상력을 키웠던 세대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변화이다. 그런데 이런 변화보다 훨씬 폭이 넓고 깊은 변화가 찾아온다. 컴퓨터가 매개하는 소위 멀티미디어 시대의 의사소통 방식이 보편화 되는 것이다. 그런데 멀티미디어의 소통방식은 쌍방향이 기본이다.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받는 이도 전달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뀐다. 그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던 방식에서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듣는 이도 동시에 전달하는 이가 된다. 게다가 모든 정보전달 수단은 시각화를 지향한다. 그래서 시각을 정보수단으로 사용하는 비중이 월등하게 높아지는 것이다.
3. 정보사회에서 교회는 어떤 영향을 받는가?
시각화를 지향하고, 훨씬 다양한 오락과 정보를 제공받게 되면 사람들은 다른 것에 신경을 덜 쓰게 된다. 이를테면 우리들은 하루에 보통 두세 시간 텔레비전을 보는데, 요즈음 청소년들은 오락기나 컴퓨터 앞에서 서너 시간을 보낸다. 아예 푹 빠져 사는 청소년들도 많다. 이런 아이들은 친구도 학교도 필요없다. 이런 현상의 대표적인 예가 PC통신이다. 통신을 하다 밤을 꼬박 새웠다는 이야기, 인터넷에 들어가서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며 몇 날 몇일을 보냈다는 이야기는 흔하디 못해 일상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표절시비로 유명가수들을 무대에서 떠나게 만든 것도 컴퓨터 통신이었다. 이처럼 젊은이들과 어린 학생들에게 컴퓨터는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인터넷으로 국내뿐 아니라 인종과 국경을 넘어 전 세계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전 세계인들과 컴퓨터로 의사소통을 하는 이들을 네티즌이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런 변화가 적응력이 빠른 젊은이나 어린 학생들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이에게 확장될 날이 다가오고 있어 문제가 된다. 미디어가 변화하면 사회 전체가 바뀌게 마련이니 말이다.
교회는 다가오는 이런 세상에서 복음선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도록 압력을 받게 된다. 신자들이 교회에 나오지 않고, 종교적인 가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는 경향도 미디어의 시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더욱 가속화된다. 이 뿐 아니다. 기존의 사고방식, 생활방식, 윤리관 모두가 바뀌기 때문에 기존의 교회의 가르침이 신자들에게 도전을 받게 된다.
4.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런 변화가 당연한 과정이고 보면 미디어 영역에서 교회가 할 일이 많아진다. 먼저 멀티미디어 시대에는 시각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그렇기 때문에 시각이 더욱 중시되는 사회에 적합한 선포방식이 요구된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사회 전 영역에 걸쳐 발생하게 될 새로운 사회문제, 윤리문제에 대비를 하는 것도 큰 일이다. 허나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료 인간들이 종교적인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현실을 뒤바꾸어 놓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방식과 해석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교회는 이 달라진 의사소통 방식에 적합하게 메시지의 내용과 전달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미디어 분야가 새롭게 탈바꿈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다른 분야보다 정보사회의 소프트웨어를 이루게 될 풍부한 양의 질 좋은 메시지들을 영상으로, 정보로 만들어 두는 영역에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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