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 모두는 분단된 남북 관계를 평화통일로 이끌기 위해서는 화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공감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화해를 이루나
그런데 누가 어떻게 이 화해를 이룩할 수 있습니까? 그것은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에 화해를 이룩하기 위해 당신을 희생하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우리가 구체적으로 사는 것입니다. 저는 화해학교를 수료하는 여러분들이 이 미사 중에 바치는 봉헌문을 보았습니다. 봉헌문의 내용은 여러분이 잘 아시는 대로 기도 운동, 나눔 운동, 화해 운동, 연구 및 교육 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약속을 하느님께 드리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남북 분단의 벽을 헐고 평화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기도를 비롯하여 나의 마음, 나의 노력, 나의 시간, 봉사 등 나의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는 약속을 하느님께 드리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처럼 우리 민족의 통일과 구원을 위한 십자가를 기쁘게 지겠다는 다짐을 봉헌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마음, 곧 이런 사랑의 실천이 이 자리에 계시는 여러분을 비롯하여 확산되어 나갈 때 이 사랑의 운동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새롭게 할 것입니다. 지역간, 계층간에 분열된 우리 사회의 모든 상처를 낫게 할 것이고, 참으로 미움이 있는 곳에는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는 화목을, 분열이 있는 곳에는 일치를 가져오게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 힘은 남북 분단의 벽, 미움과 불신의 벽을 무너뜨리고 평화통일을 이룩하게 할 것입니다.
물질주의에 빠진 남한
작년 초, 어느 대학의 총장님이 북경대학의 교환교수로 가셔서 한 반년 계셨는데 거기서 북한 유학생들을 만나게 되었고 처음에는 서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셨지만 자주 만날수록 마음을 열게 되고, 마침내 많은 이야기를 서로 나누게 되었답니다.
그런 대화를 통하여 총장님이 알게 된 것은 남한은 경제적으로 분명히 잘 살지만 모두가 이기주의, 물질주의에 빠져 있고, 황금만능주의에 젖어서 돈만 아는 것이 남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북한 학생들은 우리는 통일을 원하지만 절대로 흡수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수전노 같은 남한 사람들 밑에 가서 노예처럼 푸 대접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히려 이런 남한 사람들의 썩은 정신을 동포로서 응징을 해서라도 고쳐 주고 싶은 마음이다 라고 하였답니다.
자, 이런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북한 학생들의 생각이 틀렸다고 할 수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들의 말은 사실입니다.
우리 사회는 정말 황금만능주의에 빠져 있고 이웃 사랑도, 동포애도 없으며, 연변에서 온 동포들도 따뜻하게 대해준 일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우리가 어떻게 통일을 할 수 있습니까? 참으로 우리는 마음을 고쳐먹고 물질주의, 이기주의를 버리고 지금부터 바로 여기서부터 참으로 이웃을 알고 사랑하며, 이웃과 나눌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통일의 길은 마음에서
통일의 길은 반드시 우리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각자가, 내가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사랑하느냐? 않느냐? 용서하느냐? 않느냐? 마음 상한 이웃과 화해하느냐? 않느냐? 내가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느냐? 않느냐? 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마음을 고쳐먹고 지금 여기서부터 가진 것을 나눌 만큼, 이웃 사랑을 실천한다면 특히 가난한 자, 약한 자, 소외되고 버림받고 있는 이들, 장애자들을 진정으로 감싸안을 줄 안다면, 그것은 우리 사이에 있는 모든 차별의 벽을 헐 것이고, 지역 감정도 다 깨끗이 씻게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를 보다 인간다운 사회, 인정과 사랑이 넘치는 사회로 변화시킬 것입니다.
연변동포를 비롯하여 모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참된 인간애로 따뜻하게 대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이 소식이 이번에는 다시 직, 간접으로 북쪽 동포들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그럼 북쪽 동포들도 생각을 바꾸게 될 것입니다. 『듣자 하니 남쪽 사람들은 잘살 뿐만 아니라 인정 있고 후덕하다 더라. 그리고 짙은 동포애를 지녀서 우리 북쪽까지 함께 잘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단다. 그렇다면 우리 어찌 이런 동포와 원수되어 총을 겨누고 있을 것이냐? 우리 당장 화해하고 통일하자!』이렇게 생각을 바꾸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바라는 평화통일의 길인 것입니다. 문제는 결국 우리가 어떤 마음의 사람이 되느냐에 달렸습니다.
삶을 바꾸는 사랑운동
참으로 이 사순절에 우리를 위하여 수난당하신 그리스도, 죄많은 우리를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은 아무런 죄도 없으시면서도 우리 모두의 죄를 대신 지시고 우리를 살리기 위해 죽기까지 하신 그 예수님의 사랑을 우리가 사는 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갈망하는 민족 화해와 평화 통일의 길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바로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이 민족의 화해를 위해서 기도하시고 사랑의 나눔과 화해, 그 모든 것들을 하겠다고 다짐하시는 여러분, 우리부터 먼저 이 사랑의 삶으로 우리의 삶을 바꾸고 사랑의 운동을 펴 나가기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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