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자기 본당에서는 매우 열심하다는 평을 듣고있던 스텔라라는 부인이 아빠스 꼴룸바노를 찾아와서는 자녀들의 진로에 대하여 긴히 상의할 일이 있다고 하였다. 면회실에서 아빠스를 만난 그 부인은 말문을 열기를, 『아빠스님, 제게는 아들이 셋이 있습니다. 큰아들은 너무 똑똑하여 마닐대학교를 졸업시키고는 미국의 하바드나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에 유학보낼까 생각 중이고, 둘째 아들은 큰아들보다는 못하지만 제법 똑똑하니까 외국 유학은 못 보내도 일류 대학교를 졸업시키고 사업가로 키워볼까 생각 중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막내 아들입니다. 그 녀석은 공부는 그런대로 하지만 애꾸눈이라 사회에 나가봐도 성공하지 못할 테니 신학교에 보내서 신부를 만들면 어떨까 하고 생각중인데, 아빠스님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라고 물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아빠스는 하도 기가 차서 『부인은 이 세상에서는 성공하시겠습니다. 그러나 하늘나라에 들어가시려면 생각을 바꾸셔야겠습니다』라고 젊잖게 대답하였다. 그러자 부인은 『아빠스님, 제 생각이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세상에서 성공하지 못할 사람, 예를 들면 애꾸눈이나 좀 모자라는 사람이 신부가 되는게 아닙니까?』라고 반문하였다. 부인의 질문에 기가 막힌 아빠스는 『부인은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계십니다. 어떻게 하느님께 봉헌할 아들을 하필이면 그 애꾸눈 아들을 택했습니까? 하느님께 봉헌할 제물은 가장 좋은 것, 흠이 없는 제물, 맏물을 바쳐야 하며, 하느님께 봉헌할 아들도 자녀들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총명하고 열심하며 인간성이 풍부해야 합니다』
이 말을 들은 부인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아빠스는 『부인이 이해가 안되면, 그 애꾸눈 아들을 신학교에 보내 보십시오. 신학교 당국에서 절대로 받아주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부인이 묻자 아빠스는 『부인이 꼭 아들 하나를 주님께 봉헌하고 싶으면 제일 똑똑하고 우수한 장남을 신학교에 보내세요. 주님의 축복을 많이 받으실 겁니다』. 주님의 축복을 받는다는 그 말에 부인은 다소 이해가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와 같이 열심하다는 사람도 하느님께 대해서는 올바른 생각을 하지 못할 때가 있다.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제물은 『소나 양이나 염소 가운데 흠이 없는 것 수컷을 바쳐야 한다. 너희는 성하지 못한 동물을 바치면 안된다…. 눈먼 것이나 뼈가 부러진 것, 다리가 잘린 것이나 병들어 물이 나오는 것을 야훼께 바치지 못한다…』(참조 레위기 22, 17~33)
<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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