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19,38~42 루가23,53~56 마태27,59~61 마르15,46~47)
아리마태아의 요셉은 신속히 행동해야 했다. 유대아인들도 빌라도에게 예수의 시신을 빨리 조처해 달라고 요청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보다 먼저 가서 일처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십자가를 경비하는 병사들이 마구 다루기 전에 빨리 가봐야 했다.
요셉은 골고타에 가서 예수의 시신을 조심스럽게 직접 십자가에서 내렸다. 예수의 시신처리를 요셉에게 부탁했으리라고 믿어지는 거룩한 부녀자들은 성모 마리아를 중심으로 요셉이 예수의 시신을 내릴 때 같이 있었을 것이다.
시신을 내리는 요셉
그 유명한 삐에따상이 후대에 전하는 그대로 성모 마리아는 아드님의 시신을 받아 무릎 위에 안고 비통에 잠겼을 것이다. 아들의 주검을 안고 있는 어머니의 처참한 모습을 삐에따상은 후대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 무덤을 찾아 간 부인들 명단에 성모 마리아가 없는 것으로 보아 성모 마리아는 실신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무서움과 마찬가지로 용기도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전염되기 마련이다. 예수께서 첫 번째로 상경했을 때 사람들의 눈을 피하여 야밤중에 예수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었던 니꼬데모도 요셉과 함께 시신처리를 거들었다.
니꼬데모는 예수와의 첫 대화에서 믿기를 주저했던 사람이다(요한 3, 10). 그러나 올바른 마음가짐의 사람이었고 사리판단이 정직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는 신자였을 것이다. 하여튼 그는 신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예수와 마지막 대면을 하려고 자진하여 나섰다.
요셉이 고운 베를 마련하는 동안 니꼬데모는 몰약(沒藥, myrrha)과 노회(aloe) 백 근 가량을 준비하였다. 백 근은 32킬로그램 정도이니 꽤나 많은 양이다. 모두 시신을 장례지낼 때 쓰는 고가품이다.
피범벅이 된 시신
유다인들의 장례는 시신을 씻고 기름을 바른 다음 깨끗한 천으로 염해서 묻는다. 구약성서에 왕의 장례는 시신을 상에 눕히고 온갖 종류의 향료와 향유를 뿌려서 장사지낸다(역대 하 16, 14). 니꼬데모가 다량의 향료를 사온 것은 예수의 장례를 그리스도 왕의 장례로 지내려는 뜻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피범벅이 된 예수의 시신과 묻힐 묘소에 니꼬데모가 사가지고 온 향료들을 뿌리고 요셉이 마련한 고운 베로 염한 다음 정성되이 묻었다.
아리마태아의 요셉은 이 일에 헌신적으로 봉사하였다. 그는 골고타 언덕 아래쪽 예루살렘의 외곽성 가까운 곳에 큰 정원을 가지고 있었다. 예수의 장례를 위하여 정원 내의 암벽을 파서 묘소를 마련해 두었다. 그 묘소는 일정한 사람을 위한 사설묘지였기 때문에 아무도 묻히지 않은 새 묘소였다. 이 묘소가 있는 곳은 아름다운 정원이었기 때문에 막달라의 마리아가 부활하신 예수를 처음 뵙고 정원지기로 오인하였다(요한 20, 15). 요셉이 판 묘는 깊숙한 곳에 시신을 모실 네모 난 방이 있고 작은 문을 사이에 두고 바깥에는 준비실 같은 공간이 또 있다. 여기에는 기다란 걸상이 있고 바깥과 통하는 면을 큰 석판으로 막아 놓았다.
오늘은 명절을 준비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바빴다.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려 가까운 무덤까지 모시는 데는 약 2시간이 걸렸고 해가 질 무렵인 저녁 6시에 모든 것이 끝났다.
갈릴래아에서부터 줄곧 예수를 따라 다니던 막달라의 마리아, 또 다른 마리아(야고보와 요셉의 어머니) 그리고 다른 부녀자들도 이 장례를 지켜보았고 시신을 안장한 다음 망연자실 한참동안 무덤앞에 앉아 있다가 일단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날은 안식일이라 바깥 활동을 할 수 없었다. 이 부인들도 안식일 율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집에서 하루를 쉬면서 묘소를 다시 찾아 갈 준비를 하느라고 향료와 향유를 준비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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