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문학의 해」이다. 문학의 위기론을 거론하게까지 된 오늘날 문학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데 문학의 해가 지닌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뜻있는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훌륭한 문학작품을 문화유산으로 갖고 있는 가톨릭교회의 문학의 해를 마치 남의 일 보듯 하는 느낌이 있다며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위대한 문학 작품들을 생산해낸 가톨릭교회는 이런 움직임들과는 관련이 없는 듯 거의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어 가톨릭 문학의 부흥을 위한 노력이 요청된다
연초 선포식을 갖고 닻을 올린 문학의 해 조직위원회(위원장=서기원)는 올해 문학의 진흥을 위해 모두 22가지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 중에는 근대문학관 건립, 문학통신망 설치, 한민족 문학인대회, 동인지 콘테스트, 문학지도 발간 등이 포함돼 있었다. 물론 예산 부족, 일과성 행사, 전시용 사업 등등 문학의 해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무성하지만 문학의 저변을 확대한다는 면에서 볼 때 적어도 침체된 문학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최소한의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다.
문학의 저변 확대
올해 출판계는 서정성과 삶의 탐구라는 문학의 전통적 주제를 바탕으로 문학의 붐을 조성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민음사는 이미 올 초 오늘의 작가 총서 1차분을 발간했고 솔은 박경리의「토지」신판 20권을 낼 계획이다. 창작과 비평사도 1910년부터 80년대까지 한국소설의 대표작을 수록한「한국대표 소설선」1차분 9권을 출간하는 등 소설류 출판을 늘릴 예정이다.
나남출판의「조지훈 전집」(전11권), 솔의「이문구 전집」(전12권)이 발간됐고 최명희의 대하소설「혼불」(전8권)도 3월 중 발간한다. 해냄의「한국문학 총서」(전6권), 한길사의「신한국 문학사」(전12권) 등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한국문학을 총집대성하는 본격 학술서이다.
반면 교회 안에서는 문학의 해와 관련된 거의 아무런 움직임도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올 초 바오로딸이 도서출판「열린」을 새 출판사로 등록하고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설을 발간하면서 가톨리시즘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열린」이 펴낸「꿈꾸는 에밀리」, 「나의 작은 천사 아리엘」, 「위대한 용기」, 「석회석」은 소설의 재미를 갖추고 있으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있는 우수한 작품들인 것으로 평해지고 있다.
가톨릭 문우회가 추진하고 있는「가톨릭 문학상」의 제정도 문학의 해와 직접적으로 관련을 맺는 것은 아니지만 시기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사업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가톨릭 문학상 제정
여러해 전부터 가톨리시즘을 바탕으로 하는 문학 작품,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문학상의 제정이 논의되어 오다가 지난해 본격적으로 기금 마련에 나선 가톨릭 문우회는 적어도 올해 안에는 제1회 가톨릭 문학상 시상식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외에는 문학의 해와 관계지을 만한 뚜렷한 움직임은 별반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그리스도교의 경우 2천년의 교회 역사 안에서 빼어난 가톨릭 문학 작품들을 숱하게 남겨두고 있다. 신과 인간의 관계, 인간 생명의 가치, 삶의 궁극적 목적 등 종교적, 철학적 주제를 지닌 이들 가톨릭 문학 작품들은 지금까지도 수없이 번역돼 세계 각국에서 읽혀지고 있다.
소개안된 책 많아
하지만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고 있는 가톨릭 문학 작품들의 수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훌륭한 한국 가톨릭 문학작품들을 생산해낼 수 있는 신자 작가들이 이미 다른 종파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수가 문단에서 활동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세계적인 가톨릭 문학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바탕은 마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들은 여러 가지 제약으로 아직 움직임이 없는 교회 출판계에서 가톨릭 문학을 진흥시키고 신자들이 이런 작품들을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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